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체 시대 학회 리더십 교체”…차동현, 의학유전학회 이끈다
유전체 분석 기술이 정밀의료의 핵심 인프라로 부상하는 가운데 국내 의학유전학 분야를 대표하는 학회의 리더십이 교체됐다. 산전 유전진단 분야 권위자인 차동현 차 의과학대학교 강남차여성병원 원장이 대한의학유전학회 23대 이사장으로 선임되면서, 향후 2년간 국내 유전의학 연구와 교육, 정책 논의의 방향을 이끌 장면이 주목된다. 업계와 학계에서는 급변하는 유전체 기술 환경 속에서 이번 인선이 정밀의료 경쟁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차 의과학대학교 강남차여성병원은 차동현 원장이 내년 1월부터 2년 임기로 대한의학유전학회를 이끌게 됐다고 29일 밝혔다. 대한의학유전학회는 1981년 창립된 이후 유전 현상과 질병의 연관성을 규명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진단·치료·예방 체계를 정립해온 국내 대표 유전의학 학술단체다.

차동현 원장은 임신부와 태아를 대상으로 한 산전 유전진단 분야에서 국내 연구를 선도해온 인물이다. 2001년부터 약 3년 동안 미국 보스턴 소재 터프츠 의대 뉴잉글랜드 메디컬센터 유전학센터에서 리서치 펠로우로 활동하며 임상유전학과 유전체 기반 진단 기술을 연구했다. 귀국 이후 강남차여성병원에서 임신부 혈액 속 세포 유리 DNA를 활용한 비침습적 산전검사법을 개발하고, 다양한 고위험 임신 질환에 대한 산전검사 체계를 구축하면서 국내 산전진단 연구의 기반을 닦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임신 중 산모의 자궁경부에서 영양막세포를 분리해 비침습적으로 태아 유전정보를 분석하는 산전 유전진단 기술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혈액에서 DNA 조각을 분석하는 기존 비침습적 산전검사보다 세포 수준의 직접 분석을 통해 진단 정확도를 높이고, 침습적 검사에 따른 유산 위험을 줄이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차 원장은 현재 대한주산의학회 부회장, 대한산부인과학회 심사위원장, 건강한여성재단 이사, 의협 의료감정원 교육정보위원회 위원장 등 다수의 대외 역할을 맡고 있다. 동시에 차바이오텍 유전체 본부의 본부장 및 고문으로 산전 유전검사와 관련 연구를 지속하며 연구와 임상, 산업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대한의학유전학회는 정기 학술대회를 비롯해 임상유전학인증의 제도, 유전상담사 인증사업, 의학유전학 교육과정인 ECMGG를 운영하며 전문 인력 양성에 집중해왔다. 암과 희귀질환, 산전진단, 약물유전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유전성 질환의 진단과 상담, 예방을 위한 가이드라인과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국내 유전체의학 발전을 견인하고 있다.
또 동아시아유전연합과 세계유전학위원회의 주요 회원국으로 참여하며 국제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차세대염기서열분석 등 최신 유전체 기술과 글로벌 진료 지침, 윤리 기준을 국내에 신속히 도입하는 창구로 기능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차 원장은 유전체 기술 고도화에 발맞춘 학술과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최근 유전체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유전검사와 치료법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며 최신 지견을 제공하는 학술과 교육 행사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의학유전학 분야 전문인력 교육, 전문가 간 정보와 인적 교류, 관련 의료정책 수립 과정에서 학회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반 국민 대상의 유전정보 소통 강화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차 원장은 유전성 질환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돕는 것이 향후 정밀의료 수용성과 데이터 활용 동의, 윤리 논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유전자 검사 범위와 한계, 결과 해석의 불확실성, 사생활 보호와 가족 간 정보 공유 문제 등 복합적인 논점을 다루기 위해 학회 차원의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인식이다.
유전체 기술이 암과 희귀질환뿐 아니라 산전·주산기 의료, 배아·난임 분야까지 확장되는 상황에서, 대한의학유전학회는 향후 데이터 표준화와 임상 적용 기준, 윤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게 될 전망이다. 특히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공동 연구 및 빅데이터 구축을 통해 인종·지역 특성을 반영한 유전변이 정보 확보 경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차 원장은 학술과 교육 행사를 통해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회원들과 함께 최선을 다하는 대한의학유전학회가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밀의료와 유전체 기반 진단이 보편화되는 전환기인 만큼, 학회의 방향 설정에 따라 국내 의학유전학 생태계의 성장 속도와 질이 좌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산업계와 의료계는 이번 리더십 교체가 실제 의료현장과 규제 환경, 연구개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