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유출에도 무풍지대"…쿠팡, 월가 평가에 주가 반등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도 쿠팡의 주가와 사업 기반은 당분간 큰 타격을 피할 것이라는 월가 분석이 나오면서, 단기 충격이 완화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쿠팡이 차지한 물류 인프라와 플랫폼 지배력이 워낙 압도적이어서, 정보보안 사고가 발생해도 소비자 이탈과 성장 궤도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관측이다. 업계에서는 데이터 보호 수준 제고와 규제 리스크 관리가 향후 성장 지속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쿠팡 주가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공개된 이후 첫 거래일인 1일 뉴욕 증시에서 5.36퍼센트 하락하며 투자 심리 위축을 반영했다. 그러나 급락 하루 만인 2일 장 초반 약세를 보인 뒤 오후 들어 반등에 성공해, 전 거래일 대비 0.23퍼센트 오른 26.71달러에 마감했다. 단기 충격 이후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시장은 이번 사건을 구조적 위협보다는 비용이 수반되는 일회성 리스크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이번 흐름에는 월가의 분석도 영향을 미쳤다. 1일 JP모건은 보고서를 통해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로 상당한 규모의 일회성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쿠팡이 사실상 경쟁자가 없는 독보적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한국 소비자들이 데이터 유출 이슈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어, 실제 고객 이탈 규모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내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총 3370만 개 계정의 개인정보가 노출됐다고 밝혔다. 그에 앞선 지난달 18일에는 약 4500명 규모의 침해 사실을 최초로 신고한 바 있다. 계정 수 기준으로는 국내 핵심 온라인 플랫폼 가운데 손꼽히는 대형 사고에 해당하며, 전자상거래와 결제 인프라에 대한 보안 경각심을 다시 키우는 계기가 되고 있다.
기술적으로 보면 쿠팡은 물류 자동화, 데이터 기반 수요 예측, 추천 알고리즘 등 IT 인프라를 결합해 이커머스와 물류를 사실상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해왔다. 이 과정에서 결제 정보, 구매 이력, 위치 데이터 등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축적해왔고, 이는 상품 추천과 재고 최적화에 활용돼 성장을 견인해왔다. 그러나 이번 사고는 바로 이 데이터 집적 구조가 보안 측면에서 얼마나 민감한 자산인지 다시 드러낸 사례로 평가된다.
국내 시장에서는 로켓배송, 새벽배송, 멤버십 기반 무료배송 등 쿠팡이 구축한 풀필먼트 중심 구조를 단기간에 대체할 경쟁 플랫폼이 부족하다는 점이 투자자의 불안 심리를 일정 부분 상쇄한 것으로 보인다. 오프라인 유통 기반 기업과 다른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물류 설비와 IT 인력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지만, 전국 단위 당일 배송망과 자동화 센터를 바탕으로 한 운영 효율에서 쿠팡과의 격차는 여전히 크다는 평가가 많다.
글로벌 관점에서 보면 대형 플랫폼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반복돼 왔지만, 사업 자체가 흔들린 사례는 많지 않다. 미국에서는 과거 여러 빅테크 기업과 소셜 플랫폼이 보안 사고와 규제 제재를 겪었으나, 동시에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강화한 경우도 있었다. 일부 이용자 이탈과 과징금, 보안 투자 확대에 따른 비용 증가는 불가피하지만, 대체재가 부족한 시장에서는 주가 조정 이후 재차 회복하는 패턴이 나타나곤 했다.
다만 정보보안과 개인정보 보호를 둘러싼 국내 규제 환경은 강화 흐름에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를 비롯한 관계 당국은 대형 온라인 플랫폼의 사고 발생 시 조사와 제재 수위를 높이는 방향으로 움직여 왔고, 재발 방지 대책과 기술적 보호조치 수준을 핵심 점검 항목으로 삼고 있다. 사고 규모와 경위에 따라 행정 처분과 과징금, 형사 책임 등 여러 측면의 리스크가 뒤따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단기 주가 변동을 넘어, 쿠팡과 국내 이커머스 산업 전반의 데이터 거버넌스를 재점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유통 IT 업계 관계자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면 소비자의 신뢰가 서서히 훼손되기 때문에, 빠른 보상과 재발 방지 대책, 보안 인프라 투자가 성장 전략의 일부로 인식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업계는 쿠팡이 강화된 보안 체계를 얼마나 신속하게 구축하고, 규제 기관과의 협의를 어떻게 풀어갈지에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