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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친화 15년 철학”…한독, 선도기업 등극으로 조직혁신 입증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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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기업 한독이 가족친화 인증에서 최상위 등급인 가족친화인증 선도기업에 올랐다. 연구개발 인력과 전문 인재 확보 경쟁이 격화된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근무 환경과 조직 문화 혁신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는 흐름과 맞물린 행보다. 업계에서는 장기적인 가족친화 경영이 인력 유지율 개선과 조직 몰입도 제고를 통해, 신약개발과 디지털 전환 등 고부가가치 영역의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단기 복지 차원을 넘어 인재 전략의 분기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독은 1일 성평등가족부가 주관하는 가족친화인증 심사에서 가족친화인증 선도기업으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가족친화인증은 육아 지원, 유연근무, 휴가 제도, 조직 문화 등에서 우수한 기업을 정부가 공인하는 제도다. 선도기업은 이 가운데 12년 이상 인증을 유지한 대기업 및 중견기업 중에서 법규 준수, 가족친화제도 운영 실적, 제도 활용도 등이 특히 뛰어난 곳에만 부여된다. 명목상의 제도 도입이 아니라, 실제 문화로 정착했는지가 평가 핵심으로 작용한다.

한독은 2011년 첫 가족친화 인증을 받은 뒤 갱신을 거쳐 2025년까지 15년 연속 가족친화 우수기업 자격을 유지했다. 이번 선도기업 선정으로 가족친화 경영 체계가 제약바이오 업계 대표 사례로 인정받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근로시간 유연화와 휴식 제도 도입 시점이 법제화보다 앞섰다는 점에서, 제도 대응형이 아닌 선제적 인사 전략으로 자리매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독의 가족친화 경영은 근무 제도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회사는 1977년부터 격주휴무제를 시행해, 당시 제조·영업 중심의 산업 환경에서 이례적인 휴식 확대를 시도했다. 주 5일 근무제도 법으로 의무화되기 전인 1998년에 선제 도입했다. 최근에는 선택적근로시간제, 시차출퇴근제, 재택근무제, 거점오피스근무제를 확대해 직원들이 업무 특성과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근무 형태를 설계하도록 했다. 연구소, 생산, 영업, 사무직이 혼재한 제약사의 직군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유연근무라는 점에서 현장 만족도가 높다는 설명이다.

 

특히 선택적근로시간제는 연구개발과 임상 기획 등 집중도가 중요한 직무에서 활용도가 높다. 시차출퇴근제와 거점오피스근무제는 영업·마케팅 인력의 이동 시간을 줄여, 대면 상담과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 지원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하도록 돕고 있다. 재택근무제는 원격 협업 도구와 전자문서 시스템을 전제로 해, 사무직 위주로 정착했다. 제약바이오 산업의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IT 인프라 투자가 병행된 셈이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한독의 사례를 인재 경쟁력 측면에서 눈여겨보고 있다. 고급 연구인력과 임상·규제 전문가가 글로벌 수준으로 이동하는 상황에서, 급여뿐 아니라 근무 환경과 조직 문화가 채용과 이직 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장기 프로젝트가 많은 신약개발 분야에서는 구성원의 소진을 줄이고, 조직에 대한 장기 몰입을 유지하는 것이 프로젝트 성공률과 직결되는 구조다. 가족친화 정책이 실질적인 생산성 지표와 연계될 수 있는 지점이다.

 

해외 제약사들은 이미 유연근무와 재택근무, 가족 친화적인 복지를 인재 유치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글로벌 빅파마들은 연구 인력에게 원격 협업과 프로젝트 기반 근무 체계를 제공하며, 디지털 툴을 통해 시간·장소 제약을 줄이는 흐름을 강화하는 중이다. 국내에서도 한독을 비롯한 다수 제약사가 코로나19 이후 원격근무 경험을 토대로 제도를 상시화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글로벌 인재 유치 경쟁에서 근무 문화 격차를 줄일 필요성이 커진 결과로 해석된다.

 

정부의 가족친화인증 제도는 기업의 자율적 제도 도입을 유도하는 한편, 공공조달·평가에서 가점 등 간접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우수인증, 선도기업 등급이 ESG 경영 평가와도 연계돼, 투자자와 파트너사의 신뢰를 높이는 요소로 작용하는 추세다. 임상시험 수탁기관, 연구기관과의 협업에서 인력 운영의 안정성과 조직 신뢰도를 보여주는 지표로 활용될 여지도 있다.

 

김영진 한독 회장은 직원 행복을 지속가능 성장의 전제 조건으로 제시했다. 그는 직원이 행복해야 기업도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믿음으로 오랜 시간 가족친화 문화를 가꿔왔다고 강조하며, 가족친화인증 선도기업으로서 구성원이 일터와 가정에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건강한 조직문화를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제약바이오 산업 특성상 연구개발 리드타임이 길고 시장 리스크가 큰 만큼, 조직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문화 투자가 장기 성과의 기반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전문가들은 가족친화 경영이 단기 비용으로 보이던 시기를 지나, 인재 확보와 유지, 브랜드 가치 제고, ESG 평가 등 복합적인 효과를 내는 투자로 재평가되는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제약바이오 산업의 역할이 커지는 상황에서, 의료·헬스케어 분야에 종사하는 인력이 삶의 질을 유지하는 것은 산업의 신뢰도와도 직결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계는 가족친화인증 선도기업과 같은 사례가 실제 경영성과로 이어질지, 제약바이오 인력 생태계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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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독#김영진#가족친화인증선도기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