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청 대결 새 전장 되나”…민주당 최고위원 보선, 당권 지형 시험대
당내 권력 구도와 노선 갈등이 교차하는 더불어민주당에서 최고위원 보궐선거를 둘러싼 긴장이 커지고 있다. 정청래 대표의 핵심 당 개혁 공약이었던 1인1표제가 무산된 직후 치러지는 첫 전국 단위 표대결이어서,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대표 사이 이른바 명청 구도 재편의 분수령이 될지 주목된다.
7일 민주당에 따르면 최고위원 보궐선거는 선출 방식 논의를 거쳐 이르면 다음 달 11일 전후로 실시될 전망이다. 내년 6월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사퇴한 전현희 전 최고위원, 김병주 전 최고위원, 한준호 전 최고위원의 빈자리를 채우는 선거로, 임기는 내년 8월까지다. 형식상 짧은 임기 보궐선거지만, 1인1표제 좌초로 흔들린 당 지도 체제의 방향을 가늠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해석이 뒤따르고 있다.

관심은 무엇보다 명청 대결 구도가 현실화할지 여부에 쏠린다. 정청래 대표와 일정한 거리를 둬온 친명계 인사들이 최고위원 도전에 나서는 동시에, 정 대표 측근 그룹도 후보군을 가다듬는 양상이다. 당 안팎에서는 최고위원 보선이 정 대표 체제에 대한 중간 평가 무대가 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친명계 영입 인사로 분류되는 유동철 부산 수영구 지역위원장은 출마 결심을 굳힌 분위기다. 유 위원장은 이날 통화에서 "마음을 거의 굳혔고, 출마 선언 일정을 계획 중"이라며 "이재명 정부와 엇박자를 내지 않고 뒷받침할 수 있는 역할을 당원들이 제일 원하지 않을까 한다. 단일대오 민주당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 시절 당 대표 직속으로 영입된 유 위원장은 친명계 원내외 모임인 혁신회의 공동 상임대표로 활동해왔다.
유 위원장은 지난 10월 부산시당위원장 경선 과정에서 컷오프를 당한 뒤 정청래 대표 지도부와 미묘한 갈등을 빚었다. 정 대표가 당내 공천 과정에서 컷오프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는데, 정작 유 위원장이 시당위원장 경선에서 컷오프되자 혁신회의가 성명을 통해 지도부를 공개 비판했다. 이 전력이 이번 보선에서 정 대표와 친명계 사이 긴장을 상징하는 에피소드로 재소환되는 분위기다.
국회 안에서도 친명계 현역 의원들의 이름이 후보군에 오르내리고 있다. 강득구 의원과 이건태 의원이 대표적이다. 두 사람 모두 이재명 대통령과 가깝게 소통해온 인사로 분류되며, 친명계의 메시지를 최고위원회에 직접 반영할 수 있는 창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에 맞서 정청래 대표 측에서는 조직사무부총장을 맡고 있는 문정복 의원, 당 대표 직속 민원정책실장인 임오경 의원, 이성윤 의원 등이 거론된다. 문 의원은 최근 최고위원 후보군을 타진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서는 정 대표와 정치적 행보를 함께해온 인사들이 최고위원단에 진입할 경우 이른바 친정청래 라인이 가시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당 지도부의 명운을 가를 제도 변수는 선출 방식이다. 민주당은 최고위원 보궐선거를 권리당원 투표 50퍼센트와 중앙위원 투표 50퍼센트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는 권리당원 사이에서 강한 지지 기반을 보유한 반면, 공개 반발이 제기된 조직표 분야에서는 취약할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이와 맞물려 정 대표가 추진한 1인1표제 개정안도 중앙위원 투표에서 부결된 바 있다.
앞서 정청래 대표는 전당대회와 지도부 선출 과정의 1인1표제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그러나 일부 권리당원과 당직자들은 집회와 성명을 통해 거센 반대를 표출했다. 특히 내년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정 대표가 당원 주권 강화를 명분으로 자신의 대표 연임에 유리한 당헌 개정을 꾀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반복 제기되면서, 여권 지지층 일각에서 '자기 정치' 논란도 확산됐다.
이런 흐름 속에서 치러지는 최고위원 보선이 명청 대결의 다음 전장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정치권에서 나온다. 친명계 인사들이 이재명 정부와 보조를 맞춘 지도부 구성을 주장하는 반면, 정 대표를 지지하는 세력은 현 집행부의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명청 프레임 자체에 선을 긋는 모습이다. 조승래 사무총장은 여의도 민주당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매사 특정 인물을 중심으로 편 가르기 하는 방식은 자제될 필요가 있다"며 "당 대표든 대통령이든 특정 인물을 중심으로 모든 것을 해석할 경우 문제의 본질을 곡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 사무총장은 최고위원 선출 기준과 관련해 "누구랑 가깝고 멀고의 관점이 아니라 이재명 정부 성공을 어떻게 뒷받침하고, 내란 세력과 어떻게 더 잘 싸울지 기준에서 중앙위원과 당원들이 선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같은 취지의 메시지를 냈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 글에서 "친명과 친청의 대결이라는 규정이 등장하고 있다"며 "인디언식 기우제처럼 진짜 갈등과 분열이 생길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민주당에 친청은 없고 친명만 있을 뿐"이라고 적었다. 당 지도부 전체가 정청래 개인 계파를 부인하면서 이재명 정부 단일 지지 구도를 재차 부각한 셈이다.
그럼에도 당 일각에서는 최고위원 보선이 곧 내년 8월 전당대회의 전초전이 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최고위원 구성에서 친명계의 비중이 높아질 경우 정 대표 체제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정책 공조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무게 중심을 이동할 수 있다. 반대로 정 대표 측 인사가 대거 진입하면, 이재명 정부와 일정한 긴장 관계를 유지하는 당내 견제 축이 형성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민주당은 9일 당무위원회를 열어 권리당원 선거인단 기준 확정 등 보선 준비 절차에 착수한다. 경선 진행 과정과 구체적 룰은 당 선거관리위원회가 추후 확정한다. 지도부는 계파 갈등 이미지를 최소화하면서도 이재명 정부 뒷받침이라는 원칙을 내세우겠다는 구상이다.
정청래 대표 체제와 이재명 정부 사이 미묘한 거리감에 대한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민주당 최고위원 보궐선거는 내년 전당대회와 지방선거를 가르는 사전 시험대로 기능할 전망이다. 민주당은 최고위원 선출을 계기로 당내 갈등을 관리하고, 이재명 정부 성공을 위한 협력 구도를 정비하겠다는 방침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