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소리 판단하시라" 맞받은 김종혁…국민의힘 친한계 중징계 파장 확산
당내 징계를 둘러싼 갈등이 다시 국민의힘을 뒤흔들고 있다. 친한계 인사에 대한 중징계 권고를 계기로 김종혁 전 최고위원과 당무감사위원장이 맞붙었고, 여기에 장동혁 대표까지 가세하면서 내홍이 가팔라지는 양상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16일 친한동훈 전 대표 측으로 분류되는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헌·당규 및 윤리규칙 위반을 이유로 당원권 정지 2년의 징계를 당 윤리위원회에 권고했다. 징계 사유는 윤석열 전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과 당론 불복 취지의 발언 등으로 적시됐다.

김 전 최고위원은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당무감사위 결정에 앞서 자신이 제출한 의견서를 공개하며 정면 반박했다. 그는 징계 권고에 대해 "누가 헛소리를 하고 있는지 판단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적었다. 의견서에는 자신이 라디오 방송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두고 "손에다 왕자 쓰고 나온 분"이라고 표현한 대목을 문제 삼은 당무감사위의 지적이 포함됐다.
당무감사위는 이 표현을 윤리규칙이 금지한 종교 차별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또 김 전 최고위원이 "제 양심대로 행동할 것이고 이것이 당을 위해 도움 되는 행동"이라고 말한 부분에 대해선, 당론에 따르지 않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라며 당론 불복 소지가 있다고 적시했다.
김 전 최고위원이 내부 절차 문서를 공개하자,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맞대응에 나섰다. 이 위원장은 자신의 블로그에 당무감사위의 징계 의결서 전문을 올리고, 발언 내용과 징계 사유, 중징계 필요성과 관련한 판단 근거를 상세히 제시했다. 그는 "김 전 최고위원이 추후 같은 행위를 반복할 경우 최고 수위 징계인 제명 처분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당무감사위의 중징계 권고 직후 친한계 인사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전날 "민주주의를 돌로 쳐 죽일 수 없다"고 비판하며 징계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고 주장했다. 17일에도 친한계 의원들의 공세는 이어졌다.
우재준 의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징계 사유도 적절치 않은 데다 공정성 측면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징계가 특정 계파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문제의식을 드러내며 재검토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에 맞서 장동혁 대표 측 인사들은 당무감사위 결정을 엄호했다. 장 대표가 당 지도부에 기용한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은 라디오에서 "항상 징계 대상자들은 공정하지 않다고 한다"며 "범인들은 잡히고 나면 검찰이 나쁘다, 경찰이 나쁘다고 그러는데, 범죄자들의 흔한 레퍼토리"라고 말했다. 징계 반발을 범죄자의 변명에 빗댄 발언으로, 친한계를 겨냥한 강경한 메시지로 해석됐다.
장 대표도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중징계 권고와 관련해 "전당대회부터 밖에 있는 적 50명보다 내부의 적 한 명이 더 무섭다는 말도 드렸다"고 상기시켰다. 이어 "해당 행위 하는 분들에 대해 엄정한 조치를 취하고 당이 하나로 뭉쳐서 싸우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말해, 자신이 임명한 이호선 위원장의 판단에 힘을 실었다.
당 안팎에서는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당의 입법·사법 드라이브에 대응해야 할 시점에 집안싸움이 격화되고 있다는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법개혁 관련 입법에 맞서고, 통일교 의혹 특검 도입을 압박하는 투쟁 기조를 이어가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친한계 중징계 논란이 불거지며 당 역량이 내홍 수습에 소모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장 대표와 가까운 인사로 알려진 나경원 의원도 신중론을 언급했다. 그는 김 전 최고위원의 표현이 과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시기적으로 징계 권고 결정이 적절했는지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계파 갈등의 불씨가 정국 대응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드러낸 셈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참여한 단체 대화방에서도 논쟁이 이어졌다. 당무감사위 결정을 비판한 언론사 사설이 공유되며 찬반 입장이 엇갈렸고, 징계 수위와 절차의 타당성을 두고 갑론을박이 계속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 윤리위원회는 조만간 당무감사위의 권고안을 상정해 징계 수위를 최종 확정할 전망이다. 징계 수위와 절차를 둘러싼 공방이 거세지는 만큼, 국민의힘은 친한계와 지도부 간 갈등을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 전략과 대야 공세의 동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