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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런 10억달러 돌파…데브시스터즈, 글로벌 IP 확장 가속

권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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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주얼 모바일 게임 중심으로 출발한 쿠키런 IP가 글로벌 장기 흥행 IP로 자리잡고 있다. 누적 이용자 3억명, 매출 10억 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북미를 포함한 다지역 매출 분산 구조를 갖추면서 IP 기반 비즈니스 확장 동력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게임 산업에서는 이용자 체류 시간을 기반으로 한 IP 수명이 수년 이상으로 길어질수록 미디어, 머천다이징, 컬래버레이션 등 2차 수익 다각화가 용이해지는 만큼, 쿠키런의 성과가 국내 게임사 IP 전략의 대표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데브시스터즈는 26일 자사 대표 브랜드 쿠키런이 지식재산 통합 기준으로 전 세계 248개국에서 누적 이용자 3억명을 넘어섰고, 누적 매출이 10억 달러, 약 1조 4600억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초기 러닝 액션 게임에서 시작해 모바일 RPG, 퍼즐 등으로 장르를 확장한 결과가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쿠키런 IP 이용자 활성도가 높은 국가는 한국, 미국, 중국, 태국, 러시아 순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이용자가 특정 지역에 치우치지 않고 분산돼 있어 지역 리스크를 줄인 포트폴리오를 확보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같은 기간 매출 기준 상위 국가는 미국, 한국, 대만, 영국, 캐나다 순으로, 특히 북미 시장에서의 성장세가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데브시스터즈는 쿠키런 IP 성장을 견인한 요인으로 대중성과 다양성을 동시에 겨냥한 크리에이티브 전략을 내세웠다. 500종이 넘는 쿠키 캐릭터를 통해 다양한 지역, 인종, 문화를 반영했고, 용기와 희망을 중심에 둔 서사 구조를 설계해 세대와 성별, 지역을 넘어선 공감대를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기존 모바일 게임 IP가 특정 연령대나 마니아층에 집중되는 한계를 넘어서면서 장기적으로는 애니메이션, 웹툰, 오프라인 체험형 콘텐츠 등으로 확장할 여지도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이번 IP 전략은 국내외 게임사의 캐릭터 비즈니스와 비교해도 차별화된 확장 방향을 보여준다. 일부 글로벌 게임사가 고퀄리티 그래픽과 하드코어 이용자층에 기반한 e스포츠 중심 수익 구조를 택한 것과 달리, 쿠키런은 직관적인 캐릭터성과 감정선에 집중해 완구, 의류, 식음료, 아트 콜라보 등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확장 가능한 구조를 선택했다. 이는 일본 게임·애니메이션 업계에서 장기간 검증된 캐릭터 사업 모델과 유사한 궤적을 보인다는 분석도 있다.

 

문화 IP로서의 브랜딩 전략도 강화되고 있다. 데브시스터즈는 최근 전통 무형문화 장인들과 협업한 아트 콜라보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전통문화와 현대 IP를 결합하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단순 라이선스 상품을 넘어, 장인들의 공예 기법과 쿠키런 캐릭터를 결합해 새로운 형태의 콜라보 작품을 선보이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이용자에게는 IP 소비 경험을, 장인에게는 새로운 수요 채널을 제공하는 상호 보완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가유산청과의 협업도 본격화되고 있다. 데브시스터즈는 국가유산청과 함께 덕수궁 돈덕전에서 쿠키런 IP를 활용한 특별전을 개최하며 한국의 문화적 우수성을 알리는 활동에 나서고 있다. 전통 궁궐 공간에 게임 캐릭터를 접목한 전시는 국내 게임사가 보유한 디지털 IP를 국가 문화유산과 연계한 사례로, 향후 다른 문화재 공간으로의 확장 가능성도 거론된다.

 

내년에는 나전칠기, 연등, 분청사기 등 전통 무형문화를 쿠키런 IP 관점에서 재해석한 아트 콜라보 작품 10종을 한자리에서 선보이는 종합 전시가 예정돼 있다. 게임 이용자에게는 전통 문화를 접하는 진입 장벽을 낮추고, 해외 팬들에게는 K게임과 K컬처가 결합된 새로운 문화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 국가 브랜딩 측면에서도 파급 효과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쿠키런의 성과가 모바일 게임을 넘어서 종합 IP 비즈니스로 전환하려는 국내 게임사들의 전략에 하나의 기준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쿠키런은 단기 매출 중심의 라이브 서비스에서 벗어나, 캐릭터와 세계관을 중심에 둔 IP 자산화 전략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며 북미 등 주요 지역에서의 매출 비중이 더욱 확대될 경우 다양한 2차 저작물과 플랫폼 연계 시도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게임 산업 전반에서 콘솔과 PC, 모바일 간 경계가 흐려지고 이용자 경험이 복합화되는 가운데, 장기적으로는 누가 더 강력한 IP를 확보하느냐가 경쟁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산업계는 쿠키런이 보여준 IP 성장 모델이 실제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어느 수준까지 안착할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

권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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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브시스터즈#쿠키런#국가유산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