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 우려가 체포로 번졌다”…캄보디아, 中 인플루언서 인신매매 가담 의혹에 수사 확대
현지시각 기준 11월 13일, 캄보디아(Cambodia) 프놈펜에서 중국(China) 출신 인플루언서가 국경을 넘나드는 인신매매 및 온라인 사기 조직에 가담한 혐의로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연락 두절로 실종과 납치 의혹이 제기됐던 인물이 일주일 만에 범죄 피의자로 드러나면서 중국 누리꾼 사이에서 충격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번 사건은 동남아를 무대로 한 중국인 대상 인신매매와 온라인 사기 범죄의 실태를 다시 한 번 부각시키고 있다.
현지 매체 캄보디아차이나타임스에 따르면, 캄보디아 경찰은 26세 중국인 여성 장무성을 불법 인신매매를 일삼는 온라인 사기 조직에 가담한 혐의로 11월 13일 체포했다. 장무성은 프놈펜 바쑤 교도소에 수감된 상태이며, 현지 법원은 15일 그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장무성이 10월부터 11월 사이 여러 차례 온라인 사기 행위에 연루됐고, 이 과정에서 국경을 넘는 인신매매 범죄에도 관여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차이나타임스가 입수한 구속영장 내용에 따르면, 장무성은 온라인을 통해 피해자들을 유인하거나 자금 세탁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은 범죄 수익의 일부가 장무성 명의 계좌로 흘러간 흔적이 포착됐다고 전했다. 당국은 관련 계좌 추적과 공범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수사 범위에는 장무성이 현지에서 접촉한 중국인과 캄보디아인 관계자들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장무성은 중국 SNS에서 ‘오렌지자매(橙子姐姐)’라는 이름으로 활동해 온 인플루언서다. 팔로워 약 11만 명을 보유한 그는 일상과 연애 관련 콘텐츠를 올리며 팬층을 넓혀 왔다. 그는 이달 초 “남자친구 ‘브라더 롱’을 만나러 간다”며 캄보디아행을 알린 뒤 연락이 끊겼고, 이후 중국 온라인 공간에서는 납치나 인신매매 피해 가능성을 우려하는 글이 잇따랐다.
장무성은 11월 5일부터 11일까지 SNS 댓글을 통해 “현재 캄보디아에 있고 13일 중국행 항공편을 예약했다”는 답글을 반복적으로 남기며 팬들의 불안을 누그러뜨리려 했다. 그러나 12일부터 어떤 댓글에도 응답하지 않으면서 실종설이 급속히 확산됐다. 가족들은 중국 수사 당국에 실종 신고를 접수하고, 캄보디아 주재 중국 대사관 등 외교 당국에도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소식이 중국에 전해지자 현지 누리꾼들은 “무사히 돌아오길 바란다”, “동남아 인신매매 조직에 끌려간 것 아니냐”며 장무성의 안전을 걱정했다. 동남아에서 중국인을 겨냥한 온라인 도박·사기·인신매매 조직이 잇달아 적발돼 온 상황과 맞물리며 여론의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도 최근 수년간 캄보디아, 미얀마(Myanmar), 라오스(Laos) 등지에서 활동하는 범죄 조직에 대한 단속과 자국민 귀국 지원을 강화해 왔다.
그러나 캄보디아 경찰의 체포 사실이 알려지면서 온라인 여론은 급변했다. 중국 SNS에는 “납치 피해자인 줄 알았는데 인신매매 조직원이라니 충격이다”, “인신매매를 하려고 팔로워를 모은 것이냐”는 비판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실종 소동으로 공공 자원을 낭비했다”며 장무성과 주변 인물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 내에서는 인플루언서가 국경을 넘는 범죄에 연루된 이번 사건이 SNS 영향력의 책임 문제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팬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영향력을 확대해 온 인물이 범죄 혐의에 휘말리면서, 영향력을 가진 개인이 범죄 네트워크의 ‘창구’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온라인 사기 조직이 광고, 투자, 구인 등 다양한 형태로 SNS를 활용하는 가운데, 인플루언서 계정이 잠재적 범행 도구로 쓰일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캄보디아와 중국 양국은 최근 수년간 온라인 사기와 인신매매 등 초국경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합동 수사와 정보 공유를 강화해 왔다. 중국 공안은 캄보디아 등지에서 검거된 자국민 범죄 용의자를 대거 송환한 바 있으며, 캄보디아 정부 역시 자국 이미지 훼손을 우려해 단속 수위를 높여 왔다. 이번 사건 역시 양국 사법 공조 체계 속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동남아 지역을 거점으로 한 온라인 사기와 인신매매 문제가 구조적 양상을 띠고 있다고 지적한다. 저개발 지역의 취약한 치안, 부패 문제, 코로나19 이후 악화된 경제 상황이 결합하면서 청년층이 고수익을 미끼로 범죄 조직에 포섭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을 포함한 인근 국가 청년들이 ‘해외 고소득 일자리’ 제안을 받고 현지로 이동했다가 여권을 빼앗기거나 강제 노동에 내몰리는 피해 사례도 꾸준히 보고돼 왔다.
다수의 국제 인권 단체와 현지 시민단체는 각국 정부에 강력한 단속과 함께 피해자 구조, 재활 지원을 확대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동시에 SNS 플랫폼 기업들에게도 의심 계정 모니터링과 범죄 연루 계정 차단, 수사기관과의 정보 공유를 강화하라는 요구가 높아지는 추세다. 온라인 공간이 범죄 조직의 주요 ‘영업 창구’로 기능하는 현실에서 플랫폼 책임을 둘러싼 논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장무성 사건에 대한 중국과 캄보디아 사법 당국의 최종 판단, 공범 수사 결과, 향후 송환 여부가 어떻게 결론 날지에 따라 국경을 넘는 인신매매와 온라인 사기 대응 방향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사회는 이번 사건이 동남아 지역 초국경 범죄 대응의 전환점이 될지, 그리고 SNS 시대 인플루언서의 책임 범위를 어디까지 설정할지에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