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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의 맛, 예술을 거닐다”…제주 가을엔 일상과 여행의 경계가 흐려진다

송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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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제주만의 일상’을 누리려는 여행자가 눈에 띄게 늘었다. 한때 관광 코스 위주의 스폿이 전부였던 이 섬은 지금, 로컬의 맛과 예술, 체험이 어우러진 공간에서 삶의 새로운 결을 찾는 이들에게 가장 가까운 ‘다른 일상’이 되고 있다.

 

제주시 애월읍의 토토아뜰리에는 직접 제주 로컬푸드를 만지고 요리하는 셀프 쿠킹 체험 공간이다. 바다와 한라산을 품은 통유리 스튜디오에서 가족, 연인, 친구가 모여 전담 포토그래퍼와 함께 추억을 촬영한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연령에 맞는 메뉴를 고르고, 남쪽 바람을 맞으며 신선한 재료를 손질하는 시간이 여행의 깊이를 더한다. 요리를 하며 어머니와 함께 대화를 나눴다는 한 방문객은 “제주에서 한식을 만들다 보니 무심코 웃음이 났다”고 표현했다.

출처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아끈다랑쉬 오름)
출처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아끈다랑쉬 오름)

이런 변화는 이색 공간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이어진다. 서귀포의 테디베어뮤지엄과 박물관은살아있다 제주는 단순 전시가 아니라, 관람객이 과거와 동심, 예술의 경계에 직접 발을 들이는 ‘체험형 전시’로 진화하고 있다. 세계 곳곳의 테디베어가 명화·역사를 재해석하는 모습이나, 그림 속 한 장면이 된 듯한 착시에 빠지는 미디어아트. 가족, 연인 사진으로 SNS 인증을 남기는 건 물론, “익숙한 소재로 새로운 시간을 보냈다”는 반응이 이어진다.

 

실제 박물관, 체험 공간의 다양화는 데이터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제주 문화·체험형 관광지의 인기와 방문 비중이 매년 성장세다. 날씨에 구애받지 않는 실내 체험, 가족 단위 맞춤형 메뉴, 감성적 포토스폿 등이 선택의 기준이 된다. 예술과 건축 팬들 사이에서 ‘성지’로 꼽히는 본태박물관 또한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노출 콘크리트와 세계 거장들의 현대미술, 전통 공예가 조화롭게 공존한다.

 

전문가들은 “일상과 여행의 경계가 허물어진다”고 진단한다. 문화기획 분야 관계자는 “요즘 사람들은 여행지의 음식이나 전시, 체험을 통해 ‘나만의 제주 라이프’를 상상한다”며 “가족과 일상적인 순간을 특별하게 남기려는 니즈가 크다”고 말했다.

 

커뮤니티 반응도 흥미롭다. “아이랑 첫 요리 만들어 봤는데 가족 사진이 제일 마음에 남았다”, “전시장에서 현실과 예술이 겹치는 느낌이라 신선했다”는 체험 후기가 이어진다. 계절 감성, 나만의 휴식, SNS ‘기록’에 무게를 두는 흐름도 포착된다.

 

이렇게 작은 체험 하나, 한 장의 사진, 한 번의 시도에서 취향과 감각을 찾아가는 지금. 제주 가을은 관광지가 아니라 ‘제주 속의 또다른 나’를 마주하는 시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결국 중요한 건, 내가 어떻게 나답게 휴식을 누릴 것인가일 것이다.

송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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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토토아뜰리에#본태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