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데이터센터 전초기지 구축…KT·디지털브릿지, 아태 공략 시동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인프라가 통신과 클라우드 산업의 핵심 인프라로 부상하는 가운데 KT가 미국 디지털 인프라 투자 기업 디지털브릿지와 손잡고 아시아태평양 AI 데이터센터 시장 공략에 나선다. 생성형 AI 확산으로 연산 집약형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통신사와 글로벌 인프라 투자사가 결합한 이번 협력이 국내 인공지능 인프라 경쟁력과 역외 사업 확대 모두를 겨냥한 전략적 포석으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대규모 자본과 설계 역량이 필수인 차세대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양 사 제휴가 아태 지역 공급망 재편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KT는 미국 본사의 글로벌 디지털 인프라 투자 전문 기업 디지털브릿지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사업 관련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고 26일 밝혔다. 협약의 핵심 목표는 국내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구축이며, 동시에 향후 급격한 성장이 예상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AI 데이터센터 수요에 선제 대응하는 것이다. 양 사는 이번 협약을 통해 구체적인 투자 구조와 프로젝트 추진 모델을 단계적으로 설계할 계획이다.

디지털브릿지는 약 1080억달러 규모 자산을 운용하는 글로벌 디지털 인프라 투자사다.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통신사, 네트워크 사업자, IT 인프라 기업과 협력해 데이터센터, 통신타워, 광케이블 등 디지털 기반 시설을 구축해 왔다. 최근에는 초대형 데이터센터 설계 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글로벌 데이터센터 운영사를 인수하는 등 AI와 클라우드 인프라 분야로 무게 중심을 옮기는 추세다. 고성능 연산 서버 집적과 냉각, 전력 효율을 고려한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늘리며 생성형 AI 수요를 겨냥하고 있다.
KT와 디지털브릿지는 이번 협약에 따라 국내 AI 데이터센터 사업 공동 개발, 해외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협력, 데이터센터 ESG 기술과 운영 경험 공유를 추진한다. 우선 국내에서는 데이터센터 설계 단계부터 전력 인입, 냉각, 네트워크 구조, 보안 체계를 포함한 전 과정을 함께 설계하고 운영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양 사가 보유한 기존 데이터센터 간 연결성과 안정성을 강화해 AI 워크로드를 여러 거점에 분산 처리하는 구조도 논의 대상이다.
해외에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AI 데이터센터 사업 기회 발굴을 위한 공동 시장 조사를 진행한다. 디지털브릿지가 추진 중인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 KT가 통신망, 운영 노하우, 클라우드 서비스 역량을 결합해 참여하는 방식도 모색한다. 특히 대규모 그래픽처리장치 서버가 필요한 AI 학습과 추론 인프라를 어떤 지역에, 어떤 형태로 공급할지에 대한 수요 분석이 공동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데이터센터 운영의 지속가능성 확보도 협력의 한 축이다. 디지털브릿지는 에너지 효율 개선, 재생에너지 연계, 온실가스 배출 저감, 폐열 활용 등 데이터센터 ESG 관련 기술과 운영 노하우를 KT에 공유할 계획이다. KT는 이 경험을 참고해 향후 국내 AI 데이터센터 설계에 친환경 냉각 시스템과 에너지 관리 솔루션을 반영하고, 장기적으로는 탄소중립 목표에 부합하는 AI 인프라 운영 모델을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이번 제휴는 글로벌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통신사와 인프라 투자사가 결합하는 전형적인 협력 모델이라는 평가도 뒤따른다. 해외에서는 이미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통신망 사업자, 클라우드 hyperscaler, 인프라 펀드가 합작 형태로 AI 데이터센터를 짓는 사례가 늘고 있다. 막대한 초기 투자비와 긴 회수 기간, 고급 설계 인력이 필요한 만큼, 자본력과 운용 전문성을 가진 투자사와 네트워크 운영 경험을 가진 통신사가 결합하는 구조가 확산되는 흐름이다.
국내 통신사들은 생성형 AI 도입 확대와 함께 AI 데이터센터를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보고 있다. 대형 언어모델 학습과 초개인화 서비스, 산업용 AI 솔루션 확산으로 고성능 연산 서버 수요가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동시에 한정된 전력 용량, 환경 규제 강화, 부지 확보 난관 등 현실적 제약이 커지면서 해외 전문 플레이어와의 협력이 필수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안태은 디지털브릿지 아시아태평양 부문 대표는 AI 시대에 AI 데이터센터가 국가와 기업 경쟁력의 핵심 인프라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양 사가 보유한 데이터센터 사업 경험과 역량을 결합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글로벌 테크 기업의 AI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빅테크와 클라우드 사업자의 지역 분산 전략에 맞춰, 아태 지역에서의 공급 능력을 조기에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정우진 KT 전략 사업컨설팅부문장은 산업과 일상에서 AI 활용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AI 데이터센터 확보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KT가 디지털브릿지와 함께 국내 AI 데이터센터 구축뿐 아니라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사업 기회를 적극 발굴하겠다고 덧붙였다. AI 인프라를 단순한 내부 IT 자원이 아니라 수익을 창출하는 글로벌 사업 기반으로 전환하려는 전략적 방향성도 드러난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력이 국내 AI 데이터센터 생태계에 해외 자본과 설계 역량을 본격 유입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동시에 전력 인프라, 입지 규제, 데이터 보안과 주권 이슈 등 제도적 과제가 남아 있어, 실제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정부와 규제기관의 역할도 중요해질 전망이다. 산업계는 KT와 디지털브릿지의 연합 구도가 아시아태평양 AI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어느 수준의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