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독주 막느냐 마느냐의 재판"…나경원, 패스트트랙 1심 선고 출석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과 사법 판단이 다시 맞붙었다. 2019년 물리적 충돌로까지 번졌던 여야 대치가 1심 선고를 계기로 다시 쟁점으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20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출석해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1심 선고를 앞두고 재판부의 판단에 무게를 실었다. 나 의원은 이날 오후 1시 46분께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 장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리는 선고 공판에 출석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 재판은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의회 독주를 막느냐 마느냐의 재판"이라고 말했다.

나 의원은 재판의 의미를 현 정국과 직접 연결했다. 그는 "더 나아가 이재명 정권의 독주와 전체주의적 국가 운영을 저지할 수 있는 힘을 야당에 주느냐 마느냐의 판결"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재판부를 향해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나 의원은 또 이번 사건이 정치적 기소였다고 보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정치적 의도가 개입됐다는 취지의 인식을 드러냈다. 야권 전직 지도부를 포함한 대규모 기소 사건인 만큼, 판결 내용에 따라 여야의 공방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관측도 뒤따랐다.
나 의원을 포함한 자유한국당 관계자 27명은 2019년 4월 국회에서 물리력을 행사한 혐의로 2020년 1월 기소됐다. 이들은 채이배 당시 바른미래당 의원을 의원실에 가둬 회의 참석을 막고, 국회 의안과 사무실과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회의장을 점거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자유한국당은 현재의 국민의힘 전신이다.
당시 여야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법안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법안 등을 신속처리 안건, 이른바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할지를 두고 강하게 충돌했다. 국회 안팎에서 몸싸움과 물리적 제지가 이어졌고, 특히 채이배 의원을 둘러싼 강제 이동과 사무실 대치 장면은 정치권과 여론의 큰 논쟁을 불러왔다.
검찰은 앞선 결심 공판에서 주요 피고인들에게 실형을 요청했다. 검찰은 나경원 의원에게 징역 2년을, 황교안 전 국무총리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각각 구형했다. 또 송언석 의원에게는 징역 10개월과 벌금 200만 원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다수 전·현직 의원이 함께 기소된 사건인 만큼 유죄 여부와 형량은 향후 국회 내 물리력 행사 관행에 대한 기준으로도 작용할 전망이다.
한편 피고인 중 한 명이던 고 장제원 전 의원에 대해서는 지난 4월 사망이 확인되면서 법원이 공소기각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사망으로 더 이상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정치권에선 이날 선고를 앞두고 긴장감이 고조된 분위기다. 여권에선 국회 폭력 사태에 대한 사법부의 단호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기류가 강한 반면, 야권에서는 야당의 의정 활동을 형사처벌로 제약해선 안 된다는 논리가 맞서고 있다.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1심 판결은 향후 국회의장 직권상정, 신속처리 안건 지정 과정 등의 물리적 저지 수단에 대한 경계선을 다시 그릴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정치권은 선고 결과에 따라 책임 공방과 제도 개선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국회는 다음 회기에서 패스트트랙 제도 운영 방식과 국회 내 물리력 행사 금지 규범을 두고 본격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