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 약침으로 우울 60퍼센트↓”…자생, 사고후유증 치료 근거 제시
교통사고 후 남는 심리적 후유증 관리에 한의통합치료가 효과를 보였다는 임상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한약 유래 성분을 경혈에 주입하는 약침 치료를 기존 한의치료에 추가했을 때 불안·우울 척도가 60퍼센트 가까이 감소해, 기존 정신과 약물 중심 치료를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비약물 대안으로 주목된다. 정신건강 부작용 우려와 치료 접근성 한계를 동시에 줄일 수 있는 옵션이어서 디지털 헬스·정신의료 시장에서도 활용 논의가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 업계는 한의 기반 통합치료가 교통사고 손해보험, 산재, 직장 복귀 프로그램까지 연계되는지에 따라 관련 산업 성장 속도가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는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신병철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교통사고 환자의 심리적 스트레스에 대한 한의 약침 치료 효과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통합의학연구에 게재했다고 26일 밝혔다. 논문은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 확장판에 해당하는 SCI E급 저널에 실리면서, 그동안 경험적 수준에 머물렀던 교통사고 후 약침 치료의 근거 기반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연구진은 2023년 11월부터 2024년 4월까지 교통사고 발생 후 3일 이내 해운대자생한방병원에 입원한 환자 50명을 대상으로 전향적 관찰을 진행했다. 대상자는 모두 병원 불안 및 우울척도인 HADS에서 중등도 이상 심리적 스트레스 수준을 보인 환자들로, 단순 통증 치료를 넘어 정신적 후유증 관리가 필요한 집단이었다. 연구 설계 단계에서 정신과적 응급 상황, 심각한 기저 정신질환 등은 제외해 안전성을 확보했다.
모든 참여자는 입원기간 동안 침, 추나요법 등 근골격계 손상 완화를 위한 한의통합치료를 공통으로 받았다. 여기서 25명은 추가로 약침치료군으로 배정돼 입원 2일 차부터 퇴원 전날까지 하루 1회씩 심리 안정 목적의 스트레스 약침 치료를 병행했다. 나머지 25명은 일반 한의치료군으로 두고 약침을 제외한 동일 수준의 통합치료만 진행했다. 연구진은 두 군 간 심리 지표 변화를 비교해 약침의 추가 효과를 평가했다.
약침은 한약에서 추출한 천연물 성분을 극소량으로 정제해 경혈에 주입하는 치료로, 약물효과와 침 자극을 동시에 노리는 한의학 특유의 융합 기법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황련해독탕, 자하거, 가미사물안신탕 약침 등이 사용됐다. 황련해독탕은 전통적으로 열을 내리고 흥분을 가라앉히는 처방, 자하거는 회복 촉진과 피로 개선, 가미사물안신탕은 긴장 완화와 수면, 불안 조절에 활용돼 왔다. 연구진은 환자의 체질과 증상에 따라 이들 약침을 조합해 가슴 명치, 단전, 발목 부위 등 스트레스·자율신경 조절에 쓰이는 경혈에 시술했다.
핵심 평가지표는 HADS 총점 HADS T였으며, 불안 하위지표 HADS A와 우울 지표 HADS D를 별도로 분석했다. 아울러 환자 스스로 체감하는 증상 강도를 숫자화한 NRS를 통해 불안, 우울, 신체 통증 정도도 함께 체크했다. 여기 더해 충격 스트레스 지수, 불면 지수, 삶의 질 지표 등 광범위한 심리·생활 기능 평가가 병행돼 단순 기분 변화가 아닌 전반적인 회복 양상을 파악하도록 설계됐다.
연구 결과 약침치료군의 HADS T는 입원 시 15.84점에서 퇴원 시 6.82점으로 낮아졌다. 중등도 수준 심리 스트레스가 경도 수준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감소율로는 약 60퍼센트에 근접한다. 같은 기간 일반 한의치료군은 15.04점에서 9.11점으로 줄어 감소율이 약 40퍼센트였다. 두 군 모두 호전을 보였지만, 약침 병행 시 개선 폭이 뚜렷하게 컸다는 분석이다.
