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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강제수용 논란”…의료계, 뺑뺑이 방지법에 반발 고조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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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의료체계 전반을 뒤흔들 법안이 추진되며 의료계 내부에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최근 응급실을 찾는 환자들이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치료받지 못하는 '응급실 뺑뺑이' 현상을 막기 위해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새 법안은 응급의료기관이 환자 수용 불가 시 중앙응급의료상황센터에 사전 고지하도록 하는 제도를 새롭게 도입했고, 24시간 당직체계와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별 전문의 2인 1조 근무 및 질환군별 전문의 배치 의무 조항도 담겼다.  

특히 이번 법안은 기존에 구급대원이 전화로 일일이 응급실 수용 가능 여부를 확인하던 절차를 대체하는 동시에, 의료기관 내 인력·시설·장비 배치 기준을 한층 강화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등 의료계는 이런 조치가 "응급실에 과도한 부담을 지운다"며, 현장 실정을 외면한 처사로 규정했다. 의료현장에서는 실제로 최근 응급의학과 전공의 복귀율이 50% 이하로 떨어지는 등 인력난이 심화되고 있고, 전문의들이 ‘5년 이내 응급의학과를 떠날 것’이라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의료계는 근본 원인으로 환자 흐름 관리 없는 강제수용 조치가 중증환자의 진료 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 응급치료와 최종치료 책임 분리가 부족해 의료진에 불합리한 법적 부담을 안기고 있으며, 응급치료 후 민형사 면책이 이뤄져야 수용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일본 등 해외 주요국도 선진 응급의료체계는 환자 분류·전원 인프라 정비와 함께 의료진 보호장치를 병행하는 추세다.  

이런 흐름과 달리 국내에서는 상급병원에 경증환자가 몰려 응급실 과밀화가 심화되고, 취약지 전원 인프라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응급실 강제수용 중단, 중증환자 보호를 위한 경증환자 수요 억제, 최종치료 인프라 확대, 응급의료 민형사 면책 등 전방위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법안에만 기댄 인프라 보강 없는 규제는 현장 혼란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나오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응급의료체계의 실질적 효율화는 단순 수용 강제가 아닌, 인프라 현대화와 의료진 보호장치 마련이 전제돼야만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산업계는 개정 법안의 의도는 긍정적이지만 실제 현장 안착 여부를 신중히 관찰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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