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위반 소지" 헌재 제동에 법사소위, 내란재판 중단 금지 법안 보류 기류
정치적 충돌 지점인 내란·외환죄 재판 방식과 헌법재판소의 권한을 둘러싸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사법기관이 맞붙었다. 위헌 소지 논란이 부상하면서 여야 공방과 함께 향후 정국 쟁점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는 8일 국회에서 회의를 열어, 내란·외환죄 형사재판에서 위헌법률심판 제청이 있더라도 재판을 중단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계속 심사하기로 했다. 사실상 처리를 미루고 추가 논의에 들어가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이날 소위 논의 과정에서 헌법재판소와 법원행정처, 법무부는 모두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에 대한 신중 검토 필요성을 제기했다. 특히 개정안과 연계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안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속도 조절에 나선 상황도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김용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장은 소위 회의 후 브리핑에서 "헌법재판소에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 관련 의견을 제시했고 이에 대한 내부 논의가 필요하다고 봤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위헌법률심판 기한을 1개월로 한정하느냐 등에 대한 신중 입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소위에 제출한 의견에서 개정안이 헌법 제107조 1항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조항은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법원의 제청으로 헌법재판소가 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특히 개정안이 위헌법률심판의 심판 기간을 일률적으로 1개월로 제한한 점을 문제 삼았다. 헌법재판소 측은 "일률적으로 1개월의 심판 기간을 정한 부분은 사안의 경중이나 난도에 따라 다소간 심판 기간의 차이가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법안심사1소위원회에 전달했다.
법원행정처도 우려를 나타냈다. 법원행정처는 "재판이 정지되지 않은 채 법률에 대한 위헌 결정이 날 경우 법원의 재판이 무효가 될 수 있는 상황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위헌 심판 전 재판을 강행했다가 사후에 해당 법률이 위헌 결정될 경우, 이미 선고된 판결의 법적 효력이 상실될 가능성을 경고한 셈이다.
법무부 역시 유사한 취지의 검토 필요 의견을 냈다. 법무부는 "형사재판의 판결 선고 후 심판 대상 법률이 위헌으로 결정된다면 이미 이뤄진 형사재판의 법률적 효력이 상실된다"며 재판 진행과 위헌 심사 간 정합성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따라 사법부와 행정부 법률 담당 부처가 모두 입법 과정에 제동을 건 모양새가 됐다.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법 개정안 처리 움직임을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의힘 소속 법제사법위원들은 이날 소위 도중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입법 시도를 정면 겨냥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위헌을 위헌으로 덮으려는 시도에 대해 위헌성 논란이 계속되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국민의힘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에 관한 법안도 조속히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해, 내란 관련 재판체계 개편 전반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다만 여야는 다른 현안 법안에 대해서는 합의 처리를 선택했다.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는 하급심 판결문 공개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 구체적인 공개 범위와 방식은 향후 하위 규정과 법원 지침 등에서 세부 검토가 이뤄질 전망이다.
반인권적 국가범죄의 공소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 제정안도 이날 논의 대상에 올랐으나, 법안심사1소위원회는 해당 법안을 계속 심사하기로 했다. 국가는 과거 반인권적 범죄에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라는 과제를 놓고 여야 간 추가 협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는 내란·외환죄 재판과 관련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과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문제를 두고 사법기관과 정치권의 신중론 속에 별도 과제로 남겼다. 향후 국회는 헌법재판소와 법원행정처, 법무부의 의견을 바탕으로 헌법과 형사사법 체계 전반에 미칠 영향을 추가 검토한 뒤 다음 회기에서 본격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