주관적 체감 지표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약침치료군의 불안 NRS는 0에서 10점 척도 기준 5.64에서 2.23으로, 우울감은 5.28에서 2.17로 각각 50퍼센트 이상 감소했다. 일반 한의치료군의 불안·우울 NRS 감소율이 약 40퍼센트 수준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약침 병행으로 약 10퍼센트포인트 더 큰 완화 효과가 확인됐다. 근골격계 통증에 대한 NRS도 전체적으로 낮아져 신체 통증·심리 증상이 맞물려 완화되는 이른바 신체화 증상 개선 패턴이 관찰됐다.
충격 스트레스 지수, 불면 지수, 삶의 질 점수 역시 두 군 모두에서 호전을 보였으며, 약침치료군에서 개선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르고 폭도 컸다. 특히 퇴원 후 15일, 2개월 시점에서 진행한 추적 평가에서도 두 군 모두 호전 추세가 유지되면서, 약침치료군이 일반 한의치료군보다 회복 경사가 더 가파른 양상을 보였다. 교통사고 후 초기 개입이 중장기 심리후유증을 줄일 수 있다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데이터로 해석된다.
안전성 측면에서는 치료 전 과정을 통틀어 약침과 관련된 중대한 이상반응은 보고되지 않았다. 경미한 주사부위 통증이나 멍 등 일시적 증상이 일부 관찰됐으나, 자연 소실 범위 내였고 추가 처치는 필요하지 않았다. 항우울제, 항불안제 사용 시 흔히 나타나는 불면, 어지럼, 위장 장애 등 전신성 부작용이 관찰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약물치료가 부담스러운 환자들에게 현실적인 대체안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교통사고 후 심리적 후유증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만성 불안, 우울증, 불면 등으로 이어지며, 직업 복귀 지연과 대인 회피, 치료 순응도 저하 등 2차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최근에는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 확산과 맞물려 사고 발생 후 정신건강 관리가 보험사와 의료기관의 새로운 비용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초기 입원 단계에서 통합 한의치료를 적용해 신체·정신후유증을 동시에 관리하면 향후 의료비와 사회적 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셈이다.
글로벌 차원에서 보면 사고 후 정신건강 관리는 주로 심리상담, 인지행동치료와 항우울제, 항불안제 처방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디지털 치료제와 온라인 심리 플랫폼을 통한 원격 관리가 빠르게 확산 중이다. 반면 약침과 같은 한의학 기반 침습적 비약물 치료는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임상경험이 쌓여 왔으나, 서구권에서 통계적 근거를 갖춘 연구는 드문 편이다. 이번 SCI E급 국제학술지 게재는 동양 전통의학 기법이 정신건강 영역에서도 근거 기반 의학 EBM 관점에서 데이터를 축적하는 흐름과 맞물려 있다.
국내 보험·정책 환경에서도 영향권이 예상된다. 현재 교통사고 피해자의 한의치료는 자동차보험을 통해 상당 부분 보장되고 있지만, 정신과적 진단과의 연계, 장기 추적 관리 체계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다. 향후 약침을 포함한 한의통합치료가 교통사고 후 표준 진료 경로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추가 무작위 대조연구, 대규모 다기관 연구, 비용 효과 분석 등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신건강 분야 헬스케어 기업 입장에서는 약침·추나 등 시술 기반 치료를 디지털 모니터링, 웨어러블 데이터와 결합해 하이브리드 관리 모델을 설계할 여지도 있다. 예를 들어 입원·외래 시 한의통합치료를 받고 퇴원 후에는 모바일 앱으로 불안, 수면, 통증 NRS를 추적 관리해 재악화 시 조기 개입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수집되는 정량 데이터는 향후 인공지능 기반 예후 예측 모델 학습에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손자연 한의사는 교통사고 후 불안과 우울 같은 심리적 스트레스는 시간이 지나도 회복이 더딘 경우가 많아 장기적인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번 연구를 계기로 교통사고 환자의 신체와 정신 회복을 함께 고려한 한의통합치료 모델을 더 정교하게 구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한의·정신건강 융합 치료가 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 직장 복귀 프로그램 등 여러 제도권과 어떻게 연결될지, 그리고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를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