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태평양 가족과 광물·에너지 협력 확대"…이재명 대통령, 15개 도서국 정상단 접견

허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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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현장에서 신흥 자원·에너지 협력 축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대통령실이 태평양 도서국 정상단을 초청하며 외연 확장에 나섰다. 기후위기와 자원 안보를 매개로 한 협력 구상이 어느 수준까지 구체화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료의 날짜인 2025년 12월 10일, 이재명 대통령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태평양 도서국 외교장관회의 참석차 방한한 태평양 도서국 일행을 접견했다. 이번 접견은 전날 열린 한·태평양 도서국 외교장관회의의 연장선에서, 양측 협력 의제를 정상급으로 끌어올리는 자리로 진행됐다.

접견에는 나우루, 니우에, 마셜제도, 마이크로네시아연방, 바누아투, 사모아, 솔로몬제도, 쿡제도, 통가, 투발루, 파푸아뉴기니, 팔라우, 피지, 뉴칼레도니아, 프렌치 폴리네시아 등 태평양 도서국 포럼 회원국 15개국 정상과 장·차관급 인사가 참석했다. 대통령실은 다자 형식 접견을 통해 포괄 협력 의지를 강조하는 한편, 개별 국가와의 후속 협의 기반도 다졌다는 평가다.

 

이재명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양측 수교의 역사와 외교 관계 확대 과정을 먼저 짚었다. 그는 “한국은 태평양 도서국 중 통가와 1970년 첫 외교 관계를 수립한 이래 반세기 넘는 기간 우호협력 관계를 발전시켜왔고, 2023년 니우에를 마지막으로 태평양 도서국 모두와 수교하며 태평양 가족이 됐다”고 말했다. 태평양 도서국 전 국가와의 수교 완료를 일종의 ‘외교 공동체’ 형성으로 규정한 셈이다.

 

이어 이 대통령은 태평양 도서 지역의 전략적 가치를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했다. 그는 “태평양 도서 지역은 우리 국민이 애용하는 참치의 90% 이상이 어획되는 곳이고 한국 원양어업의 핵심 어장”이라며 “앞으로 광물·에너지 분야 협력을 확대해나갈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수산 자원에 더해 광물·에너지 분야까지 협력 의제를 넓히겠다는 구상으로, 해양과 자원 안보를 동시에 고려한 접근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태평양 도서국에 대한 개인적 관심도 언급했다. 그는 “아까 국가 명칭을 들어보니, 지도에서 점점이 태평양에 떠 있는 국가들”이라며 “국가명이 익숙하기도 하고, 꼭 방문해보고 싶은 국가들”이라고 말했다. 다만 외교적 수사와 별개로, 실제 정상 차원의 상호 방문과 양자 협의가 어떤 일정으로 구체화될지는 후속 조율이 필요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이 그간 태평양 도서국을 상대로 진행해온 개발 협력도 접견 자리에서 재차 부각됐다. 이 대통령은 “한국은 1995년 태평양 도서국 포럼에 상대국으로 가입한 뒤 30년간 꾸준히 소통해왔고 2억4천만 달러 규모의 ODA 사업을 통해 보건, 교육 등에서 상생 협력하며 태평양 도서국의 지속 가능한 경제 사회 발전에 기여해왔다”고 설명했다. 금액과 분야를 명시하며 한국이 단기간 일회성 지원이 아니라 중장기 파트너로 역할해왔다는 점을 부각한 대목이다.

 

또한 이 대통령은 한국의 외교 지향점으로 ‘글로벌 책임 강국’을 제시했다. 그는 “한국은 글로벌 책임 강국으로서 인류가 직면한 전 지구적 난제 해결에 앞장설 것”이라며 “공동의 위협인 기후 위기에 선도적으로 대처하고 성장 경험을 토대로 취약 국가들이 스스로 성장하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기후변화로 직접적인 생존 위협을 받고 있는 태평양 도서국 특성을 고려한 메시지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전날 열린 한·태평양 도서국 외교장관회의를 언급하면서 양측 간 소통 채널의 상시화를 희망했다. 그는 “앞으로도 소통과 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지면 좋겠다”며 “한국과 태평양 도서국 간에 더 깊고 넓은 관계가 맺어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정상 차원 협력 구상을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접견을 두고 자원 안보와 기후외교를 결합한 신외교 공간 개척 시도로 보는 분석이 나온다. 전통적 외교 파트너인 한미·한중·한일 축과 더불어, 해양 자원과 전략 광물 공급망을 둘러싼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태평양 도서국과의 협력을 강화해 대외 리스크를 분산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한편 정부는 한·태평양 도서국 외교장관회의와 정상단 접견을 계기로 ODA, 기후위기 대응, 해양·광물·에너지 협력 등 구체 의제를 세부 사업으로 연결하는 작업에 착수할 전망이다. 외교부와 대통령실은 각 도서국과의 양자 협의 및 장차 정상 상호 방문 일정 등을 검토하며, 태평양 도서국과의 협력 프레임을 중장기 전략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허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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