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핵심 사업 예산, 결단만 남았다"…민주당·국민의힘, 삭감 두고 정면 충돌

최하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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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을 둘러싼 여야의 시각차가 다시 격돌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 내 이른바 소소위가 가동된 24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내년도 예산안 처리 방향을 두고 장외 공방을 이어가며 정국 긴장을 높였다. 핵심 쟁점 예산을 어디까지 살리고 어디까지 줄일지를 두고 양측의 계산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은 2026년도 예산안을 법정기한인 12월 2일 안에 처리해야 한다며 속도전을 예고했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728조원 규모 예산 중 대부분은 이미 조정됐고 남은 것은 핵심 사업에 대한 최종 결단"이라며 "2026년도 예산안을 법정기한 내 반드시 처리하겠다. 어떤 이유로도 미룰 수 없다"고 말했다. 그동안 상임위와 예결위 단계에서 상당 부분 조정이 끝난 만큼 이제는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시점이라는 주장이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야당의 삭감 요구를 겨냥한 경고성 메시지도 내놨다. 그는 "지금 필요한 것은 정략적 공방이 아니라 책임"이라며 "발목잡기식 삭감 논쟁은 국민에게 돌아갈 혜택을 늦추고 회복의 속도를 떨어뜨릴 뿐"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성장펀드와 지역사랑상품권 국비 지원 등 쟁점 사업을 관철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발언으로 해석된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국민성장펀드와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을 경기 회복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핵심 수단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소소위에서도 다수 의석을 바탕으로 관련 예산을 최대한 지켜내겠다는 기류가 강하게 감지된다. 다만 재정 건전성 우려와 선심성 예산 논란이 동시에 제기되는 만큼 예산 세부 조정 과정에서 추가 충돌이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정반대 입장을 내세우며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의힘 소속 예산결산특별위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상임위에서 의결한 증액 규모만 34조9천원에 달해 삭감 없이는 증액이 불가능한 상태"라며 "합리적인 삭감 근거와 주장을 무시한 채 삭감에 반대만 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재원 대책 없이 증액만 늘리는 것은 책임 있는 예산 편성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국민의힘은 구체 사례를 제시하며 이른바 보은 예산 논란을 부각했다. 예결위원들은 "민주노총 사무실 임차보증금 55억원, TBS 교통방송 예산 75억원을 상임위 예비심사에서 증액 반영하는 등 대선 당시 지지세력에 대한 보은 예산 증액에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예년의 삭감 규모인 4∼5조원 규모의 삭감을 요구하고, 이 재원을 진짜 민생, 진짜 AI, 진짜 지방균형발전 증액사업 예산에 반영하겠다"고 덧붙였다.

 

여당은 예년 수준의 4∼5조원 규모 구조 조정을 통해 민생·미래 기술·지역 균형 발전 분야에 재원을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인공지능 관련 예산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강조하며, 노동·미디어 관련 예산을 정치적 편향성이 짙은 항목으로 규정해 정면으로 손질하겠다는 태도도 드러냈다.

 

그러나 민주당은 국민성장펀드, 지역사랑상품권 등 쟁점 사업을 경기 회복과 취약계층 지원, 지역 상권 보호를 위한 필수 예산이라고 주장해왔다. 국민의힘이 삭감 대상으로 지목한 민주노총 관련 예산과 TBS 예산에 대해서도 노동권 보호와 공익적 교통정보 제공 차원에서 필요성을 강조해온 만큼 소소위에서 치열한 공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소소위는 예산안조정소위원회 안에서도 핵심 쟁점만을 별도로 다루는 소규모 협의체로, 여야 간 최종 예산 협상의 무대가 돼 왔다. 최근 몇 년간 예산안이 법정기한을 넘겨 처리된 전례가 반복된 만큼, 올해도 핵심 사업을 둘러싼 줄다리기가 길어질 경우 정국이 다시 예산 정국에 갇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편 국회 안팎에서는 여야가 명분 경쟁에서 벗어나 재정 여건과 민생 수요를 함께 고려한 절충점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어느 수준까지 삭감 요구를 수용할지, 또 국민의힘이 어느 정도에서 증액 타협안을 받아들일지가 향후 소소위 협상과 본회의 처리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국회는 소소위 논의 결과를 토대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와 본회의 상정을 준비하고 있다. 정치권은 내년도 예산안을 둘러싼 공방을 이어가고 있어, 예산안이 법정기한 내 처리될 수 있을지 여부가 이번 정국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최하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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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예산안조정소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