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아르헨티나산 대두 9억 달러 대거 확보”…미중 무역전쟁 속 수입선 재편→세계 시장 긴장
탁트인 남미 평원의 끝자락에서, 전통 농업 강국 아르헨티나는 또 한 번 세계 무역사의 새로운 페이지를 맞이한다. 안데스 너머로 스며드는 가을 햇살 속,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찾은 중국 대표단의 발걸음은 짙은 긴장과 기대를 동시에 실어 나른다. 이들은 거대한 거래 성사의 전조처럼, 아르헨티나의 곡창지대를 배경 삼아 새로운 협정서에 서명했다.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아르헨티나 수출업체들과 대두, 옥수수, 식물성 기름에 대한 약 9억 달러 규모의 구매 의향서를 체결했다. 장기화되는 미중 무역전쟁의 파고 속에서, 중국은 미국산 대두에 이어 아르헨티나산 농산물로 수입 다변화에 나섰다. 이미 아르헨티나산 대두 최대 구매국 자리를 지키던 중국은, 이례적인 규모의 거래로 향후 시장 구조의 지각변동을 예고한다.

거래는 단순한 매입을 넘어 양국의 경제적·정치적 연결 고리를 더욱 굳게 한다. 중국 국영 곡물회사 중량그룹(COFCO) 인터내셔널 부에노스아이레스 사무소는 “중국비축양곡관리공사(Sinograin)와 함께 농산물 공급 확대는 물론, 장기적인 협력 강화를 도모한다”며 공식 입장을 밝혔다. 아르헨티나 현지 매체들은 이번 구매가 ‘의향서’ 차원임을 전했지만, 아르헨티나 농촌 협회는 “중국 푸펑 그룹이 현지 옥수수 가공공장 건설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됨에 따라, 중국의 결정은 남미 시장과 글로벌 곡물 교역에 파문을 일으킨다. 국제 대두·옥수수 가격의 변동성은 이미 꿈틀대기 시작했다. 앞으로 남미산 농산물 수요 확대와 더불어, 미국산 곡물의 경쟁력 약화와 수출 감소 가능성이 현실이 될지 주목된다.
국제사회 역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은 세계 최대 대두 수출국이지만, 중국과의 외교·경제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남미로 기울어지는 무역의 추가 세계 곡물 공급망의 새로운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한국을 포함한 여러 수입국들 역시, 중국의 이번 전략적 구매가 국내 시장에 가져올 여파를 경계하며 국제 곡물가와 공급망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
시대의 흐름 속에서, 세계 곡물 무역은 다시금 변화의 물결을 맞고 있다. 국가 이기주의와 경제 안보의 목소리가 격해진 오늘, 그 긴장과 리듬 속에 글로벌 농산물 시장도 예민하게 출렁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