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국인 근로자 미국 잔류 요청”…석방 하루 늦춘 외교 협상 전모
미국 조지아주 이민 당국이 구금한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HL-GA) 배터리 공장 한국인 근로자들의 석방과 출국이 하루 이상 지연된 배경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내 잔류' 요청이 작동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미 외교 라인은 근로자 신변 보호와 숙련 인력 활용을 두고 협상 끝에 귀국으로 절충점을 찾았다.
10일(현지시간) 워싱턴DC 주미대사관에서 조현 외교부 장관 등 외교부 당국자들은 330명의 구금자 석방 협상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애초 이날 새벽 석방 및 오후 출국이 계획됐으나, 미 당국이 전날 밤 갑자기 석방을 보류하면서 현지 분위기는 급격히 긴장됐다.

외교부에 따르면, 미국 이민 당국 구금시설 측은 "위에서 중단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만 알렸고, 속박 도구(수갑·케이블타이) 사용 문제로 인한 출국 지연설이 확산됐다. 그러나 외교부는 "(수갑 이슈는) 사실이 아니다. 출국 지연과 관련 없다"고 선을 그었다.
관건은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적 요청으로 드러났다. 외교부에 의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인 근로자들의 자진 귀국을 유보시키며 "미국에 남아 숙련도 높은 인력으로 현지 노동자를 교육·훈련시키는 역할을 해달라"는 뜻을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을 통해 전달했다. 이번 이민 단속이 장기적으로 미국 산업 육성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조치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루비오 장관과 20여 분 협의에서 "구금 상황에 국민들이 놀라고 피로도가 높으니 일단 귀국 후 재입국해 재근무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루비오 장관도 한국 정부 입장을 존중해 양국은 우선 귀국 원칙에 합의했다. 미 당국은 '재입국 후 불이익이 없도록 하겠다'는 보장도 내놨다.
여야 정치권은 주재 기업의 특별근로자 신분 보호와 미국 내 숙련 노동력 정책 사이에서 한미 간 긴밀한 조율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민 정책의 정치·경제적 파장 때문에 외교적 '자진 출국' 타협이 불가피했다"고 진단한다.
한편 조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잔류 허용 메시지는 오히려 양국 경제협력의 유연성을 시사한다"며 향후 재입국 절차의 신속화에도 기대를 보였다. 정치권은 이번 협상 과정을 놓고 한미 외교 채널 내 실리적 소통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는 목소리를 냈다.
주미대사관과 외교부는 한국인 근로자들이 11일 정오 귀국길에 오르며, 미국 측의 추후 불이익 방지 약속을 받은 만큼 유사 사례 발생 시 대응 방안을 적극 검토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