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의탑으로 입증된 보톡스·바이오…휴온스, K바이오 수출가속
보툴리눔 톡신과 바이오시밀러, 건강기능식품 OEM이 결합된 휴온스그룹의 수출 포트폴리오가 성과를 내고 있다. 제62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계열사 3곳이 동시에 수출의 탑을 수상하며 K바이오의 수출 다변화 전략이 가시적인 결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일 품목 의존도를 낮추고 보톡스, 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건기식 위탁생산을 아우르는 구조를 갖추면서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에서의 입지가 강화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수상이 국산 보툴리눔 톡신과 바이오시밀러 수출 경쟁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휴온스그룹은 8일 한국무역협회와 산업통상부가 주관한 무역의 날 시상식에서 휴온스바이오파마, 휴온스엔, 팬젠이 각각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고 밝혔다. 수출의 탑은 전년도 수출 실적을 기준으로 수출액 구간별 우수 기업에 수여된다. 휴온스바이오파마는 칠백만불 수출의 탑, 휴온스엔은 오백만불 수출의 탑, 팬젠은 삼백만불 수출의 탑을 나란히 받았다.

그룹 내 바이오의약품 전문 회사인 휴온스바이오파마는 보툴리눔 톡신 휴톡스를 앞세워 수출 실적을 끌어올렸다. 휴톡스는 보툴리눔 톡신 제제로, 근육 수축을 완화해 미용·치료 목적에 활용되는 대표적인 바이오 의약품이다. 휴온스바이오파마는 태국, 이라크, 콜롬비아 등 15개국 보건 당국에 제품을 등록하며 시장을 넓혔다. 최근 1년간 수출액은 약 900만 달러, 한화로 약 132억원을 기록했다. 국산 톡신 제품이 경쟁사 중심이었던 글로벌 미용 의료 시장에서 신규 플레이어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보툴리눔 톡신 수출의 핵심은 각국 규제기관 인허가 통과 능력과 품질 관리 역량이다. 국가별로 독자적인 독소 안전성 기준과 제조시설 점검 절차가 요구되며, 허가 이후에도 약효 일관성과 불순물 관리에 대한 정기 평가를 거쳐야 한다. 휴온스바이오파마가 15개국 등록을 마쳤다는 점은 이러한 규제 허들을 순차적으로 통과할 수 있는 품질 시스템과 데이터 패키지를 확보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다국가 등록 전략은 특정 시장 리스크를 분산해 수출 안정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어, 글로벌 미용 시장 변동성에 대한 방어력도 커질 수 있다.
휴온스엔은 건강기능식품과 건강식품 분야에서 OEM과 ODM을 중심으로 글로벌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OEM은 주문자의 상표로 제품을 제조하는 방식, ODM은 제조사가 제품 기획과 개발까지 수행하는 방식을 뜻한다. 휴온스엔은 자체 개발한 개별인정형 원료와 스파우트 파우치 등 차별화된 제형 기술을 앞세워 북미, 아시아, 유럽 등 14개국 이상으로 수출국을 넓혔다. 기능성 소재와 편의성을 중시하는 글로벌 소비자 트렌드에 맞춰 전 생애주기 건강관리 제품군을 공급하는 구조가 수출 증가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건강기능식품 OEM·ODM 비즈니스는 해외 브랜드사 입장에서 초기 시설 투자와 품질 규제 대응 부담을 줄여주는 모델이다. 대신 수탁기업은 식품의약품 규제 준수, 원료 추적 관리, 알레르겐 및 안정성 시험 등의 책임을 부담한다. 휴온스엔이 개별인정형 원료를 직접 개발하고 다양한 제형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단순 제조 위탁을 넘어 제품 기획 단계부터 파트너사와 협업할 수 있는 기반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스파우트 파우치 같은 휴대형 포장은 온라인 채널과 구독 서비스 확산과 맞물려 수요가 늘고 있어, 글로벌 플랫폼 유통사들과의 협업 여지도 커지는 구조다.
