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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모건 헬스케어 간 K바이오, 신년 빅딜 시험대 오른다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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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제약바이오가 새해 벽두 글로벌 자본시장 앞에 다시 선다.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투자 행사로 꼽히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국내 주요 기업들이 대거 참가해 신약 파이프라인과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 전략, 글로벌 기술이전 청사진을 내놓을 예정이다. AI·유전자 치료제·대사질환 치료제 등 신기술 분야에서 미국과 유럽 빅파마의 파트너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업계는 이번 행사를 K바이오 기술수출과 대형 딜 재점화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 국내 상장 대형 바이오사와 디앤디파마텍, 알테오젠, 휴젤 등 성장 기업들이 12일부터 15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제44회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참가한다.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는 매년 1월 샌프란시스코 웨스틴 세인트 프란시스 호텔을 중심으로 열리는 제약바이오 분야 최대 규모 투자 행사로, 올해는 제약·바이오·헬스케어 기업 1500여 개, 참가자 8000명 이상이 모일 것으로 추정된다. 공식 발표에 나서는 기업만 500곳에 이르며 대부분이 글로벌 기관투자가와 빅파마 사업개발 담당자 앞에서 기술과 사업 전략을 직접 설명하는 구조다.  

국내 기업 중 공식 초청을 받아 발표에 나서는 곳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디앤디파마텍, 알테오젠, 휴젤 등 다섯 곳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은 콘퍼런스 핵심 무대인 메인 트랙에서, 디앤디파마텍과 알테오젠, 휴젤은 아시아태평양 세션에서 발표한다. 메인 트랙은 북미와 유럽 기관투자가들이 가장 주목하는 자리로, 글로벌 톱티어 기업과의 어깨 나란히를 의미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로 10년 연속 공식 초청을 받았다. 존림 대표이사 사장이 무대에 올라 지난해 실적과 생산 능력 확충 결과, 올해 사업 계획과 중장기 비전을 제시한다. 특히 최근 미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으로부터 미국 메릴랜드주 록빌 생산시설 인수 계약을 체결한 뒤라, 인수 자산을 글로벌 생산 허브 전략에 어떻게 편입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CDMO로서 북미 현지 생산 거점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글로벌 의약품 공급망 재편 흐름 속 입지 강화 포인트가 부각될 전망이다.  

 

셀트리온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메인 트랙 발표에 나선다. 서진석 대표가 단독 연사로 참여해 바이오시밀러와 자가면역질환, 항암제 파이프라인 전략을 포함한 중장기 사업 방향을 설명할 예정이다. 지난해에는 서정진 그룹 회장이 동행했지만, 올해는 2세 경영 전면 등판이라는 상징성이 더해진다.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북미와 유럽에서 가격 경쟁을 넘어 포트폴리오·서비스 경쟁으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셀트리온이 어떤 차별화 전략을 내놓을지에 투자자 관심이 모인다.  

 

신약 파이프라인 측면에서는 디앤디파마텍이 간 질환 분야에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슬기 대표는 미국에서 임상 2상 투약 중인 MASH 치료제 DD01의 12주 및 24주 투약 중간 데이터를 발표한다. MASH는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으로, 비만과 당뇨 증가에 따라 환자 수가 급증하는 분야다. 아직 확실한 표준 치료제가 없고 빅파마들이 후보물질을 다수 보유하고 있어, 임상 2상 단계에서 의미 있는 안전성과 효능 데이터를 제시하면 기술이전 협상력이 커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휴젤은 보툴리눔 톡신과 필러 등 에스테틱 포트폴리오를 중심으로 글로벌 사업 확장 전략을 공유한다. 캐리 스트롬 글로벌 CEO와 장두현 한국 CEO가 함께 나서 미국과 유럽 시장 진출, 제품 라인업 고도화, 디지털 마케팅 접목 등 미래 성장 비전을 설명할 계획이다. 알테오젠은 전태연 신임 대표가 맡아 인간 히알루론산 분해효소 기반 피하주사 제형 전환 기술과 바이오베터·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을 소개하며 추가 기술이전·공동개발 기회를 모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대기업 총수 일가의 움직임도 눈에 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지주 부사장 겸 롯데바이오로직스 각자대표가 박제임스 각자대표와 함께 현장을 찾을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미국 시러큐스 공장 인수 후 CDMO로 체질 전환을 추진 중인 만큼, 글로벌 고객사 확보를 위한 네트워크 확대가 관전 포인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장녀 최윤정 SK바이오팜 전략본부장도 이동훈 대표와 함께 JPM에 참석해 글로벌 뇌전증 치료제와 중추신경계 파이프라인의 추가 기술수출, 공동개발 논의를 이어갈 전망이다. 그룹 차원에서 바이오·제약을 성장축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글로벌 투자자에게 재확인하는 자리라는 평가다.  

 

전통 제약사와 혁신 바이오텍들도 비공식 미팅을 통해 기술이전과 공동연구 기회를 탐색한다. 한미약품, 유한양행, JW중외제약, 녹십자, 동아에스티, 일동제약 등이 연구개발과 사업개발 담당 임원을 보내 글로벌 빅파마와 비공개 파트너십 미팅을 잡아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온코닉테라퓨틱스, 메드팩토, 에이비엘바이오, 알지노믹스, 에스티큐브,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 유노비아, 아이디언스, LG화학 등도 현장에서 IR과 파트너십 논의를 병행한다.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는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에 이미 여러 차례 굵직한 빅딜을 안긴 행사로 꼽힌다. 유한양행은 2018년 콘퍼런스에서 폐암 신약 레이저티닙을 소개한 뒤 같은 해 11월 미국 얀센과 총 1조4000억원 규모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해 글로벌 기술이전의 대표 사례로 남았다. 에이비엘바이오 역시 JPM을 발판으로 2022년 1월 사노피와 약 1조3000억원 규모의 이중항체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고, 지난해 11월에는 일라이 릴리와 3조8000억원 수준의 추가 기술이전 계약을 성사시키며 플랫폼 기술의 가치를 입증했다.  

 

글로벌 제약 시장에서는 블록버스터급 특허 만료가 본격화되고, 항암 면역치료제와 희귀질환 치료제, MASH, 중추신경계 질환 등에서 혁신 파이프라인 수요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빅파마가 자체 개발만으로는 파이프라인 공백을 메우기 어렵기 때문에 외부 기술 도입과 공동개발, CDMO 활용에 적극 나서고 있어 K바이오 기업들에 기회가 열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미국 통화 긴축과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여파로 헬스케어 투자 심리가 예년만 못한 만큼, 단기 대형 딜 성사 여부보다는 중장기 파이프라인의 기술 경쟁력과 상업화 가능성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제시하느냐가 관건으로 꼽힌다. 국내 기업 간 파이프라인 중복과 임상 단계 편중 문제, 글로벌 임상 운영 역량 격차도 여전히 해결 과제로 지적된다.  

 

업계 관계자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실제 계약이 바로 체결되기보다는 1년 이상 이어지는 기술 검증과 협상의 출발점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K바이오 기업들은 단기 수출 실적보다 글로벌 파트너가 납득할 만한 데이터와 생산 역량, 규제 대응 체계를 얼마나 명확하게 보여주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올해 JP모건 무대에 오른 K제약바이오의 발표와 미팅 결과가 향후 2년간 국내 바이오 생태계의 투자 환경과 기술이전 흐름을 가를 변수로 보고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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