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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거품·관세 재발화 우려”…KIEP, 내년 세계 성장률 3.0% 제시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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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투자 확산과 미국의 관세정책 완화, 인플레이션 둔화 등으로 내년 세계경제 성장세가 올해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11일 ‘2026년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년 글로벌 성장률을 3.0%로 예측했다. 이는 종전 전망치(2.9%)보다 0.1%포인트 상향된 수치로, 주요 국제기구와 대체로 유사한 흐름이다. 다만 관세전쟁 재점화와 각국 재정여력 약화, AI 버블 가능성 등 하방 위험이 상존함에 따라 완만한 성장세에 머무를 전망이다. 업계는 이번 전망을 ‘신기술 주도 성장’과 ‘글로벌 통상 리스크’가 교차하는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KIEP가 최근 발표한 성장률 전망은 미국·중국 등 주요국 정책과 글로벌 AI 투자 흐름을 반영한 결과다. AI 및 데이터센터 등 첨단기술 분야로의 민간투자가 이어지면서 기술 기업 주가가 상승했고, 이로 인한 경제 호조 기대감이 확산했다. 그러나 KIEP는 기술주 중심의 주식시장 쏠림, 이른바 ‘AI 거품’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했다. 인공지능 혁신이 생산성 향상으로 즉각 연결되고 있다는 명확한 근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특정 기업에 시가총액이 집중, 작은 충격에도 시장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AI 거품이 붕괴하거나 기대를 밑돌 경우 기술 섹터 자산가격 급락과 함께 경제 전반에 파급 효과가 커질 수 있다”는 조사가 함께 나왔다.

핵심 산업 측면에서 미국과 유럽, 중국 등 주요국 경제는 각기 다른 구조적 고민을 안고 완만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됐다. 미국은 고용과 소비 지표가 둔화되는 가운데 AI와 데이터센터 중심 민간투자가 성장세를 뒷받침할 전망이다. 유럽은 임금상승과 EU 회복기금 집행으로 내수를 관리하지만, 무역갈등 영향으로 순수출 약화가 불가피하다. 중국의 경우 부동산 위기와 미·중 갈등 등 복합 요인으로 성장률이 기존보다 낮은 4.2%로 예측됐다. 반면 인도는 견조한 내수와 인프라 투자로 6.5%의 높은 성장률이 기대된다. 아세안 5개국 역시 소비·투자 안정세 유지 덕분에 과거 평균 수준을 회복할 전망이다.

 

대외 리스크로는 트럼프발 관세 정책 재점화 가능성과 신관세 체제 등장에 따른 무역환경 불확실성이 꼽혔다. 최근 미국이 주요국 간 협상으로 전면적 보복 관세 확산을 저지하고 있지만, 글로벌 무역전쟁 재개 위험과 정책 예측 불확실성은 여전히 하방 변수로 남아 있다. 또 코로나19 이후 각국 정부가 부채를 크게 늘리면서 방위비·고령화·산업전환 등 구조적 지출 부담이 지속, 위기 대응 재정여력 약화가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평가다. 실제 지난해 전세계 정부부채는 100조 달러를 넘어 글로벌 GDP의 93%에 달했다는 점도 구조적 리스크로 주목된다.

 

환율 측면에서는 내년 미국 경제 성장세 둔화와 연준의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에 따라 달러 강세가 완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지정학 리스크, 관세 이슈 등은 완만한 달러 약세 진입 속도를 늦출 수 있는 변수로 지목됐다. 원·달러 환율의 경우, 국내 반도체 수출 호조와 국채지수 편입 기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완만한 하락세가 점쳐지고 있다.

 

KIEP는 내년 세계경제의 키워드로 ‘완충된 둔화, 비대칭의 시대’를 내세웠다. 구조적으로 성장률 정체와 함께 신산업 중심의 선별적 성장, 통상질서 쇄신, 각국 정부의 위기대응 역량 저하 등이 동시에 진행된다는 의미다. 업계 전문가들은 “AI와 신산업 투자 확산에도 불구하고 정책 불확실성과 구조적 취약성 극복이 글로벌 경제의 지속가능한 회복을 결정지을 것”이라 분석했다. 산업계는 이번 전망치가 실제 시장에 어떻게 반영될지, 또 신기술 성장과 기존 리스크가 교차하며 어떠한 구조적 전환점을 만들어낼지 주목하고 있다.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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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ep#ai#세계경제성장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