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속 철분 정밀 분석”…박성욱 교수팀, 파킨슨병 유형별 치료 새 길 제시
정량적 자화율 맵핑(QSM)이라는 최신 뇌 영상 기술이 신경퇴행성질환 치료 전략의 새로운 기반으로 주목받고 있다. 강동경희대학교한방병원의 박성욱 한방내과 교수 연구팀은 QSM을 활용해 파킨슨병 환자와 정상인의 뇌를 비교 분석, 뇌 특정 부위의 철분 침착이 파킨슨병과 긴밀히 연결돼 있다는 점을 과학적으로 밝혔다. 고령화로 발병률이 급격히 높아지는 파킨슨병에서 각 아형별(타입별)로 철분 집적 양상이 다름을 규명한 이번 연구는 국내외 신경과학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번 연구 성과는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에서 주관하는 제35회 과학기술 우수논문상 수상으로 객관성을 얻었다.
박 교수팀은 정밀 뇌자기공명영상(MRI) 기반 QSM 기법을 도입, 전통적인 뇌 영상 방식보다 미세 수준의 금속(철) 축적 상태를 정량적으로 평가했다. QSM은 뇌 조직 내 자성물질 농도를 수치로 산출해 구조적 이상뿐 아니라 미세한 화학 변화까지 포착한다. 이번 연구에선 파킨슨병 환자 아형(진전우세형, 경직·운동저하형 등)별로 뇌 영역 내 철분 침착 패턴의 뚜렷한 차이를 통계적으로 제시했다. 이러한 방식은 증상과 예후가 다양했던 기존 임상 양상 구분법보다, MRI 정량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환자 맞춤형 진단·치료 전략 수립에 근거를 제시한다.

파킨슨병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1,000만 명 이상이 앓는 대표적 퇴행성 뇌질환이다. 주요 증상은 진전(떨림), 경직, 운동저하 등 개별 차이가 커, 세분화된 치료법 개발이 쉽지 않았다. 박 교수팀이 규명한 ‘아형별 철분 침착량’ 정보는 병의 진행 예측, 신경보호제 등 신약 타깃 결정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이번 기술은 기존 MRI 촬영만으로는 불가능했던 조직 내 미세 금속 성분 분포까지 정량적으로 밝힐 수 있어, 암·치매 등 다른 신경질환에도 접목 가능성이 거론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인공지능(AI) 기반 뇌 영상 분석과 결합한 맞춤형 신경질환 치료 플랫폼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유럽, 미국 등지 대학병원에서는 QSM·NGS(차세대 염기서열분석) 등의 정밀 의료기술을 조기 적용하는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다. 이번 한국 연구성과는 이미지 데이터 기반 정밀 진단 영역에서의 국산화 위상을 높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한편 QSM 등 고도 뇌영상 기술의 임상 활용 확대를 위해서는 식약처 의료기기 인증절차, 건강보험 수가 적용, 개인정보보호 등 다양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데이터 해석의 표준화, 대규모 환자군 연구 등 후속 프로세스 개선도 요구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QSM을 활용한 철분 정량화 진단법이 뇌질환 예측 및 맞춤 치료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며 "기술 고도화와 함께 관련 제도, 임상 활용 가이드라인이 빠르게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분석한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신경질환 치료 정밀화와 의료시장 혁신으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