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부문 부담에 합의 보류”…조현, 한미정상회담 결과 지연 배경 밝혀
투자 분야를 둘러싼 부담 문제가 한미정상회담 공동 합의문 발표 지연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이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관련 경위를 설명하며, 정부의 신중한 협상 전략을 거듭 강조했다. 정상회담 결과 발표를 둘러싼 논란이 정치권 내 갈등의 불씨로 번지는 양상이다.
조현 장관은 이날 “일부라도 합의가 되는 것은 일단 발표하는 것을 추진했었다”며 정상회담 직후 합의문 발표를 검토했음을 전했다. 그러나 “미국이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투자 부문에 있어서 국민의 큰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저희가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라고 밝히며, 미국의 투자 요구가 국민 경제에 상당한 영향이 있을 수 있음을 우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조 장관은 미일 간 최근 무역합의의 구체적 사례를 언급했다. “이번 미일 간 합의 내용을 보시면 우리 정부가 왜 협상을 지연시켜 가면서까지 협상안을 만들어가고 있는지 이해가 되실 것”이라며, 일본의 대미 시장 개방과 5천500억 달러 투자 약속, 미국 정부의 투자처 선정 권한, 무역 이행 미흡 시 관세 재조정 등 미국의 강경 요구를 예로 들었다. 조 장관은 “현재 일본의 타결된 협상안을 보면, 그와 비슷하게 우리가 협상안을 만든다고 할 때 사실 여러 가지 문제점이 많다”며 “우리로서는 미국에 대해 받을 수 없는 것들을 분명히 함으로써 협상을 아주 강하게 하다 보니까 협상이 좀 지연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정치권의 관심은 민감한 국내 산업 이슈로 확장됐다. 국민의힘 김건 의원이 “우리 반도체 품목 관세의 최혜국 대우 여부가 불확실한 것이냐”고 묻자, 조 장관은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답했다. 반도체 등 주요 품목의 무역 협정 결과가 아직 미확정 상태임을 시사한 대목이다.
또 한미가 검토했던 정상회담 합의문에는 대만 사태 등 한반도 이외 지역에서 주한미군 역할을 확대하는 ‘전략적 유연성’은 담기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민 관련 질문에 대해서도 조 장관은 “지난번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대규모 투자 요청이 있었고, 또 우리도 화답했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비자 문제가 선결과제라는 점을 미국 측에 강조하고, 구체적 협의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미 정상회담 당시 한국인 비자 확대 문제가 공식 의제로 오르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이 같은 한미 투자 협상과 합의문 미발표를 둘러싼 논쟁은 여야간 비판과 방어 논리가 첨예하게 맞서는 모양새다. 야당은 정부의 협상력 부족과 대미 부담 전가 우려를 지적하며 공세를 펼치고 있다. 반면 정부는 일본 사례와 비교하며 물러설 수 없는 선을 분명히 했다고 강조한다.
합의문 부재의 직접적 파장과 함께, 반도체 등 주력 산업에 대한 민감한 협상 조건까지 겹치면서 한미 정상급 협상 구도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외교가 안팎에서는 “국내 경제 이익과 동맹 균형을 모두 지키는 협상이 필요하다”는 근본적 과제가 부상했다.
정치권은 한미 협상 전선에 촉각을 곤두세운 채, 다음 회기 외교통일위원회 등 상임위를 통해 세부 쟁점 공방을 이어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