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규제 위험은 줄었지만 실사용이 관건”…리플 XRP, 장기 전망 둘러싼 기대와 경고

임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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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2025년 11월 23일, 미국(USA) 경제 매체 포브스(Forbes)의 분석을 재조명한 보도가 나오면서 가상자산 리플 XRP(엑스알피)의 2030년 장기 전망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리플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소송 항소 철회로 규제 불확실성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향후 가치는 실제 결제·송금 시장에서 어느 정도 쓰이느냐에 따라 갈릴 것이라는 평가가 맞서고 있다.

 

타임스 타블로이드(Times Tabloid)는 ‘Forbes Outlines New XRP Price Prediction for 2030’ 기사 내용을 인용해, 포브스가 XRP의 2030년 가격을 비교적 보수적으로 제시하면서도 2025년을 중요한 전환점으로 규정했다고 전했다. 포브스는 리플과 SEC 간 분쟁이 항소 단계에서 정리된 뒤 XRP가 “규제 위험에서 벗어나 실제 활용성 문제로 초점이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리플 XRP 장기 전망, 규제 확정 이후 실사용 경쟁이 좌우할 듯
리플 XRP 장기 전망, 규제 확정 이후 실사용 경쟁이 좌우할 듯

보도에 따르면 XRP 가격은 규제 불확실성 해소 기대가 집중된 2024년 11월 이후 580% 넘게 급등해 2025년 1월 3.40달러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2달러 아래로 내려앉으며 높은 변동성을 드러냈다. 분석 당시 2.96달러 수준이던 가격은 최근 1.93달러대로 떨어졌고, 시가총액도 약 1천176억 달러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시장 불안이 지속되는 가운데 규제 리스크 해소가 곧장 안정적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포브스 분석을 작성한 제논 카프론(Zennon Kapron)은 XRP의 중장기 성과를 좌우할 변수로 실거래 기반 수요, 유동성 확장, 금융기관·결제 네트워크 통합 속도를 제시했다. 그는 2024년 글로벌 송금 시장 규모가 약 6천85억 달러에 이르고 평균 수수료가 약 6%에 달한다는 점을 근거로 “저비용·고속 결제 수단에 대한 구조적인 수요가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다만 이러한 수요가 곧바로 XRP 채택 확대로 이어진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제시되지 않아 전망의 가정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보고서는 XRP가 사전 예치 계좌 없이 교차통화 결제를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을 핵심 장점으로 꼽았다. 이른바 ‘노스트로·보스트로’ 계좌를 줄일 수 있다는 기술적 구조가 비용 절감 여지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제도권 금융이 어떤 솔루션을 선택할지는 각국 규제 체계, 글로벌 송금 사업자의 전략,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확산 속도 등 복합적인 요인에 좌우된다. 따라서 XRP의 구조적 이점을 근거로 향후 채택 확대를 단정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평가도 함께 제기된다.

 

유동성 측면에서 포브스는 카이코(Kaiko) 데이터를 인용해 2024년 말부터 2025년 초 사이 XRP 현물 시장에서 주문장 깊이가 개선됐다고 전했다. 포브스는 이를 기관 투자자 진입의 기반이자 시장 성숙 신호로 해석했다. 그러나 이 자료는 과거 특정 시점에 한정된 것으로, 유동성이 이후에도 유지되거나 확대된다는 보장은 없다. 최근 가격 조정과 시가총액 축소는 유동성과 가격이 여전히 거센 변동에 노출돼 있음을 보여준다.

 

실사용 측면에서 포브스는 리플의 네트워크가 실제 결제에 활용되고 있는 사례를 들어 XRP의 잠재력을 강조했다. 일본(Japan) 금융그룹 SBI홀딩스 계열 송금사 SBI 리밋(SBI Remit)은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로의 해외 송금에 XRP를 적용하고 있으며, 아프리카 27개국에서 활동하는 핀테크 기업 오나프리크(Onafriq)는 리플 기반 기술을 도입했다. 다만 이러한 사례는 현행 운용 규모가 제한적이고 전체 글로벌 결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 미미한 수준이어서 장기 수요를 가늠하기에는 충분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가격 전망을 둘러싼 숫자도 크게 갈린다. 포브스는 비교 사이트 파인더(Finder)가 구성한 패널의 예측을 인용해 XRP가 2025년 말 평균 2.80달러, 2030년 평균 5.25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소개했다. 반면 일부 분석기관은 2030년 25달러 도달 가능성을 제기하며 보다 낙관적인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전망 간 격차가 큰 것은 사용되는 기초 데이터와 전제 조건이 서로 다르기 때문으로, 외신 보도에서도 각 전망의 가정과 모델을 체계적으로 비교·검증하는 작업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XRP 장기 전망을 평가하려면 유동성 공급 구조, 제도권 결제 시장에서의 실질 점유율, 주요국 규제 환경과 과세 체계, 스테이블코인 및 CBDC와의 경쟁 구도 등 추가 변수들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미국(USA)과 유럽(EU) 등 주요 금융 규범 수립국의 디지털 자산 규제 방향이 어떻게 정리되는지가 금융기관의 채택 의사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 상품 측면에서도 XRP를 둘러싼 환경 변화가 포착되고 있다. 2025년 11월 13일 출시된 캐너리 캐피털(Canary Capital)의 XRP 상장지수펀드(ETF)에는 이미 3억 달러 이상이 유입된 것으로 전해졌고, 비트와이즈(Bitwise)와 그레이스케일(Grayscale)도 잇달아 관련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포브스는 이를 기관 및 개인투자자의 접근성을 높여 잠재적으로 수요를 확대할 수 있는 요인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ETF가 장기 가격을 안정적으로 끌어올리려면 시장 조성자 유입, 규제 지침의 명확화, 위험자산 선호도 회복 등 외부 조건이 동시에 충족돼야 한다는 점에서 ‘조건부 호재’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국제 금융 시장에서는 스테이블코인과 각국 CBDC 도입이 빨라지는 구조적 변화가 진행 중이다.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과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통화가 국경 간 결제 인프라를 선점한다면, 민간 발행 가상자산인 XRP가 어떤 차별성을 입증할 수 있을지가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규제 명확화로 이른 불확실성 해소가 오히려 실사용 경쟁을 본격화시키는 촉매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타임스 타블로이드는 포브스 분석을 종합하면서 “2030년 XRP 성과는 실거래 기반 결제량 확대 여부에 달려 있다”는 결론을 전했다. 다만 이 또한 ‘실사용 확대’라는 전제가 성립해야 가능한 조건부 전망에 불과하며, 향후 규제 변화와 경쟁 기술의 도입 속도에 따라 시나리오는 언제든 수정될 수 있다. 국제사회와 투자자들은 규제 확정 이후 본격화될 XRP의 실사용 경쟁이 장기 가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임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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