경제

“태영건설우 2주 새 85% 폭등”…개인 매수 몰리며 초소형 품절주 랠리

문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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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건설우 주가가 12월 15일 장중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으며 단기간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주택 공급 확대 기조와 워크아웃 졸업 기대에 우선주 특유의 가벼운 몸집이 겹치면서 수급 쏠림이 심화된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펀더멘털 개선 흐름과 별개로 단기 투기성 자금이 집중된 결과라고 분석하며 개인 투자자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15일 오후 장중 기준 태영건설우는 전 거래일보다 29.90% 급등한 9,08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를 형성했다. 장 초반부터 개인 투자자 매수세가 몰리며 하루 거래량이 약 35만 주 수준으로 폭증했고, 코스피 건설 업종이 같은 시각 3.36% 하락하는 약세 흐름 속에서도 나홀로 상한가를 기록해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통상 거래가 많지 않았던 종목의 거래량이 단숨에 수 배로 늘며 가격이 급변하는 전형적인 품절주 랠리 패턴에 가깝다는 해석이 나온다.

태영건설우[009415] 최근 1주일 주가 추이 (출처: 네이버증권)
태영건설우[009415] 최근 1주일 주가 추이 (출처: 네이버증권)

주가 흐름은 최근 2주간 가팔랐다. 지난달 28일 4,900원 수준이던 태영건설우는 불과 2주 만에 85% 넘게 오르며 9,000원 선을 단숨에 돌파했다. 이달 5일과 8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한 뒤 12일에는 장중 15% 가까이 급락하는 등 롤러코스터 장세가 이어졌고, 다시 15일 상한가에 직행하며 투자 심리가 재차 과열되는 양상이다. 5일선과 20일선 등 단기·중기 이동평균선을 단숨에 상향 돌파하며 신고가 랠리를 시도하는 흐름이지만, 주가와 거래량이 동시에 폭발하는 구간인 만큼 변동성 확대에 대한 경고도 커지고 있다.

 

주가를 끌어올린 핵심 요인은 정책 모멘텀과 수급 구조다. 정부가 12월 들어 주택 공급 확대 방침을 거듭 확인하면서 건설주 전반에 저가 매수 심리가 살아난 가운데, 태영건설이 공공 공사 수주 등을 통해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기대감이 더해졌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졸업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재무 구조 개선 시그널에 베팅하는 수요도 붙고 있다.

 

다만 보통주와 비교할 때 우선주의 상승폭이 과도하다는 점에서 펀더멘털보다는 수급 요인이 결정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태영건설우의 상장주식수는 약 64만 9,000주에 그쳐, 통상 품절주 기준으로 언급되는 1,000만 주를 크게 밑도는 초소형 종목이다. 시가총액 기준으로도 코스피 2,304위 수준에 머물러 현대건설, 삼성E&A 등 대형 건설 대장주와는 체급 차이가 크다. 유통 물량이 극도로 제한된 만큼 상대적으로 적은 거래대금만으로도 상한가와 하한가를 오갈 수 있는 구조적 특성이 현재의 급등을 키웠다는 것이다.

 

수급 주체를 보면 개인 중심의 단기 매매가 두드러진다. 최근 1개월간 외국인 보유율은 3.3% 안팎에서 거의 변하지 않았고, 기관 역시 뚜렷한 매수·매도 포지션을 취하지 않고 있다. 이날 매수·매도 상위 창구를 살펴보면 키움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개인 비중이 높은 증권사가 상위를 채우고 있어, 외국인이나 기관의 구조적 자금 유입보다는 개인들 간 손바뀜이 빠르게 반복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개인 투자자들이 짧은 기간 내 시세 차익을 노리며 치열한 머니 게임을 벌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적과 재무 지표는 지난해 바닥을 찍은 뒤 회복 국면에 진입한 상태다. 태영건설은 2023년 약 1조 4,000억 원대 순손실을 기록하며 대규모 적자를 냈지만, 2024년 들어 턴어라운드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24년 3분기 당기순이익은 1,13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2분기 대규모 적자에서 벗어나며 실적이 개선된 점은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연간 영업이익도 206억 원 안팎의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최악의 국면은 지나갔다는 시각에 힘이 실린다.

 

다만 높은 부채비율이 부담 요인으로 지적된다. 태영건설의 부채비율은 약 720% 수준으로 업계 평균을 크게 웃돈다. 회사가 수익성이 확보된 공공 공사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며 재무 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금리 수준과 부동산 경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 흐름에 따라 리스크가 확대될 여지도 남아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워크아웃 졸업 시점과 이후 자본 확충 전략 역시 주가에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주가 흐름은 기업 내부 요인뿐 아니라 테마성 장세와도 맞닿아 있다. 최근 동부건설우, 금호건설우 등 중소형 건설사 우선주들이 일제히 급등하는 이른바 건설 우선주 랠리가 나타났다. 시장 유동성이 제한된 가운데 가격 탄력이 큰 품절주·우선주로 시세 놀음을 노리는 투기성 자금이 쏠리며 오버슈팅 현상이 확대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펀더멘털 개선 속도보다 주가 상승 속도가 앞서가고 있다는 점에서 조정 리스크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단기 추격 매수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장중 상한가 잔량이 쌓이며 추가 상승 기대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지만, 이날 상한가 가격인 9,080원을 지지선으로 둘 경우 이탈 시 급락 전환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단기 트레이딩 전략으로 접근하더라도 손절 기준을 명확히 설정하고 변동성 확대 국면에 대비해야 한다는 조언이 제시된다. 중장기 투자자라면 워크아웃 졸업 가시화, 부채비율 하향 안정, 안정적 수익 기반 확보 여부를 확인한 뒤 접근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태영건설우의 현재 가격 수준에 대해 2024년 예상 실적 대비 밸류에이션 매력은 크지 않다며 단기 수급에 의해 주가가 떠받쳐지는 양상이기 때문에 뉴스 흐름이 바뀔 경우 조정 폭도 클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워크아웃 졸업과 재무 개선이 순차적으로 확인되면 장기적 재평가 여지도 생기겠지만, 지금 단계에서는 변동성이 잦아들 때까지 관망하는 전략이 상대적으로 보수적이라고 덧붙였다.

 

태영건설우는 상장주식수가 극히 적은 품절주이자 과거 관리종목 지정 우려가 제기됐던 회사의 우선주라는 점에서 위험도가 높은 종목으로 분류된다. 워크아웃 관련 소식이나 정부 정책 발표 여부에 따라 주가가 탄력적으로 반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투자자들은 향후 공시와 정책 방향, 건설 경기 지표 흐름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국내 건설·부동산 업황, 금리 수준, 정책 기조가 향후 관련 종목 주가 방향성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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