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I도 못찾는 전립선암”…분당서울대, 초음파 진단 새판 짠다
초고해상도 초음파가 전립선암 진단 패러다임을 바꾸는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MRI도 포착하지 못하는 미세암을 실시간으로 찾아내는 수준까지 영상 품질이 높아지면서, 영상의학과 비뇨의학이 맞닿는 정밀 진단 시장이 재편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고령화로 전립선암이 급증하는 가운데, 국내 상급종합병원이 이 기술을 선도 도입하면서 향후 의료기기 산업과 진단 프로토콜 변화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분당서울대병원 비뇨의학과는 기존 경직장 초음파보다 해상도가 약 3배 높은 실시간 영상을 제공하는 29메가헤르츠 마이크로 초음파 장비를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고 24일 밝혔다. 이 장비는 전립선과 주변 해부학적 구조를 고해상도로 표시해 종양 의심 부위를 세밀하게 평가하고, 해당 부위를 직접 겨냥하는 표적 조직검사를 유도한다.

기술의 핵심은 초음파 주파수 대역 확보다. 일반 전립선 초음파보다 훨씬 높은 29메가헤르츠 대역을 사용해 공간 해상도를 끌어올린 것이다. 주파수가 높아질수록 영상의 픽셀이 더 촘촘해져 작은 구조물도 구분할 수 있게 되며, 전립선 조직 내 미세한 밀도 차이나 구조 변화를 감지하는 데 유리하다. 다만 고주파는 투과 깊이가 줄어드는 한계가 있는데, 전립선처럼 골반 내 비교적 얕은 장기에는 적합하다는 평가다.
분당서울대병원 측은 장비가 실시간 영상과 표적 바늘 유도 기능을 결합해, 암 의심 부위에 조직검사 침을 정확히 삽입하도록 돕는 점을 차별점으로 꼽는다. 기존 경직장 초음파는 해상도가 낮아 종양 경계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고, 작은 병변은 아예 보이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정 간격으로 여러 부위를 광범위하게 찌르는 체계적 생검 방식이 일반적이었고, 환자 부담과 합병증 위험이 뒤따랐다.
마이크로 초음파는 영상에서 보이는 의심 병변을 직접 겨냥하는 표적 생검 접근을 강화한다. 고해상도 덕분에 주변 정상 조직과 병변의 질감과 에코 패턴 차이를 더 뚜렷하게 구분할 수 있어, 병변 경계를 따라 침을 넣거나 병변 중심부를 정확히 채취하는 전략적 샘플링이 가능해진다.
또 하나의 축은 표준화된 전립선 초음파 위험도 분류 체계와의 연동이다. 분당서울대병원이 도입한 장비는 전립선 초음파 영상 위험도 시스템인 PRI-MUS와 연계된다. PRI-MUS는 전립선 영상에서 병변의 모양, 경계, 크기, 음영 등을 기준으로 악성 가능성을 자동 또는 반자동으로 평가해 1에서 5단계까지 점수를 부여한다. 숫자가 높을수록 전립선암 가능성이 큰 고위험 병변으로 분류된다.
의료진은 PRI-MUS 점수와 실시간 마이크로 초음파 영상을 함께 보며 표적 조직검사 위치를 결정한다. 악성도가 높게 예측된 영역에 우선적으로 침을 집중하면서, 악성 가능성이 낮은 부위는 과도한 검사를 줄이는 방식이다. 병원을 찾은 환자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생검 코어 수가 줄어들어 출혈, 감염 등의 합병증 위험이 낮아지고, 검사 횟수도 감소할 여지가 생긴다.
마이크로 초음파의 등장은 MRI 중심으로 굳어진 전립선암 영상 진단 체계에도 변화를 예고한다. 현재 고위험 전립선암 진단에는 자기공명영상과 초음파 융합 표적 생검이 널리 사용되지만, MRI에서 병변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특히 아주 작은 크기의 미세암이나 경계가 모호한 병변은 MRI 해상도와 판독자의 경험에 따라 놓칠 수 있는 한계가 지적돼 왔다.
분당서울대병원은 마이크로 초음파가 MRI에서 보이지 않던 전립선암까지 찾아내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MRI 검사가 고가에다 자장이 강한 검사 환경 탓에 폐쇄공포, 조영제 부작용 등 심리적·신체적 부담이 큰 데 비해, 초음파 검사는 시간과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든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향후 일정 환자군에서는 MRI 선행 검사 없이 마이크로 초음파를 1차 진단 도구로 활용하는 프로토콜 설계 가능성도 제기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마이크로 초음파 기반 전립선 진단 장비를 둘러싼 경쟁이 서서히 진행 중이다. 북미와 유럽 일부 병원은 MRI를 보완하거나 대체하는 용도로 마이크로 초음파를 임상 경로에 편입해, 진단 정확도, 생검 코어 수, 비용 대비 효과를 비교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장비 가격, 교육 비용, 판독 경험 축적이 필요해 대규모 확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국내에서는 마이크로 초음파가 아직 도입 초기 단계여서, 건강보험 적용 여부와 수가 책정이 상용화의 관건으로 꼽힌다. MRI 기반 전립선 표적 생검이 점차 넓게 쓰이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영상 플랫폼이 추가될 경우 비용 부담과 의료 자원 배분 문제를 어떻게 조정할지 정책적 논의도 필요하다. 특히 PRI-MUS와 같은 위험도 분류 시스템을 진료 지침과 어떻게 연계할지, 데이터 축적과 다기관 검증 과정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성규 분당서울대병원 비뇨의학과장은 기존 초음파 대비 3배 향상된 고해상도 영상과 정밀 표적 조직검사가 전립선암 진단의 새 전기를 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효율적이고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가능하게 해 불필요한 검사와 환자의 불안감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계와 의료계는 마이크로 초음파가 실제 진료 현장에서 MRI 중심 구조를 어디까지 바꿀 수 있을지, 그리고 기술 발전 속도에 맞는 제도와 임상 근거가 뒷받침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