휴온스엔은 최근 바이오로제트 인수를 통해 핵심 사업인 OEM·ODM 역량을 키우고 있다. 인수는 건강기능식품 생산설비와 제형 개발 노하우를 확보해 늘어나는 수출 물량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물류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에서, 그룹 내부 생산능력을 확충해 안정적인 납기를 유지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특히 북미와 유럽 바이어들은 생산 이력 추적과 품질 인증을 중시하는 만큼, 시설·공정 업그레이드는 향후 글로벌 인증 취득과 신규 계약 체결의 기반이 될 수 있다.
바이오시밀러 전문 기업 팬젠은 에리트로포이에틴, 일명 EPO 바이오시밀러 수출로 삼백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EPO는 적혈구 생성을 촉진하는 단백질로, 만성 신부전 환자의 빈혈 치료 등에 쓰이는 대표적인 바이오의약품이다. 팬젠은 오리지널 EPO 의약품과 동등한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한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해 말레이시아, 필리핀, 사우디아라비아, 튀르키예, 태국 등 5개국에 공급 중이다.
바이오시밀러 수출은 국가별 허가 임상과 약가 제도, 현지 생산 요건 등 변수가 많다. 특히 중동과 동남아 국가들은 보건 재정 효율화를 위해 바이오시밀러 도입을 확대하고 있어 가격 경쟁력과 공급 안정성이 핵심 요소로 꼽힌다. 팬젠이 다수 신흥국에 EPO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는 점은 생산 규모와 품질 기준, 장기 공급 계약 이행 능력을 일정 수준 이상 인정받았다는 시그널로 볼 수 있다. 향후 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으로 수출을 넓히겠다는 계획은, 고가 오리지널 의약품 의존도가 높은 시장에서 바이오시밀러 대체율을 끌어올리는 흐름과 맞물려 성장 여지를 키울 수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무역의 날 수출의 탑을 다수 수상했다는 점은 K바이오 산업의 수출 구조가 다변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원료의약품과 제네릭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보툴리눔 톡신, 항체·단백질 바이오시밀러, 건강기능식품, 의료미용 기기 등으로 품목이 넓어지는 양상이다. 특히 보툴리눔 톡신과 EPO 같은 바이오의약품 계열은 품질과 공정 기술의 진입장벽이 높아, 장기적으로 브랜드 신뢰를 쌓을 경우 매출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평가를 받는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보툴리눔 톡신과 바이오시밀러 경쟁이 치열하다. 다국적 제약사와 중국 업체들이 동시에 시장 진입을 노리는 구도에서, 국내 기업들은 신흥국 허가 전략과 가격·공급 안정성을 앞세워 틈새를 공략하는 방식이 주로 활용되고 있다. 휴온스그룹 계열 3사가 이번에 동반 수출 탑을 수상한 것은 이 같은 전략이 일정 부분 시장에서 통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풀이된다.
한편 수출 확대 과정에서는 각국 규제와 품질 기준 대응이 지속적인 과제로 남아 있다.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은 국가마다 허용 성분·표시 기준·임상 자료 요구 수준이 달라 제품별로 맞춤 대응이 필요하다. 데이터 기반 품질관리 시스템과 글로벌 규제 동향을 반영한 개발 전략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인허가 지연과 리스크 관리 비용 증가로 수출 성장세가 둔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시상식에서 김영목 휴온스바이오파마 대표는 산업통상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김 대표는 2021년 휴온스바이오파마 설립과 함께 해외 영업부를 신설해 수출 전문 조직을 구축했고, 이후 지속적인 해외 시장 공략을 이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도 수출 성장세를 유지하며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높이고 입지를 공고히 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휴온스그룹의 이번 성과가 보툴리눔 톡신과 바이오시밀러, 건강기능식품을 결합한 수출 포트폴리오 전략의 유효성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다만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 경쟁이 가속화되는 만큼 생산능력 확충과 규제 대응, 파트너십 네트워크 강화가 동반되지 않을 경우 성장 속도가 제한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산업계는 이번 수상이 기술과 품질, 수출 전략을 종합적으로 검증받는 계기가 된 만큼, 향후 K바이오 수출 구조 전환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지표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