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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많고 시원한 공주”…가을 사색 입은 고도, 걷는 이의 마음을 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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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많고 시원한 공주”…가을 사색 입은 고도, 걷는 이의 마음을 물들이다

서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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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공주를 찾는 여행자들이 부쩍 늘었다. 예전에는 백제의 도시로만 여겨졌지만, 지금은 단풍과 역사, 고요한 사색의 길이 어우러진 가을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9월 초, 공주는 구름이 많고 21도를 웃도는 쾌적한 날씨를 보이고 있다. 습도도 어느 정도 머물러 선선한 공기의 감미로움을 더한다. SNS에서는 마곡사에서 시작하는 산책길 인증, 공산성 풍경을 담은 사진들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가을 공주에서는 걷는 것만으로도 위로받는다”는 누군가의 고백이 무심코 마음을 건드린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공산성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공산성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대한불교조계종 제6교구 본사인 마곡사가 자리한 송림길은 최근 주말마다 방문객이 북적인다. 오래된 사찰은 물론, 보물로 지정된 대웅보전과 5층 석탑까지 곳곳이 느긋한 사색의 공간이 된다. 빽빽하게 우거진 나무 사이로 바람이 스칠 때면, 그간 쌓였던 피로와 걱정이 잠시나마 자리를 비운다.  

 

공산성 역시 이맘때면 등산객과 가족 단위 여행객의 발걸음이 잦아진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웅장한 성벽과 금강변 전망은 누구에게나 감탄을 자아낸다. 전문가들은 “역사유적과 자연 환경이 어우러진 공간은 사람들에게 일상의 평온과 의미 있는 휴식, 동시에 열린 감상을 제공한다”고 표현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산책하러 갔다가 역사도 공부했다”, “단풍 진 공산성에서 가족사진 남기고 왔다”는 공감이 이어진다. 실제로 기자가 직접 산책길을 따라 걸어보니, 자잘한 바람 소리와 길가의 단풍잎, 그리고 곳곳에 남겨진 백제의 흔적이 그 자리에 머물고 싶게 만든다.  

 

국립공주박물관에 이르면, 무령왕릉 출토 유물부터 국보와 보물에 이르는 귀중한 유산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매년 특별 전시에서 새로운 과거와 마주하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백제 미감과 전통 기술의 정점이 여기에 있다”는 박물관 해설사의 한마디가,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는다.  

 

작고 사소한 풍경, 걷는 발걸음, 그리고 조용한 감탄이 쌓여 공주의 가을을 완성한다. 새로운 트렌드를 좇지 않아도, 그대로 머물러도 좋은 시간. 지금 이 변화는 모두가 겪고 있는 ‘나만의 계절’일지도 모른다.

서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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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마곡사#공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