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오가노이드 재생치료"…오가노이드사이언스, 1상 재도전으로 장질환 패러다임 노린다
오가노이드 기술이 난치성 장질환 치료 패러다임을 바꾸려는 시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가 환자 맞춤형 장 오가노이드 기반 재생치료제 ATORM-C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1상 임상시험계획을 다시 제출했다. 자가 조직을 활용한 오가노이드 이식으로 손상된 장 점막을 근본적으로 재건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재신청을 장 오가노이드 재생의학 기술이 실제 임상 단계로 넘어가는 초입이라는 점에서 국내 세포치료 시장 경쟁 구도의 분기점으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30일 장 질환 치료용 오가노이드 재생치료제 ATORM-C의 1상 임상시험계획을 식약처에 신청했다고 밝혔다. ATORM-C는 장기유사체로 불리는 오가노이드를 기반으로 한 재생의약품으로, 환자의 장 조직에서 얻은 조직유래줄기세포를 3차원 배양해 만든 장 오가노이드를 주성분으로 한다. 이번 신청은 앞선 심사 과정에서 식약처가 제기한 비임상자료 보완 요구에 따라 추가 시험을 진행하고 자료를 대폭 보강한 뒤 이뤄졌다.

핵심 기술은 장 조직에서 채취한 줄기세포를 3차원 구조로 배양해 실제 소장과 대장의 상피 구조를 모사한 오가노이드를 만드는 데 있다. 회사 측 설명에 따르면 ATORM-C를 손상된 장 점막 부위에 직접 이식하면 오가노이드가 장 상피 세포로 분화하면서 손상 부위를 덮고, 미세융모를 포함한 표면 구조를 재형성해 장 기능 회복을 돕는다. 기존 항염증제나 면역조절제가 염증 반응을 낮추는 데 집중했다면, ATORM-C는 구조 자체를 복원하는 조직재생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접근법이 다르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특히 자가유래 세포를 활용하는 설계를 통해 면역 거부 반응 부담을 줄였다고 강조한다. 환자 본인의 세포로 만든 오가노이드는 이식 후 면역계가 외부 물질로 인식할 가능성이 낮아 장기 투여 시 안전성 측면에서 우위를 가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동일한 환자에게 반복 투여 전략을 설계할 수 있어, 난치성 크론병이나 재발성 궤양성 대장염 환자에서 장기 관리 도구로 쓰일 여지도 거론된다.
추가로 수행된 비임상시험 결과도 공개됐다. 회사에 따르면 동물 모델에서 투여된 장 오가노이드가 손상된 장 점막 조직에 실제로 생착해 상피층을 재구성하는 모습이 조직학적 분석으로 확인됐다. 동시에 크론병 유사 모델에서 설사, 체중 감소, 점막 궤양 등 임상 증상 지표가 유의미하게 개선되는 결과가 도출됐다. 기존 항염증제 대비 어느 정도 수준의 개선 폭을 보였는지 등 세부 비교 데이터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회사는 조직 재생과 증상 완화를 동시에 보여준 점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장 오가노이드 재생치료제는 아직 글로벌 차원에서도 상용화 사례가 드문 초기 분야다. 미국과 유럽에서 장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염증성 장질환 연구가 활발하지만, 다수는 기초 연구나 초기 임상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 가운데 오가노이드사이언스가 국내에서 IND 심사 문턱을 넘을 경우, 장기유사체 기반 재생치료제의 규제 평가 기준과 임상 설계 모델을 선점할 가능성도 있다. 반면 글로벌 빅파마와 유럽 연구기관들이 장내 미생물 치료제, 항체의약품, 경구 소분자 치료제 등에서 선제적으로 시장을 넓혀온 만큼, 오가노이드 기반 치료가 실제 경쟁력을 갖추려면 효과와 비용 측면 모두에서 설득력 있는 임상 데이터를 제시해야 한다는 평가도 있다.
규제 환경 역시 중요한 변수다. 식약처는 세포유전자치료제와 같이 체내 장기 재생을 목표로 하는 첨단바이오 의약품에 대해 비임상 독성, 종양원성, 장기 추적 관찰 데이터를 중점 검토하는 추세다. 장 오가노이드는 장벽 기능과 면역 반응에 직접 관여하는 만큼, 장기 투여 시 예기치 않은 염증 악화나 이형 증식 가능성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ATORM-C가 1상 승인을 받을 경우, 초기 임상은 안전성과 내약성 평가에 초점을 맞추되 장 점막 상태를 내시경과 생검으로 추적하는 정밀 평가 설계가 요구될 전망이다.
유종만 오가노이드사이언스 대표는 이번 IND 재제출을 두고 서류 보완 수준을 넘어 기술의 임상 준비도를 입증하는 과정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완 요구에 따라 진행된 추가 비임상 데이터를 통해 오가노이드의 생착과 조직 재생 메커니즘을 보다 명확히 설명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하면서, 장 오가노이드 플랫폼을 활용해 향후 다른 소화기 질환과 희귀 장 질환으로 적응증을 확장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됐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장 오가노이드 기반 치료가 실제 임상에서 효과를 입증하면, 염증성 장질환 외에도 항암제 유발 장염, 방사선 장염, 수술 후 합병증 등 다양한 손상 상황으로 적용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고 본다. 다만 고비용 제조 공정과 환자 맞춤형 생산 방식이 상업화 단계에서 가격과 생산성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업계는 ATORM-C의 1상 심사 결과가 국내 오가노이드 재생의학 분야의 기술 수준과 규제 수용도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이번 기술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고, 장기적으로는 기술과 안전성, 제도와 비용 효율성 간 균형이 새로운 성장의 조건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