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 병용신약, FDA 문턱에 막혀”…HLB·항서제약 허가 지연 파장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HLB의 간암 신약 ‘리보세라닙’과 항서제약의 ‘캄렐리주맙’ 병용 요법에 대해 허가를 보류하며, 글로벌 항암제 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고되고 있다. 두 기업이 동시 신청한 병용치료제는 각기 심사 절차에서 보완 요청을 받았으며, 중국 제약사의 제조·품질관리(CMC) 결함과 데이터 업데이트 이슈가 허가 발목을 잡은 상황이다. 업계는 FDA의 공식 CRL(보완요청서) 원문 공개로 허가 심사 경로와 일정이 명확해진 만큼, 글로벌 신약 패권 경쟁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번 사안은 HLB의 자회사 엘레바 테라퓨틱스(NDA 216586)와 중국 항서제약(BLA 761308)이 각각 2023년과 2024년 허가를 요청한 병용 항암제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에 대한 승인 과정에서 불거졌다. FDA가 공개한 CRL에서 “리보세라닙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캄렐리주맙과의 병용 해결에서만 입증됐다”며, 캄렐리주맙의 단독 허가 이전까지는 리보세라닙 단독 승인도 불가하다고 명시했다. 병용요법 대상 신약은 구성 약물 모두에 대해 심사 및 보완 사항이 완료돼야 최종 허가가 이뤄진다는 미국 FDA의 기준이 적용된 셈이다.

기술적으로 양사는 리보세라닙(NDA)와 캄렐리주맙(BLA) 각각에 대해 임상성과 안전성, 공장 실사 등 주요 항목에서 데이터를 제출했다. HLB는 리보세라닙의 임상자료와 제조공장 실사가 모두 끝났고 별도 보완지적이 없었으나, 병용 제출 형식상 캄렐리주맙의 승인 지연이 영향을 미쳤다. 반면 항서제약은 캄렐리주맙 제조시설에 대한 FDA Form 483(현장 점검 결과 통지)에 따라 결함사항 해소 및 CMC 안정성 데이터(최소 3~6개월치) 추가 제출을 요구받았다. 미국 FDA는 업체가 충분한 개선 자료를 내야 재심사에 들어갈 수 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허가 병목의 직접적 원인이 항서제약의 제조·품질관리 관련 미비와 제출서류 보완에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현지에서는 한쪽 약물의 허가가 미진할 경우 병용요법 전체가 제동되는 구조의 규제 환경이 기본이기 때문이다. 한국이나 중국의 기존 신약 허가 방식과 달리, 미국 FDA는 병용 요법 구성 성분 모두의 품질·임상 완결성을 엄격히 요구하고 있다.
경쟁구도 측면에서, 글로벌 항암제 개발 기업 간 병용요법 신약 개발 추세는 뚜렷하지만, 미국·유럽 규제당국의 절차적 장벽도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는 암젠(Amgen) 등 빅파마 역시 동반 심사 기준에 맞춘 자료 제출과 공장 품질관리 이슈 대응을 고도화하고 있다. 업계는 이번 지연이 중국·한국 주도의 신약 개발 프로젝트 전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정책 측면에서는 FDA가 최근 “신청 신약 승인 가능성은 보완자료 제출 및 현장 결함 해소 이후 재검토하며, 필요시 제조시설 재점검까지 포함한다”고 강조했다. 실질적 허가는 항서제약의 시설품질, 안전성 데이터 확보, 최신 라벨링 및 복약 안내서 등 추가 제출에 달려 있다.
업계는 항서제약의 데이터 확보 완료 시점에 따라 신약 재신청 시점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HLB 측은 3개월분 CMC 데이터 제출은 마쳤으며, FDA의 요구에 따라 6개월 안정성 데이터까지 확보가 필요할 경우 연내(12월) 추가 재신청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재신청 승인 유형에 따라 심사 기간은 2~6개월로 달라질 전망이다.
제약·바이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병용 신약 허가 보류는 단일 약물 시대에서 병용치료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이동하는 과정의 규제지형을 보여준다”며 “글로벌 신약 시장에서 실제 허가가 산업 변혁의 분기점이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산업계는 이번 병용요법 신약이 미국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