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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CC로 반도체 넘는다”…미코, 부뜰 인수로 IT전환 가속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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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기반 컨택센터 기술이 전통 제조기업의 사업구조까지 바꾸는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반도체 소부장 중심의 미코가 콜센터 솔루션 전문기업 부뜰정보시스템을 인수하며 AI 상담 자동화, 디지털 전환 서비스로 영역을 넓힌다. 업계에서는 제조와 IT 서비스가 결합된 이번 행보를 AICC 시장과 기업 IT 전환 경쟁의 분기점 중 하나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부뜰정보시스템은 5일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어 미코가 대주주로 변경됐다고 밝히며 그룹 공식 계열사 편입을 알렸다. 동시에 미코 자회사 에이아이세스의 서철욱 대표가 부뜰정보시스템 신임 대표로 선임됐고, 인공지능컨택센터와 AI 전환을 축으로 한 성장 전략이 제시됐다. 미코는 반도체 세정장비와 스마트 제조 솔루션을 공급해 온 코스닥 상장사로, 이번 인수를 통해 IT 서비스 역량을 그룹 차원의 신성장 동력으로 삼으려는 구체적 행보에 나선 셈이다.

기술 측면에서 부뜰정보시스템은 웹·서버 애플리케이션 개발과 시스템 통합을 기반으로 AICC 구축, 유지보수, 인프라 설계,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까지 포괄하는 IT 아키텍처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그동안 외교부와 협력해 영사콜센터 시스템 구축과 운영을 맡아 왔고, RPA 솔루션을 도입해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는 프로젝트도 수행했다. 이러한 경험은 대규모 민원 응대, 보안 요구가 높은 금융·공공 영역에서 복합 채널 상담 시스템을 설계한 실전 사례로 평가된다.

 

에이아이세스는 AI 콜봇, 생성형 상담 자동화, AICC 플랫폼을 금융·보험·공공기관에 공급해 온 업체로, 음성 인식과 자연어 이해, 상담 대화 요약 등 언어 기반 AI 기술을 축적해 왔다고 회사 측은 설명한다. AI 콜봇은 고객의 음성을 실시간으로 인식하고 의도를 분류해 적절한 안내를 수행하는 기술이고, 생성형 상담 자동화는 상담 이력과 업무 규정을 학습한 언어 모델을 활용해 답변 문장을 자동 생성하는 방식이다. 기존 IVR 기반 콜센터보다 상담사 연결 대기 시간을 줄이고, 응답 정확도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특히 이번 인수는 기존 온프레미스 콜센터 시스템과 클라우드 기반 AI 플랫폼을 통합하려는 시장 흐름과 맞물린다. 금융·제조·공공기관 고객들은 이미 구축된 상담 인프라를 유지하면서도 생성형 AI와 RPA를 결합해 업무 효율을 높이려 한다. 부뜰정보시스템은 SI와 운영 역량을 바탕으로 기존 시스템과 새 AI 모듈을 연동하는 역할을, 에이아이세스는 콜봇·대화형 AI 엔진을 제공하는 구조가 가능해진다. 두 회사의 협업이 구현되면 컨택센터 인프라 설계에서 AI 모델 운영까지 한 번에 제공하는 통합형 AICC 패키지가 경쟁무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 환경도 이 같은 전략에 우호적으로 형성되는 분위기다. 최근 금융권에서는 대출, 카드, 보험 등 문의가 복잡해지는 가운데, AI 상담 자동화로 콜센터 인력을 재배치하고 고객 응대 품질을 유지하려는 수요가 커지고 있다. 제조업과 공공기관도 장비 유지보수, 민원 상담에 AI를 도입해 24시간 응대 체계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더해 기업 전용 생성형 AI 인프라를 구축해 사내 지식과 문서를 학습시키려는 수요가 늘면서, AICC를 포함한 전사 업무 프로세스가 동시에 재설계되는 흐름도 나타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클라우드 사업자와 통신사, 대형 SI 기업들이 AICC를 핵심 전장으로 삼고 있다. 북미와 유럽에서는 생성형 AI를 활용한 콜센터 자동화 솔루션이 확산 중이고, 일부 업체는 상담사의 실시간 보조 도구와 사후 콜리뷰 자동 작성 기능까지 상용화했다. 국내에서도 통신, 금융, 플랫폼 기업을 중심으로 AI 콜봇 도입과 전용 언어모델 개발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미코 그룹이 제조 기반을 가진 기업으로는 드물게 콜센터 SI 전문사 인수와 AI 플랫폼 개발을 동시에 추진하는 점이 차별점으로 평가된다.

 

다만 AICC와 생성형 AI 솔루션의 본격 확산을 위해서는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활용 규제가 중요한 변수다. 금융·공공 분야 컨택센터는 민감한 고객 정보를 다루기 때문에, 상담 음성과 텍스트 기록을 AI 학습 데이터로 사용하는 과정에서 암호화, 비식별화, 접근 통제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또한 전산 인프라가 외부 클라우드에 위치할 경우, 정보 유출과 해외 데이터 이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관련 규정과 보안 인증을 충족하지 못하면 AI 기반 자동화의 도입 속도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있다.

 

서철욱 신임 대표는 부뜰정보시스템의 개발력과 에이아이세스의 AI 기술, 미코의 산업 역량을 결합해 AI 기반 전문 IT 기업으로 재편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부뜰정보시스템은 AI 기반 컨택센터 공동 개발, 생성형 AI 플랫폼 출시, 금융권과 제조업 대상 AI 솔루션 공급 확대, 전문 SI와 시스템 운영을 통합한 사업 구조 전환 등을 핵심 전략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기존 금융·보험 중심 고객을 기반으로 AICC 관련 신규 프로젝트를 확대하고, 기존 고객에 대한 AI 고도화 사업을 병행해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제조와 IT 서비스, AI 플랫폼이 결합한 미코 그룹의 행보가 국내 AICC 시장의 경쟁 구도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동시에 AI 자동화 도입이 상담 품질과 일자리 구조에 미칠 영향을 둘러싼 논의도 이어질 전망이다. 산업계는 이번 인수가 실제 매출 성장과 서비스 혁신으로 이어지며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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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코#부뜰정보시스템#에이아이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