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비전향장기수 송환 북에 신속히 통보해야”…김천식 통일연구원장, 인도적 지원 촉구
남북 인도주의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다시 본격화되고 있다. 김천식 통일연구원장이 9월 10일 서울 서초구 통일연구원에서 열린 제15회 샤이오 북한인권포럼 개회사에서 정부에 비전향 장기수의 송환 결정을 북한에 공개적으로 통보해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해당 사안이 정국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김천식 원장은 이날 "정부는 공개적으로 비전향 장기수 송환 결정을 통보하고, 북한은 지체 없이 이들을 받아들여 자기가 원하는 곳에서 종신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북한으로 가고자 하는 비전향 장기수의 송환이 조속히 실현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어 "북한이 현재 억류 중인 선교사들을 조속히 석방할 것"도 촉구했다.

실제로 1953년 체포돼 42년 넘게 복역한 후 출소한 비전향 장기수 안학섭(95) 씨는 지난 7월 통일부에 북송을 요청한 바 있다. 이밖에 양원진(96), 박수분(94), 양희철(91), 김영식(91), 이광근(80) 씨 등도 최근 같은 요청을 통일부에 전달했다. 그러나 통일부는 이들의 송환 요구를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접근하겠다는 입장이나, 북한 측의 명확한 호응 없이는 현실적으로 송환이 어렵다고 판단해 뚜렷한 추진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아울러 김 원장은 "남북을 국가관계로 전환하고 통일을 국가목표에서 제외하자는 움직임이 있는데, 이는 분단 고착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북한 주민의 삶에 무관심한 태도는 반민족적이며 반역사적"이라며, 진보진영 일각의 북한 2국가론 수용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통일부 김남중 차관은 손성연 통일부 인권정책관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정치·군사적 고려 없이 북한 주민 삶의 개선을 일관되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남북 인도주의 협력의 현실적 한계와 제재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남북단절 방침으로 인도주의 협력사업의 전망이 어둡다"고 한 목소리로 지적했다. 홍지영 한국수출입은행 책임연구원은 스웨덴 등 안정적 관계국과의 공동재원 구조, 제3국을 포함한 삼각협력, 다수국 참여 펀드 및 신탁기금 등 협력 방식 다각화를 강조했다. 현인애 한반도미래여성연구소 대표는 "북한이 허용할 만한 남북 교류는 중국을 경유한 원산 개별관광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주성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사무총장은 "대북 제재가 완화되지 않으면 인도주의 협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국제사회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내 사업에도 남북협력기금 활용을 허용하는 법규 유연화도 제안했다.
통일연구원은 2011년부터 프랑스 파리 샤이오궁의 명칭을 딴 샤이오포럼을 개최하며 북한인권 개선 논의를 이어오고 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비전향 장기수 송환과 인도주의 협력 방향을 놓고 치열한 논쟁을 이어갈 전망이다. 정부는 북한 측 호응과 국제 사회와의 공조를 지켜보며 인도적 지원 및 송환 문제에 대한 방침을 조율해 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