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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10위 독자AI모델 추진…정부, GPU26만장으로 AI3강 노린다

이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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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기술이 국가 혁신 전략의 중심 축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정부가 내년을 AI 대전환의 출발점으로 못 박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세계 10위권 대규모 인공지능 모델을 독자 개발해 오픈소스로 개방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역대 최대 수준의 연구개발 예산과 GPU 인프라를 집중 투입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업계에서는 이번 계획이 AI 3강 경쟁의 분기점이 되면서 반도체, 바이오, 국방 제조 등 전 산업의 디지털 전환 속도를 좌우할 변수로 보고 있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겸 부총리는 12일 과기정통부 업무보고에서 내년 핵심 과제로 세계 10위권 독자 인공지능 모델 확보를 공식화했다. 정부가 직접 대형 언어모델과 멀티모달 모델을 구축해 학계와 산업계에 오픈소스로 제공하고, 이를 기반으로 국내 기업과 연구기관의 AI 응용서비스 개발을 뒷받침하겠다는 구상이다.  

과기정통부가 제시한 내년 3대 전략은 AI 3강 도약 본격화와 국민 체감 성과 창출, 과학기술 기반 혁신 추진, 새로운 거버넌스를 통한 국가 혁신 역량 극대화다. 특히 내년 3월 전국민 AI 경진대회를 개최하고 민생 10대 프로젝트를 가동해, 대형 모델에서 나온 기술 성과를 공공·민간 서비스에 연결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기술 인프라 측면에서 정부는 그래픽처리장치 GPU 26만장을 확보해 국가 차원의 AI 연산 허브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GPU는 대규모 신경망 학습의 핵심 자원으로, 글로벌 빅테크가 데이터센터에 대량 도입하는 장비다. 정부는 여기에 국산 신경망처리장치 NPU 실증을 병행해, 일부 연산을 국산 전용 칩으로 이전하고 전력 효율과 비용 효율을 동시에 개선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세계 수준의 K AI를 구현하기 위해 범용 인공지능과 바이오 특화 모델 등 초인공지능 기술 확보 계획도 공개했다. 범용 인공지능은 텍스트, 코드, 이미지 등 다중 데이터를 동시에 이해하고 생성하는 대규모 모델을 의미한다. 여기에 유전체 분석, 단백질 구조 예측, 신약 후보물질 발굴 등 바이오 문제에 특화된 AI 모델을 더해 바이오 AI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국방, 제조, 조선 등 산업별 맞춤형 AI 서비스도 확산해 현장 생산성 혁신으로 이어지게 한다는 목표다.  

 

AI 인재 양성과 스타트업 지원도 핵심 축으로 제시됐다. 배 부총리는 AI 단과대 신설 등을 통해 AI 핵심 인력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성장 단계별로 스타트업의 스케일업과 해외 진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대형 모델과 GPU 인프라를 공공 플랫폼 형태로 개방해 초기 기업이 막대한 인프라 비용 없이도 AI 서비스 개발에 뛰어들 수 있게 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내년 연구개발 예산은 35조5천억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정부는 훼손됐다고 평가해 온 연구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해 연구자 생애주기별 맞춤형 지원을 강화하고, 국가과학자 선정과 지원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특히 기초연구 과제의 지원 기간을 확대해 연구 안정성을 높이고, 10년 이상 장기 연구도 가능하도록 사업 구조를 개편해 난제 도전형 연구를 장려하기로 했다.  

 

지역 혁신 측면에서는 지역 자율형 R&D를 확대해 지방 정부와 대학, 지역 기업이 직접 과제를 기획하고 추진하는 구조를 강화한다. 지역 특성에 맞는 AI와 첨단 기술 프로젝트를 추진해, 수도권에 집중된 연구개발 역량을 전국으로 분산하고 산업별 특화 클러스터를 키우겠다는 의도다. 정부는 이를 통해 지역·산업·과학기술 전 영역에 걸친 AI 대전환을 본격화하겠다고 설명했다.  

 

도전적 R&D 시스템 구축도 과제로 제시됐다. 정부는 재도전 전용 R&D 트랙을 신설해 실패 경험이 있는 연구자와 기업이 한 번 더 도전할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하고, 과정 중심 평가를 도입해 단기 성과에 치우친 평가 관행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배 부총리는 국가과학기술 회의를 범부처 R&D 협의체로 활용해, 부처별로 분산된 예산과 과제를 묶어 국가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조정하겠다고 강조했다.  

 

전략기술 분야 투자는 5조9천억 원 규모로 계획됐다. 차세대 바이오에서는 역노화 등 핵심 기술 개발과 함께 치료·진단·헬스케어 산업과의 연계를 강화하고, 양자 분야에서는 국산 양자 컴퓨터 조기 개발을 목표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을 동시에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핵융합 분야도 상용화 시기를 앞당길 수 있는 핵심 장치·소재 연구에 집중 투자될 전망이다.  

 

거버넌스 개편 측면에서 정부는 17년 만에 부활한 과학기술 부총리제를 기반으로 과학기술 중심 정책 조정 기능을 강화하고,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을 국가 임무 중심 기구로 재편하겠다고 밝혔다. 출연연을 산학연 협력 거점으로 육성해, 대형 AI 모델과 바이오·양자 등 전략기술 연구를 산업 현장 수요와 연결하는 허브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정책 추진 속도를 높이기 위해 정부는 R&D 예산 배분과 조정의 전략성을 강화하고, 부처 간 협업을 통해 투자 파급력을 극대화하기로 했다. 예산의 조기 집행과 성과 중심 조직문화 혁신도 병행해 AI와 전략기술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국과의 격차를 줄이겠다는 목표다.  

 

배 부총리는 2026년을 국민이 체감하는 변화의 시점으로 제시하며, AI와 전략기술 투자가 실제 서비스와 일자리, 산업 구조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계는 정부가 내세운 세계 10위권 독자 AI 모델과 GPU 인프라가 계획대로 구축될 경우, 국내 AI와 바이오·양자 산업이 글로벌 경쟁 구도에서 반등의 모멘텀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이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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