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C·이중저해제로 주목”…한미약품, ESMO서 혁신 항암 성과 공개
혁신 항암 신약 후보들이 세계 3대 암학회인 유럽종양학회(ESMO) 무대에서 연이어 공개되며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글로벌 입지를 알리고 있다. 한미약품,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에스티큐브 등 주요 K바이오 기업은 표적·면역항암제, 오가노이드 뱅킹, 유전자치료제 등 최신 연구 데이터를 대거 선보였다. 업계는 이번 발표를 ‘글로벌 신약 성과 경쟁의 중대 분기점’으로 본다.
올해 독일 베를린에서 17~21일 개최되는 ESMO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미국암연구학회(AACR)와 함께 세계 3대 암 학회다. 올해 주요 트렌드는 'ADC(항체-약물접합체)의 급부상'과 '면역항암 플랫폼의 재편'이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ADC 연관 발표 비중이 처음 20%를 넘겼고, 이중항체 등 차세대 면역 기반 혁신 신약이 주목받는다”며 “항암 치료 패러다임의 질적 전환을 선도할 것”이라고 해설했다. 실제 학회 내 발표에서 아시아 기업의 존재감도 크게 드러났다.

한미약품은 차세대 표적항암 신약인 ‘EZH1·2 이중저해제’(HM97662)의 임상 1상 데이터를 공개했다. EZH1·2 단백질을 동시에 억제하는 이 이중저해제는 기존 EZH2 선택적 저해제 대비 내성 극복 및 항암 효능이 진일보했다. SMARCA4 결핍 자궁 육종 환자에서는 300mg 용량에서 부분관해(PR)를, 난소암 환자에선 200mg 투여 후 14개월 이상 안정 질변(SD)이 유지돼 치료기간지속성이 확인됐다. 기존 한정적 선택기전 치료의 한계를 넘은 성과로, 항암치료 정밀화의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는 HER2-ADC 'LCB14'의 글로벌 임상 1상과 중국 임상 2상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병용개발 파이프라인(‘LN-4305·LN-4311’)의 전임상 데이터도 소개했다. 에스티큐브는 BTN1A1이라는 신규 면역관문 타깃 항암제 ‘넬마스토바트’의 효능을,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자사 면역항암제 ‘GI-102’와 ‘키트루다’ 병용 임상 1·2상 중 일부 주요 결과를 내놓았다.
특히 그래디언트 바이오컨버전스가 선보인 환자유래 오가노이드(PDO) 뱅킹, 인간 유도만능줄기세포(hiPSC) 기반 뇌 오가노이드, AI 기반 타깃 발굴 플랫폼 등은 AI와 세포공학 융합 신기술의 실전 적용을 보여줬다.
이외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췌장암 치료신약 후보 ‘PBP1510’의 초기 임상 안전성 데이터를, 코오롱생명과학은 전립선암 대상 유전자치료제 ‘KLS-3021’의 전임상에서 단 1회 투여만으로 종양 크기를 유의하게 줄인 연구결과를 공개했다.
글로벌 항암제 시장은 미·중·유럽 기업이 리드해왔으나, 올해 ESMO에서는 아시아 발표 비중이 약 30%로 높아지고, 한국 기업 파이프라인도 주목받고 있다. 중국 항암 신약 발표도 9%에 달했다. 미국의 Merck, Pfizer, 일본 다케다 등 선도사와의 경쟁 구도에서 한국 바이오의 도약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항암 신약의 글로벌 허가와 시장 진입에는 임상 2·3상, 미국 FDA·유럽 EMA 등 규제기관 통과가 필요하다. 일례로 일본·중국은 자국 신약에 대한 우선심사제도를 통해 글로벌 시장 진입을 가속하는 흐름이다. 데이터 신뢰성과 동등성 확보, 임상 설계 혁신 등도 관건이다.
정이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성과 공개로 항암제 연구 트렌드 내 한국 기업의 입지와 전략적 차별성을 점검할 수 있다”며 “관건은 안전성과 효능이 입증된 후보물질이 실제 글로벌 상업화에 얼마나 빠르게 진입하느냐”라고 내다봤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