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명로비 핵심 인물 출석 요구”…해병특검, 극동방송 전 사장 통신내역 삭제 의혹 수사
순직 해병 채상병 사건을 둘러싼 구명로비 의혹이 다시 한 번 한국 정치권을 뒤흔들었다.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이 극동방송 전 사장 한기붕 씨에 대해 참고인 신분 출석을 요구하며, 수사망을 개신교계 관계자까지 넓히고 있다. 그러나 한 전 사장 측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특검 조사 대응에 제동을 걸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해병특검팀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로비 의혹과 관련해 한기붕 전 극동방송 사장에게 오는 15일 오전 9시 30분 참고인으로 출석해 달라는 요구서를 전달했다. 한 전 사장은 김장환 극동방송 이사장의 측근으로서, 이번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한기붕 전 사장은 채상병 사건 발생 직후 약 7개월 동안 자신의 휴대전화 통화내역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기록을 삭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한 극동방송 일부 관계자들에게 사무실 컴퓨터 자료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정황도 특검팀은 포착했다.
다만 한 전 사장 측은 이런 의혹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 변호인단은 10일 입장문을 내고 “통화내역과 사무실 파일 삭제 지시는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허위사실 유포는 심각한 범죄 행위”라고 반발했다. 또한 “특검이 조사 내용을 사전에 고지하지 않으면 출석에 응하지 않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특검팀은 미리 조사 내용을 제공해 달라는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정민영 특검보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조사 내용을 미리 알려주는 것은 저희로선 납득하기 어려운 요구”라고 강조했다.
한편 특검은 김장환 목사에 대해서도 반복적으로 참고인 출석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두 차례 출석요구에 대해 김 목사는 별도 회신이 없었다. 특검은 2023년 7월부터 9월 사이 김 목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성근 전 1사단장 등과 여러 차례 통화한 내역을 추가로 확보해 관계 규명을 시도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해병특검의 수사 확장이 임 전 사단장의 구명로비 의혹의 실체를 가를 갈림길이 될 수 있다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야권 일각에선 “외압 사건의 몸통까지 밝혀야 한다”고 압박하는 반면, 기독교계 등은 무리한 수사 확대 가능성에 강력히 반발하는 분위기다.
이날 국회는 해병특검 수사 행보와 참고인 출석 요구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이어갔다. 정치권은 임성근 전 1사단장 관련 의혹에 대한 특검의 사법적 접근이 정국에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해병특검은 향후 추가 소환은 물론, 통신내역 삭제 의혹 검증과 로비 정황에 대해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