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뒤집은 무관”…컴파운드 대표팀, 광주 세계선수권 충격패→12년 만의 단체전 노메달
돌풍이 몰아친 광주 국제양궁장. 관중 사이에는 긴장감이 감돌았고, 컴파운드 대표팀 선수들은 헌신과 바람의 저항 속에서 활시위를 거듭 당겼다. 온 힘을 쏟은 표정에는 오랜 준비의 간절함이 묻어났다. 예선 라운드에서 남녀 단체와 혼성 부문 모두 1위를 차지하며 모두의 기대를 모았지만, 토너먼트 본선에서 잇따른 탈락으로 12년 만에 단체전 ‘노메달’이라는 아쉬움을 남겼다.
7일 열린 2025 광주 세계양궁선수권대회 3일 차, 컴파운드 대표팀은 예선에서 전종목 1위로 새로운 역사를 썼다. 72발 합산 예선 점수에서 남녀 단체와 혼성, 모두 1위 자리를 차지하며,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 이후 첫 메이저대회 무대에서 다시 한 번 경쟁력을 증명하는 듯했다. 무엇보다 남자 대표팀은 월드컵 4차 대회 금메달, 각종 국제 무대 입상 행진으로 상승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본선에서는 충격이 연이어 터졌다. 남자 단체, 여자 단체, 혼성 단체전 모두 예상 밖으로 조기 탈락하며, 2013년 벨레크 대회 이후 12년 만에 단체전 무관의 고배를 마셨다. 2019년부터 이어지던 세계선수권 메달 행진에도 제동이 걸렸다. 경기력 기복의 주요 원인으로 돌변한 기상 상황이 꼽혔지만, 장영술 대한양궁협회 부회장은 “파리 올림픽 때와 비슷한 환경이었고, 예보된 바람과 비였다”며 냉철하게 분석했다. 김종호는 “모두에게 똑같이 부는 바람. 남은 건 결국 실수, 실력의 몫이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내 개최와 올림픽 정식 종목이라는 이정표 앞에서, 선수 모두는 남다른 각오로 휴일도 반납하며 훈련에 매진했다. 예선 ‘역대 최초 전종목 1위’라는 타이틀은 자부심이었으나, 본선 무대의 강한 압박과 경험 부족이 갑작스러운 집중력 저하로 이어졌다. 장영술 부회장은 “예선에서 엄청나게 잘 쏴서 욕심이 생긴 듯하다. 큰 무대에서 자신의 기량을 가감 없이 펼치는 경험이 더욱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대회를 실패가 아닌 절반의 성공으로 봐야 한다”며 팬들의 격려와 응원을 당부했다.
단체전 패배의 여운이 채 가시기 전 이어진 남자 개인전에서도 김종호와 최은규는 32강에서 탈락했고, 오직 최용희만이 16강 이름을 올렸다. 여자 개인전은 8일에 개최돼 또 한 번 대표팀의 저력을 시험한다.
대한양궁협회는 컴파운드 종목 성장, 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에 발맞춘 지원 확대를 약속했다. 한편 대표팀의 과제로 국제무대 경험 축적, 멘탈 강화가 강조됐다. 스타 선수들의 손끝에서 시작된 도전의 기록은 이제 응원의 물결과 더불어 새로운 각오로 이어진다.
어깨에 힘을 주는 바람, 잠시 멈춘 활시위, 그리고 놓쳐버린 메달의 무게. 그러나 컴파운드 대표팀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광주 세계양궁선수권의 뜨거웠던 응원은 내일의 활약을 기다린다. 대회 현장은 9월 7일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