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관계 동석 조항 적용 안 돼"…법원, 김용현 변호인 감치 불복도 기각
법정에서의 변호인 소란을 둘러싸고 법원과 변호인단이 정면으로 맞섰다. 그러나 항고심 재판부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범죄 피해자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며 변호인 감치 처분을 그대로 유지했다. 법정 질서와 신뢰관계인 동석 제도의 경계가 다시 쟁점으로 떠오른 셈이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형사20부 홍동기 수석부장판사는 지난 10일 김 전 장관 변호인 권우현 변호사와 이하상 변호사가 제기한 감치 항고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신뢰관계인 동석 제도의 입법 취지와 적용 범위를 들어 원심 재판부의 동석 불허와 감치 결정이 재량 범위 안에 있다고 판단했다.

감치 처분은 지난달 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3부 이진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한덕수 전 국무총리 재판 과정에서 내려졌다. 당시 김 전 장관은 한 전 국무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 등 사건의 증인으로 법정에 나왔고, 변호인단은 김 전 장관과의 신뢰관계 동석을 요구하며 강하게 항의했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법원이 범죄로 인한 피해자를 증인으로 신문할 때, 증인이 현저한 불안 또는 긴장을 느낄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면 피해자와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을 동석하게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원래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에서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를 일반 범죄 피해자에게까지 확대한 장치다.
변호인단은 이 조항을 근거로 김 전 장관 역시 신뢰관계인의 동석을 허용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항고심 결정에서 "이 규정은 범죄로 인한 피해자 증인신문 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어 "종래 성폭력처벌법에만 규정돼 있던 제도를 일반 범죄 피해자에게 확장한 것"이라며 입법 취지를 상세히 설명했다.
무엇보다 재판부는 김 전 장관의 지위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김 전 장관은 내란 중요임무종사 등 혐의로 기소됐을 뿐 범죄로 인한 피해자라고 할 수 없다"며 "신뢰관계 동석권이 적용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피고인 신분인 김 전 장관을 피해자 보호 규정의 대상에 포함시키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변호인들에 대한 감치 사유도 모두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권우현 변호사와 이하상 변호사는 방청권이 없음에도 재판장의 퇴정 명령을 거부하고, 재판장 제지에도 계속 발언을 이어갔다. 재판부는 또 감치 처분 순간에 나온 "감치 처분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발언도 거론하며, 법정 질서 유지에 대한 명백한 불응으로 봤다.
변호인단은 감치 재판이 절차적으로 위법했다는 주장도 펼쳤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위반자들은 변호인 조력을 받고 싶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인정신문 자체를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조인을 선임할 때까지 재판을 연기해야 한다면 감치 재판이 지연될 우려가 있었다"고 밝혀 신속한 법정 질서 조치를 우선한 판단임을 시사했다.
한편 형사합의33부는 감치 사안과 관련해 권우현 변호사에 대해 추가 제재도 내렸다. 재판부는 지난달 19일 열린 감치 재판에서 권 변호사가 "해보자는 것이냐", "공수처에서 봅시다" 등 강한 표현을 사용한 점을 문제 삼아, 지난 4일 감치 5일을 추가로 선고했다. 앞서 선고된 감치 15일에 더해 제재 수위가 한층 높아진 셈이다.
법원 결정으로 신뢰관계인 동석 제도의 적용 범위와 변호인 법정행위의 한계가 다시 한 번 정리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변호인단이 추가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남아 있어, 향후 재판부와 변호인단 사이 법정 공방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