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담 넘던 그 밤 다시 걷는다”…우원식, 12·3 비상계엄 해제 다크투어 동행
비상계엄 해제를 둘러싼 충돌의 기억이 다시 국회로 소환됐다. 국회 담을 넘어 본회의를 열었던 우원식 국회의장이 시민과 함께 그날의 동선을 따라 걸으며 계엄 해제 표결의 의미를 되짚겠다고 나서면서 정치적·역사적 논쟁이 재가열되는 모양새다.
국회사무처는 26일 비상계엄 해제 1주년을 맞아 12월 3일부터 5일까지 국회 일대에서 ‘그날 12·3 다크투어’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첫날인 다음 달 3일에는 우원식 국회의장이 직접 참여해 시민을 대상으로 계엄 해제 표결의 과정과 헌정 질서 회복 의미 등을 설명한다.

다크투어는 전쟁, 재난, 학살, 대참사 등 비극적인 역사가 벌어진 장소를 찾아가 어두운 기억을 공유하고 성찰하는 취지의 답사 활동을 가리킨다. 국회 다크투어는 지난해 12월 3일 밤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이 이뤄진 본회의와 그 전후 상황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국회 사무처는 행사 취지를 두고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헌법적 절차에 따라 신속하게 비상계엄 해제요구를 결의했던 그날의 밤을 기억하고자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국회는 계엄 선포 이후 논란이 고조되는 가운데, 헌법이 부여한 권한에 따라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을 표결에 부쳤다.
우원식 의장은 작년 12월 3일 밤 계엄 해제 표결을 위해 본회의를 열어야 했지만, 국회 진입로가 봉쇄되자 담을 넘어 의사당으로 들어간 장면으로 전국적 주목을 받았다. 그는 경찰과 계엄군의 통제선을 뚫고 본회의장 개의를 주도한 인물로 기록돼 있다.
우 의장은 다음 달 3일 오후 5시 진행되는 프로그램에서 시민들과 함께 자신의 행적을 따라 국회 주변을 둘러본다. 계엄 당시 월담 장소, 계엄군 헬기가 착륙했던 국회 운동장, 계엄군과 국회 측이 격렬하게 대치했던 국회의사당 2층 현관 등이 주요 답사 지점으로 포함된다. 우 의장은 각 지점마다 당시 상황과 정치권 안팎의 긴장을 직접 설명할 계획이다.
참가 인원은 일반 시민 190명으로 제한된다. 국회 사무처는 이 숫자가 경찰과 계엄군의 봉쇄를 뚫고 본회의장에 모여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했던 190명의 국회의원 수와 같다고 설명했다. 당시 재적 의원 중 190명이 표결에 참여해 헌법 절차에 따른 계엄 해제 요구 결정을 이끌어냈다는 상징성을 부여한 셈이다.
우원식 의장이 동행하는 3일 프로그램과 별개로, 일반 투어는 12월 4일 세 차례, 5일 두 차례 등 총 다섯 차례 운영된다. 답사 동선과 현장 설명은 기본적으로 동일하게 구성되지만, 3일 프로그램에만 국회의장이 직접 참여한다.
참여 신청은 26일 오후 3시부터 국회통합예약시스템을 통해 선착순으로 진행된다. 국회 사무처는 온라인 예약 방식으로 신청을 받되, 안전과 동선 관리를 위해 회차별 인원을 나눠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우 의장은 이날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행사 기획 방향을 직접 소개했다. 그는 "도슨트를 비롯해 학술대회 등 여러 행사를 준비 중"이라며 "국회에서 의결을 통한 비상계엄 해제가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중심으로 한다"고 말했다. 국회 차원의 학술행사와 해설 프로그램을 병행해, 계엄 해제 표결을 국제 민주주의사에 위치 지우겠다는 구상이다.
정치권에선 국회가 주도하는 다크투어를 계기로 계엄 선포와 해제 과정 전반을 둘러싼 공방이 재점화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특히 당시 계엄 조치의 법적 정당성과 국회의 대응이 적절했는지를 두고 여야 평가가 엇갈려 온 만큼, 답사 과정에서 제기될 시민들의 문제의식이 향후 국회 논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회는 비상계엄 해제 1주년을 계기로 다크투어와 학술대회, 기록 정리 작업을 연계해 절차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부각하겠다는 구상이다. 향후 여야는 계엄 관련 입법 보완이나 제도 점검 논의를 병행하면서, 다음 정기국회에서 계엄 제도 개선 방안을 둘러싼 본격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