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기절초풍 안 내밀던 미국”…강훈식·김용범·위성락, 한미 관세·안보 협상 막전막후 증언

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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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관세·안보 협상 비화를 둘러싸고 대통령실 주요 실장들이 협상 과정의 긴박한 막전막후를 털어놨다. 미국 측의 초강경안에 격렬히 맞섰던 정부의 입장과, 정상회담을 전후한 고조된 긴장감이 정치권 안팎의 관심을 끌고 있다.

 

강훈식 비서실장과 김용범 정책실장, 위성락 안보실장은 14일 밤 이재명 대통령 유튜브 채널에 게시된 영상에서 “기절초풍” “을사년”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해 협상 당시의 분위기를 상세히 증언했다. 세 실장은 지난달 29일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직전, 그리고 직후까지 이어진 세부 협상의 뒷이야기를 집중적으로 공개했다.

관세 협상 실무를 맡았던 김용범 정책실장은 “8월 워싱턴DC에서 열린 1차 정상회담 이후 미국에서 전달한 협상안이 ‘말도 안 되는 안’이었다”며 “을사년이 떠오를 정도로 불평등하고 고난도인 상황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입장 조율이 안 되자 미국이 격분했고, 이러한 기류가 우리 측에도 전달됐다”고 당시의 분위기를 전했다.

 

김 실장은 “적어도 감내 가능한 수준의 안을 만들기 위해 끝까지 사투를 벌였고, 더는 물러설 수 없는 선을 지켰다”며 “마지막까지 강경하게 대첩했다”고 강조했다. 강훈식 비서실장은 “타결 직전까지 긴장감이 극대화됐고, 이견이 전혀 좁혀지지 않은 상황이었다”며 “협상 종료 후에야 비로소 긴장이 풀렸다”고 돌아봤다.

 

위성락 안보실장은 “주요 협상 당사자들이 막판 입장을 재고하고 서로에게 배려를 보이며 한 발씩 물러났다”고 협상 타결의 결정적 국면을 설명했다. 그는 또 “대통령이 적절하게 대처했고, 실무 참모진도 모두 지혜를 모아 해법을 내놨다”고 덧붙였다.

 

한미 협상팀은 총 23차례 장관급 회담을 거쳤던 것으로 확인됐다. 강훈식 실장은 “협상 과정에서 정책·안보실장들은 내부 설득에 주력했고, 자신은 끝까지 강경한 입장을 견지했다”며, “실은 대통령이 더욱 완강한 태도를 고수했다”고 밝혔다.

 

정치권은 대통령실의 이 같은 협상 ‘내막 공개’가 향후 대미 외교와 통상 정책 전반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주목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한미 관세·안보 합의의 후속 조치 논의에 곧 착수할 예정이다.

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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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식#김용범#위성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