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더 못 믿겠다"…유정복, 재선모임서 지도부 향해 공천 혁명 촉구
정치적 위기감과 공천을 둘러싼 민감한 이해관계가 맞물리며 국민의힘 내부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재선 의원 모임과 초선 모임이 같은 날 국회에서 잇달아 회의를 열고 지도부를 향해 쓴소리를 쏟아내면서 지방선거를 앞둔 당내 민심 이반 우려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국민의힘 재선 의원 공부모임인 대안과책임은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지방선거 D-6개월 어떻게 해야 승리할 수 있나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내년 6월 3일 지방선거 전략을 논의했다. 토론회에선 박스권에 갇힌 당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면 지도부의 공천 권한 내려놓기와 중도층 확장, 인재 영입 강화가 핵심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발제자로 나선 유정복 인천광역시장은 시작부터 당 지도부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유 시장은 현재 여야에 대한 민심을 언급하며 "지금 민심은 한마디로 더불어민주당은 못 믿겠다, 불안하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더 못 믿겠다, 지지할 수 없다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들 처절하다, 위험하다고 하지만 그저 얘기뿐 실제 뒷받침할 어떤 노력도 뒤따르는 것을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유 시장은 과거 혁신과 인재 영입을 통해 총선 승리를 만들었던 사례를 상기시키며 현행 공천 시스템 전면 개편을 요구했다. 그는 "인재 영입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 사람을 통한 메시지보다 강렬한 게 없다"며 "어떻게 이기는 공천을 할까가 전제돼야 한다. 유불리를 따지고 정치적 계산을 하는 모습으로는 이번 선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도부와 현역 의원들이 스스로 공천 권한을 내려놔야 한다고 압박했다. 유 시장은 "당 대표부터 지도부, 국회의원들이 모두 우리에게 공천 권한은 없다고 선언하고 국민이 납득할 만한 혁명을 일으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원과 국민이 7대 3이다, 5대 5다 하는데 전국 상황이 다 다른데 이런 구태의연한 행태로 어떻게 극복하느냐. 정교하게 하려면 다 상황이 다르다"고 공천룰을 정면 비판했다.
지지율 논란과 관련해선 안이한 현실 인식도 도마에 올랐다. 유 시장은 "여론조사가 현실 인식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한심한 얘기를 하면 가능성이 없다. 전화 면접 조사는 못 믿는다 그런 얘기를 할 때가 아니다. 그건 희망 사항일 뿐"이라고 말하며 당 일각의 여론조사 불신론을 겨냥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김동근 의정부시장, 김영수 전 영남대학교 교수, 박동원 폴리컴 대표 등도 당 운영 방향에 대해 잇따라 고언을 내놓았다. 참석자들은 당 지지율이 낮은 상황에서 공천룰에 당심 비중을 높이면 국민이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수도권과 충청권, 부산·울산 등 승부처 지역에서는 중도 확장력이 약한 후보로는 승리가 힘들다는 분석을 내놨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도층 확장이 없을 경우 수도권과 충청권, PK에서 승리하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안과책임 소속 이성권 의원은 토론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날 논의 내용을 정리했다. 이 의원은 "지선을 맞이하는 상황이 녹록지 않다"며 "국민이 민주당의 사법 장악, 의회 독재에 실망하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더 큰 잘못과 과오를 저질렀기 때문에 이 점에 대한 사과와 반성이 전제돼야 한다는 게 공통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공천 권한 문제를 선거 승리의 출발점으로 제시했다. 이 의원은 "지선 승리의 전제조건은 당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공천 권한을 내려놔야 한다, 당권을 쥐었다고 공천을 전횡해선 안 된다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의견을 이른 시일 내에 종합적으로 정리해 지방선거총괄기획단과 지도부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는 대안과책임 소속 권영진, 박정하, 배준영, 서범수, 조은희, 최형두 의원을 비롯해 주호영, 김기현, 안철수, 김성원, 성일종, 이만희 의원 등 중진 의원들도 대거 참석해 당내 위기 인식을 공유했다. 재선과 중진급까지 한자리에 모이면서 지방선거 전략을 둘러싼 당내 논의가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한편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도 이날 국회에서 초선 모임 대표를 선출하기 위한 회의를 열고 향후 당 진로를 논의했다. 초선 모임 대표를 지낸 김대식 의원은 이임사에서 강경 투쟁 일변도 전략의 한계를 지적했다. 김 의원은 "투쟁만으로 국민 마음을 얻을 수 없다는 현실은 분명하다"며 "강한 투사도 필요하지만, 지선을 6개월 앞둔 지금은 국민의 마음을 읽고 길을 제시하는 전략이 더 요구되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신임 초선 모임 대표로는 박상웅 의원이 선출됐다. 박 의원은 "초선 의원들이 서로 소통하고 단결해서 당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을 찾아가겠다"고 밝혔다. 재선 모임의 공천 혁신 요구와 초선 모임의 전략 재정비론이 맞물리면서, 당내 세대와 계파를 넘어 위기 극복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앞으로 지방선거총괄기획단 논의를 통해 공천룰과 인재 영입 방안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국회와 당 지도부는 재선·초선 의원들의 쓴소리를 어떻게 수용할지, 실제 공천 과정에서 어떤 변화가 이뤄질지에 따라 지방선거 정국의 향배가 좌우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