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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가을날, 직지사 숲길을 걷다”…자연과 문화에 스며드는 김천 여행

임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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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는 기준이 달라졌다.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 쉬는 법과 배우는 일이 모두 필요한 계절에는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도시를 택하는 이들이 많다. 10월의 김천은 그런 여정에 딱 맞는 리듬을 펼쳐 보인다.

 

요즘은 김천 직지사의 가을 산사를 걷는 풍경이 SNS에서 자주 포착된다. 흐린 하늘 아래, 아직 남아 있는 구름과 단풍이 산사마당에 멈춘 오후. 한 방문객은 “숲길을 걷다가 불현듯 들리는 새소리가 마음을 가만히 내려앉힌다”고 표현했다. 직지사 대웅전의 오래된 기둥을 어루만지며 사색에 빠지는 사람들도 늘었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김천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김천

이런 변화는 지역 내 체험 데이터에서도 드러난다. 김천세계도자기박물관에는 뜻밖에도 20대 관람객이 늘었고, 한 조사에서는 “단순 관람이 아니라 도자기 예술의 배경을 이해할 수 있어서 값진 시간”이라는 평이 많았다. 산내들광장과 부항댐 일대 역시 가족 단위 방문으로 붐빈다. 카약, 전동바이크, 글램핑 등 ‘자연 속에서 액티브하게 머무는’ 라이프스타일이 새롭게 인기다.

 

여행 칼럼니스트 김모 씨는 “가을 김천의 본질은 다채로움”이라며 “직지사에서 고요와 위로를, 도자기박물관에서 배움의 기쁨을, 산내들광장에서는 속도와 들뜸을 고루 맛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만큼 다양한 세대가 각자의 속도를 따라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현장 반응도 남다르다. “커피 한 잔과 책 한 권으로도 직지사 숲길이 완성된다”, “부항댐의 출렁다리를 오르고 나면 저절로 사진을 남기고 싶어진다”는 커뮤니티 후기가 이어진다. 특히 노을 무렵의 부항댐은 “시간이 멈춘 듯한 감각을 준다”는 평이 돌았다.

 

김천에서의 하루는 결국 ‘느림과 채움’ 사이에서 완성된다. 오래된 산사의 침묵, 도자기의 화려한 문양, 물담은 산내들광장까지—작은 여정에도 풍요로움이 깃든다. 여행자는 그 시간, 풍경과 순간에 몰입하며 고유한 일상을 가져온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임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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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직지사#부항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