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177 PSMA 치료제 FC705”…퓨쳐켐, 전립선암 3상 진입으로 상용화 분수령
방사성의약품 기반 정밀치료제가 전립선암 치료 패러다임 전환을 노리고 있다. 국내 기업 퓨쳐켐이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표적 방사성의약품 FC705의 임상 3상을 본격화하면서, 국내 최초 상용 전립선암 방사선 표적치료제 탄생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글로벌에서 이미 경쟁이 치열한 PSMA 표적 치료제 시장에 한국 기업이 본격 합류하는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퓨쳐켐은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치료제 후보 FC705의 국내 임상 3상 시험 준비를 마치고, 내달 서울성모병원에서 첫 환자 투여를 시작할 예정이다. 회사는 21일 임상시험윤리위원회 IRB 승인을 받은 뒤 서울성모병원과의 임상 개시 미팅 SIV를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임상 단계로 진입했다고 밝혔다.

이번 3상은 PSMA 전립선특이막항원에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FC705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최종 검증하는 데 목적을 둔다.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은 호르몬 차단 치료에도 암이 진행하는 단계로,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기전의 방사성의약품 등장에 대한 수요가 크다. 퓨쳐켐은 총 114명의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단일 투여와 반복 투여를 모두 평가해 상용화에 필요한 근거 데이터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FC705는 전립선암 세포 표면에 과발현되는 PSMA를 표적으로 삼는 저분자 화합물에 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 루테튬 177 Lu-177을 결합한 후보물질이다. PSMA는 정상 조직에 비해 전립선암 세포에서 발현량이 크게 높아, 표적 방사성 치료에 적합한 표지자로 꼽힌다. FC705는 이 PSMA에 결합해 암세포에만 방사성 동위원소를 집중적으로 전달하고, 베타선 방출을 통해 암세포 DNA를 손상시켜 사멸을 유도하는 원리로 설계됐다.
특히 이번 기술은 전신에 방사선을 조사하는 기존 외부 조사 방사선치료 방식의 한계를 일부 보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PSMA 표적 방사성의약품은 정상 조직 노출을 줄이면서 암세포에만 고선량을 전달해 부작용을 낮추고, 약제 저항이 생긴 환자에게도 새로운 치료 창구를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세대 전립선암 치료 옵션으로 주목받는다.
퓨쳐켐은 서울성모병원을 시작으로 국내 주요 상급종합병원으로 임상 3상을 순차 확대한다. 다기관 임상을 통해 실제 진료 환경과 유사한 조건에서 약효와 안전성, 투여 스케줄, 병용 요법 가능성 등을 세밀하게 분석한다는 전략이다. 전립선암 환자 입장에서는 기존 호르몬 치료와 항암 화학요법 이후 선택지가 부족한 상황에서, 국내 개발 표적 방사성의약품이라는 새로운 옵션을 확보할 여지가 생겼다는 점이 의미로 거론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PSMA 표적 Lu-177 치료제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북미와 유럽에서는 다국적 제약사가 개발한 PSMA 표적 방사선치료제가 허가를 받고 상업 판매 단계에 들어선 상태다. 이들 제품은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환자에서 생존 기간 연장과 통증 완화 등 의미 있는 임상 결과를 보여주며, 전립선암 표준치료 전략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퓨쳐켐은 국내 3상과 더불어 미국 식품의약국 FDA로부터 승인받은 임상 1·2a상을 통해 글로벌 개발도 병행해 국내외 경쟁력 확보를 노린다.
이미 미국에서 초기 임상을 진행 중인 만큼, 국내 3상 결과와 해외 임상 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글로벌 허가 전략을 짜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회사는 내년 중 주요 임상 데이터 톱라인 발표를 목표로 일정 관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톱라인 데이터는 주요 효능 지표와 안전성에 대한 중간 결산 성격으로, 파트너십 체결과 후속 자금 조달, 상용화 전략 수립의 기준점이 될 전망이다.
방사성의약품은 방사능 취급 규제, 제조 시설 인증, 유통 인프라 구축 등에서 일반 소분자 신약과 다른 규제 장벽이 존재한다. Lu-177과 같은 치료용 동위원소는 생산량과 공급망 안정성 역시 핵심 변수로 꼽힌다. 퓨쳐켐은 기존 진단용 방사성의약품 개발 경험과 생산 인프라를 바탕으로, 치료제 영역까지 밸류체인을 확장하며 사업 구조 전환을 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FC705 임상 3상이 국내 방사성의약품 산업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본다. 성공적인 임상 결과가 도출될 경우, 기술 수출과 공동 개발 등 글로벌 협력 구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한편에서는 고가 방사성의약품의 보험 급여 기준, 장기 안전성 평가, 방사선 피폭 관리 등 제도적 과제가 상용화의 속도를 좌우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퓨쳐켐 관계자는 전립선암 환자들에게 기존 치료제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새 대안을 제공할 수 있도록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언급했다. 산업계는 FC705를 비롯한 PSMA 표적 방사성의약품이 실제 의료현장에서 어느 정도로 자리 잡을지, 그리고 국내 기업이 글로벌 치료제 경쟁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할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