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관 미임명 의혹 수사 본격화"…내란특검, 한덕수 전 총리 피의자 소환
내란특별검사팀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맞붙었다. 헌법재판관 인사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비상계엄 수사와 얽히며 정국의 또 다른 뇌관으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은 21일 헌법재판관 미임명 의혹과 관련해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이날 오전부터 한 전 총리를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받는 피의자로 불러 신문을 진행 중이다.

쟁점은 지난해 말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를 둘러싼 한 전 총리의 결정이다. 국회는 2024년 12월 26일 마은혁, 정계선, 조한창 3명을 새로운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추천했다.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소추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고 있던 한 전 총리는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헌법재판관 임명을 미뤘다.
이 결정은 곧바로 국회 탄핵 소추로 이어졌다. 국회는 한 전 총리가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해 헌법상 의무를 저버렸고, 12·3 비상계엄 관련 의혹 국면에서 비상계엄 선포를 방조했다는 취지로 탄핵을 추진해 소추안을 의결했다.
한 전 총리가 직무에서 배제된 이후에는 이른바 대행의 대행 체제가 가동됐다. 최상목 당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권한대행을 맡아 국회가 추천한 후보 3명 중 정계선, 조한창 2명을 우선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했다. 다만 최 전 부총리는 마은혁 후보자에 대해서는 여야 합의가 필요하다며 임명을 보류했다.
정국 흐름은 헌법재판소 판단으로 다시 전환됐다. 헌법재판소가 한 전 총리에 대한 탄핵을 기각하면서 한 전 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에 복귀했다. 한 전 총리는 그 뒤 국회 추천대로 마은혁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했다. 동시에 임기가 만료되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자로 이완규 당시 법제처장과 함상훈 당시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명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시민단체 등은 여기서 다시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한 전 총리가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제때 임명해야 할 직무를 유기했고, 권한대행 복귀 이후에는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을 통해 권한을 남용했다며 수사기관에 고발했다. 헌법재판관 인사와 12·3 비상계엄 의혹이 직무유기·직권남용 혐의로 엮인 셈이다.
특검팀은 한 전 총리를 상대로 두 가지 축을 중심으로 진술을 확인하고 있다. 첫째는 권한대행 시기 헌법재판관 임명을 하지 않기로 한 판단의 구체적 이유, 둘째는 탄핵 기각 후 권한대행에 복귀한 뒤 함상훈, 이완규 후보자를 지명하게 된 배경이다. 특검은 이러한 의사 결정이 독자 판단이었는지, 아니면 청와대 인사 라인과의 조율 결과였는지 집중 추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 수사의 시선은 윤석열 전 대통령 측으로도 향하고 있다. 특검팀은 당시 의사결정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 또는 대통령실 핵심 인사들과의 논의나 교감이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조은석 특검팀은 이미 김주현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비서관이 관련 의사결정에 연루된 정황을 포착했다며 20일 김 전 비서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수사 범위는 12·3 비상계엄 관련 의혹 전반과 맞물려 있다. 조은석 특검팀은 비상계엄 검토와 헌법재판소 인사 구성이 어떤 방식으로 연결됐는지, 인사 지연과 특정 인사 지명이 권력 유지나 사법 통제 구도에 영향을 주려 한 행위였는지 여부를 다각도로 따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내부에서는 대통령 권한대행의 재량 범위 안에서 이뤄진 정당한 인사 절차였다는 방어 논리가 나오고 있고, 야권은 헌법기관 인사를 활용한 체제 수호 시도라며 날을 세우는 양상이다.
조은석 특검팀의 박 모 특별검사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남은 수사 방향을 간단히 설명했다. 그는 공수처나 경찰에서 고발돼 특검에 이첩된 사건 처리와 관련해 필요한 조사를 진행한 뒤 혐의가 있으면 기소하고 없으면 종결하겠다고 밝혔다. 수사 기간 내 최대한 사건을 마무리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국회와 정치권은 특검 수사 결과가 헌법재판소 인사 제도와 대통령 권한대행의 역할 논쟁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주시하고 있다. 향후 특검팀이 한 전 총리와 대통령실 인사들에 대한 추가 소환 여부, 기소 판단을 어떻게 내리는지에 따라 여야 공방은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정치권은 내란특검 수사와 헌법재판관 인사 논란을 둘러싸고 정면 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