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타고 휘날리는 태극기”…광복 80년, 대구에서 독립의 약속을 다시 읽다
요즘 대구 국채보상운동기념도서관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국경일에만 생각나던 태극기가 이제는 세월을 품은 독립의 상징으로, 우리의 가까운 일상 곳곳에 다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지난 25일부터 열리는 '광복 80년 특별전, 태극기, 바람 속의 약속' 전시장은 지난 역사의 묵직함을 고스란히 안고 있다. 붓글씨로 적힌 '머지않아 국권을 회복한다'는 주문 같은 문구와, 한 점 한 점 손때 묻은 태극기들이 관람객들의 눈길을 멈추게 한다. 실제로 전시장을 찾은 한 관람객은 "태극기와 함께했던 선조들의 용기와 간절함이 새삼 마음에 닿는다"고 고백했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독립기념관과 국가보훈부가 공동으로 마련한 이번 전시는 올해 광복 80주년을 맞아 전국 순회 형태로 기획됐고, 각 지역마다 하루 평균 수백 명이 전시를 찾아 태극기 앞에서 사진을 남긴다고 전했다. 자료에 따르면, 특히 대구 지역은 구한말부터 이어진 독립운동의 기운이 여전히 살아있는 곳. 광문사 문회표, 고광순 의병장의 '불원복 태극기', 3·1운동 당시 사용된 태극기 목판, 김구 주석의 친필 서명이 남겨진 태극기 등이 전시돼 그 의미를 더한다.
전문가들은 이 현상을 “역사의 연속성을 일상에서 새삼 발견하는 순간”이라 부른다. 한 지역 연구자는 "태극기를 단순히 상징물로 볼 것이 아니라, 세대와 지역을 잇는 실질적 기억의 매개로 삼을 때 독립의 정신이 일상 속에 더욱 깊이 스며든다"고 설명했다. 그러니까, 태극기는 거리의 깃발이기 전에 우리 곁에 숨 쉬는 이야기가 된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아이들과 같이 필사본 태극기를 보면서 가족사 이야기를 꺼내게 됐다”, “전시장에 가니 그동안 배워왔던 역사와 더 가까워진 느낌”, “예전엔 단순한 포스터쯤으로 여겼던 태극기가 전시장 안에선 특별하게 느껴졌다”는 글들이 이어졌다. 무심코 지나쳤던 독립운동과 태극기가 새롭게 다가오고 있다.
작고 사소해 보여도, 광복 이후 8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이어진 이 약속은 우리 각자의 삶에 조금씩 달라진 리듬을 불어넣는다. 태극기 앞에서, 우리는 단지 과거를 추억하는 게 아니라 지금의 일상을 더 깊게 살아내는 또 다른 이유를 발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