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운전 PV5 1000㎞ 주행”…기아, 제주 실증 성과→상용화 분수령
기아가 목적기반모빌리티 PV5를 앞세워 국내 완성차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일반도로 원격운전 실증에 나서 1천㎞ 무사 주행을 마쳤다고 27일 밝혔다. 원격 운전 컨소시엄은 한 달간 제주도 공도 환경에서 약 70시간에 걸친 테스트를 수행하며 원격제어 차량의 운행 안정성과 통신 품질을 집중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교통부 규제 특례 승인 이후 불과 7개월 만에 이뤄진 성과로, 완성차 기업이 주도하는 원격운전 상용화 경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는 평가가 제기됐다.
원격 운전은 외부 관제 센터에서 4G·5G 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차량을 제어하는 기술로, 자율주행 알고리즘이 감당하기 어려운 복잡한 상황에 인간 관제자의 판단을 결합해 운행 공백을 메우는 개념으로 정의된다. 기아와 쏘카, 에스유엠, KT가 참여한 원격 운전 컨소시엄은 지난 한 달 동안 제주공항과 제주쏘카터미널 구간, 제주공항과 용두암을 잇는 구간 등 실제 카셰어링 수요가 높은 공도 노선을 중심으로 실증을 진행했다. 실증 과정에서 PV5 등 중형 PBV 차량을 활용해 주행 제어, 회차, 주차 등의 상황을 반복 검증했고, 통신 지연과 네트워크 전환 구간에서의 안정성을 수치화해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업은 기아가 지난 4월 국토교통부로부터 원격제어 차량에 대한 규제 특례를 취득하며 제도적 토대를 마련한 뒤, 원격 운전용 시스템 개발과 관제 인프라 구축을 병행해온 데서 출발했다. 컨소시엄은 카셰어링 서비스 활용 장면을 가정하고, 고객 예약부터 차량 인도와 회수, 문제 상황 대응까지를 하나의 시나리오로 묶어 원격 운전 플랫폼을 설계했다. 이 과정에서 이중 통신망 구조를 적용해 장애 발생 시 즉시 대체 경로로 전환하는 안전 설계를 반영했으며, 관제 요원에 대한 전문 교육 체계와 긴급 출동 프로세스를 중첩 구축해 단일 실패 지점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참여 기업별 역할 분담도 비교적 명확하게 그려졌다. 기아는 프로젝트 총괄과 차량 개발, 실증 전략 수립을 맡아 PBV 플랫폼과 원격 운전 시스템 간 연동성을 검증했다. 쏘카는 카셰어링 플랫폼을 제공해 원격 운전 기능을 실제 공유 서비스 인터페이스에 접목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에스유엠은 원격 솔루션 개발과 실증 차량 운영을 담당하며 관제 소프트웨어, 차량 단말기, 주행 제어 로직을 통합했다. KT는 4G·5G 네트워크 기반 원격 운전 전용망을 구축하고 망 품질 관리와 보안 체계를 담당해 통신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원격 운전이 완전 자율주행으로 가는 과도기적 기술인 동시에, 비즈니스 모델 관점에서는 독자적인 가치 사슬을 가진 영역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예를 들어 카셰어링의 경우, 이용 종료 후 차량이 스스로 지정 거점까지 이동하거나, 관제센터에서 원격으로 회수한다면 운영사의 회차·관리 비용을 낮추고 회전율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물류 분야에서도 택배 집하장과 도심 거점 사이 구간 운송에 원격 운전을 결합할 경우, 야간·심야 시간대의 인력 부담과 안전 문제를 동시에 줄이는 방안으로 검토되고 있다.
안전성과 제도 수용성은 여전히 관건으로 지목된다. 통신 지연과 끊김, 사이버 보안, 관제 인력의 피로도 관리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해 컨소시엄은 이번 제주 실증에서 확보한 주행 로그와 통신 품질 데이터를 토대로 원격 운전 알고리즘과 관제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여러 지자체와 협력해 다양한 도로 환경과 기상 조건에서의 실효성을 점검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도서·산간 지역이나 대중교통 사각지대에서 공공 인프라를 보완하는 이동 서비스로 원격 운전을 활용하는 방안이 검토 대상이 되고 있다.
기아 관계자는 원격 운전 기술이 공공 인프라 취약 지역에 찾아가는 서비스와 결합해 시민 생활 편의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 카셰어링과 물류 등 여러 산업 영역으로 기술 적용 범위를 넓혀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업계 전문가들은 기아의 PV5 원격 운전 실증이 PBV 중심 도시 모빌리티 전략과 맞물리며, 향후 완전 무인 배송, 주문형 교통 서비스 등으로 확장될 수 있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원격 운전이 자율주행과 공존하는 혼합형 모빌리티 시대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기아와 컨소시엄이 후속 실증과 제도 정비 과정에서 어떤 선례를 남길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