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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금 로고 에어컨 마케팅"…LG, 레거시 제품 가치 재조명

배진호 기자
입력

프리미엄 전략을 앞세웠던 2000년대 LG전자의 에어컨 마케팅이 뒤늦게 재조명되고 있다. 약 20년 전 한정 판매된 휘센 에어컨 일부 제품에 부착된 로고가 실제 순금으로 제작된 사실이 유튜브 채널을 통해 구체적인 환금 가치와 함께 알려지면서, 레거시 가전의 브랜드 전략이 중고·스크랩 시장에서 다시 평가받는 흐름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가전 업계에서는 과거의 상징성 마케팅이 장기적으로 브랜드 자산으로 누적되는 사례로 보고 있다.

 

금은방을 운영하는 유튜버 링링언니는 최근 자신의 채널에 휘센 에어컨 로고를 분석하는 영상을 연이어 공개했다. 첫 영상에서 한 고객은 오래된 에어컨에서 떼어냈다는 구겨진 금속 조각을 가져왔고, 유튜버는 이를 녹여 정밀 분석했다. 분석 결과 해당 로고는 도금이 아닌 순금으로 확인됐고, 무게는 한 돈에 약간 못 미쳐 약 70만 원대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영상은 조회 수 100만 회 이상을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두 번째 영상에서도 또 다른 고객이 휘센 로고를 금은방에 들고 방문했다. 이번에는 글자 모양이 비교적 온전한 상태였으며, 고객은 과거 동네 금 거래소에서 금이 아니라는 말을 듣고 보관만 해오다가 유튜브 영상을 보고 다시 확인을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해당 로고 역시 순금으로 판정됐고, 무게는 1돈을 조금 웃도는 수준으로 측정됐다. 분석과 제련 과정 비용을 제외하고 70만 원대 중반을 수령할 수 있는 것으로 안내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우리 집 에어컨도 확인해봐야겠다”는 반응이 확산됐다.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2005년 에어컨 세계 판매 5년 연속 1위를 기념해 선착순 1만 명을 대상으로 순금 휘센 로고가 부착된 에어컨을 한정 판매했다. 이후 2008년에도 순금 1돈짜리 명판을 부착한 휘센 에어컨 1만 대를 다시 선보였다. 오늘날 기준으로 보면 로고·명판에 귀금속을 사용하는 방식은 비용 부담이 큰 마케팅이지만, 당시에는 프리미엄 가전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한 상징적 투자에 가까웠다는 평가다.

 

당시 LG 휘센 시리즈는 인버터 제어, 정밀 온도 관리, 공기정화 기능 등을 내세우며 고급형 에어컨 시장을 공략했다. 순금 로고는 제품 기술력과 브랜드 위상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일종의 한정판 인증 배지 역할을 했다. 외형상 단순 장식처럼 보이지만, 실제 순금이 사용되면서 지금에 와서는 중고가전이나 폐가전 회수 단계에서까지 추가적인 자산 가치를 갖게 됐다. 특히 이번 사례는 가전 폐기 직전 단계에서 귀금속이 뒤늦게 재발견된 형태로, 가전 내 부가 소재의 회수 가치에 대한 관심도 키우고 있다.

 

소비자 반응 역시 흥미롭다. 한정판에 해당하는 2005년, 2008년 모델을 보유한 일부 이용자는 자택 에어컨 앞면을 다시 확인하는 등 이른바 숨은 자산 찾기에 나섰고, 이미 해당 제품을 폐기한 이들은 “버린 에어컨이 아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중고거래 플랫폼과 지역 스크랩 업체에서도 휘센 로고 관련 문의가 늘고 있다는 전언도 나온다. 프리미엄 소재를 활용한 과거 마케팅이 시간이 흐른 뒤 중고·재활용 시장에서 또 다른 경제적 동인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는 대목이다.

 

가전 산업 관점에서는 이번 사례가 프리미엄 전략의 장기 효과를 보여주는 일종의 브랜드 사례 연구로 해석된다. 최근 글로벌 가전사는 고급 금속 마감, 리미티드 에디션, 아티스트 협업 등을 통해 제품 희소성을 부여하고 있는데, 여기에 실제 자산 가치를 지닌 소재를 더하는 전략이 향후 어떤 파급력을 가질지에 대한 논의도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기업 입장에서는 원자재 가격 변동과 제조 비용, 위조 방지, 회수 방안 등을 고려해야 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중고·재활용 생태계 측면에서도 시사점이 있다. 지금까지는 폐가전을 처리할 때 주로 구리 배선, 철 프레임 등 대량 금속 회수에 초점이 맞춰져 왔지만, 일부 프리미엄 제품에 사용된 귀금속 부품, 장식 소재는 상대적으로 관심에서 비켜 있었다. LG 휘센 로고 사례처럼 소규모 귀금속이 장기간 방치되거나 폐기되는 경우가 반복될 수 있어, 향후에는 프리미엄 가전 회수 시 부가 소재를 식별하고 정량화하는 서비스 모델이 등장할 여지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전문가들은 과거 한정판 전략이 지금 시점에서 브랜드 스토리로 재생산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한 가전 유통 관계자는 순금 로고 이슈가 단기적인 화제성에 그칠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브랜드에 대한 신뢰와 애착을 높이는 스토리 자산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나아가 중고가전 유통과 자원 순환 시장이 성장하는 가운데, 프리미엄 소재를 활용한 과거 마케팅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드는 사례로 확장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산업계는 이번 이슈가 실제 제품 설계와 마케팅 전략, 그리고 중고·재활용 시장 구조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지켜보고 있다.

배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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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휘센에어컨#순금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