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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전문자격 특례 엄격히 봐야”…중앙행심위, 국세업무 경력 세무사 자격 청구 기각

한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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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자격증 특례를 둘러싼 형평성 논란과 공직사회 특혜 논쟁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국세 업무 공무원의 세무사 자격증 부여 청구를 기각하면서, 공무원 경력에 기반한 자격 특례는 보다 엄격히 해석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기 때문이다.

 

국민권익위원회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20일 국세 관련 공무원으로 근무한 A씨가 제기한 세무사 자격증 교부신청 거부 처분 취소 청구를 기각했다고 밝혔다. A씨는 과거 구 세무사법 규정을 근거로 자신이 시험 없이 세무사 자격을 받을 수 있는 대상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권익위에 따르면 A씨는 국세에 관한 행정사무에 종사한 경력이 10년 이상이고, 일반직 5급 이상 공무원으로 5년 이상 재직한 경력이 있어 구 세무사법상 세무사 자격증 자동 부여 요건을 충족한다고 신청했다. 구 세무사법은 이러한 공무원에 대해 시험 전 과목 면제가 아니라 자격증 자체를 부여하는 특례를 두고 있었다. 현재는 제도 개편으로 시험 일부 면제만 가능한 구조로 바뀐 상태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A씨의 세부 근무경력을 검토한 뒤, 맡았던 업무 가운데 상당 부분이 국세에 관한 행정사무가 아니라 일반 행정사무에 해당한다며 세무사 자격증 교부신청을 반려했다. 이에 A씨는 자신이 실제로는 국세 행정사무에 종사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A씨가 근무한 부서와 직무 내용을 토대로 국세 행정사무 해당 여부를 따져본 결과, 일부 경력은 국세 행정과 직접 관련이 없는 일반적 행정사무로 판단했다. 위원회는 국세에 관한 행정사무라는 문언을 폭넓게 인정할 경우, 세무사 자격 자동 부여 제도의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고 봤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결정문에서 구 세무사법의 특례 규정은 전문성을 갖춘 고위급 국세 공무원의 경력을 활용하려는 목적에서 마련된 것으로, 대상 직무 범위를 넓게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세무사 자격증이 부여되면 곧바로 세무대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만큼, 관련 경력 인정은 신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조소영 중앙행정심판위원장은 이번 결정의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공무원에게 전문자격증을 부여하거나 시험의 일부 면제혜택을 부여하는 데 있어 근무 경력 인정 범위를 엄격히 해석한 것”이라며 “특혜 시비 차단 및 일반 수험생과 형평성을 도모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조 위원장의 언급은 공직 경력에 따른 자격 특례가 무분별하게 확대되지 않도록 선을 그은 것으로 해석된다.

 

정치권과 수험생 사이에서는 그동안 공무원 출신에게 주어지는 각종 전문자격 특례를 둘러싸고 논쟁이 이어져 왔다. 세무사뿐 아니라 변호사, 공인노무사 등 일부 자격 분야에서도 유사한 논점이 반복돼 왔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따라서 이번 판단이 향후 다른 자격시험 특례 제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와 국회는 자격시험 제도 전반에 대한 공정성 요구와 전문 인력 수급이라는 정책 목표 사이에서 선택을 요구받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유사 행정심판 사례와 법원 판례, 국회의 관련 법 개정 논의가 맞물리며 공무원 경력 특례의 범위와 기준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질 전망이다.

한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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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행정심판위원회#국민권익위원회#세무사자격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