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생애주기 맞춤 식단관리”…전문 인력 육성해 현장 접목
생애주기와 취약계층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식단 관리가 지역사회 급식 현장에서 체계적으로 확산될 준비에 들어갔다. 식생활안전관리원과 대한지역사회영양학회가 공동 기획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어린이와 노인, 장애인 등 대상별 특화 역량을 갖춘 식생활 관리 전문가 65명이 양성되면서다. 그동안 영양사가 개인 경험에 의존해 오던 급식 관리에 표준화된 교육과 데이터 기반 관리가 더해지면, 향후 디지털 헬스케어와 연계한 지역 단위 영양 관리 플랫폼 구축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과정이 취약계층 영양 격차 해소와 예방 중심 공공보건 전략을 가속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식생활안전관리원은 대한지역사회영양학회가 주최하고 자사가 주관한 어린이 노인 장애인 맞춤형 식생활 관리 전문가 양성 교육과정을 올해까지 마무리해 총 65명의 전문 인력을 배출했다고 22일 밝혔다. 교육은 어린이와 사회복지급식관리지원센터 소속 전문 영양사를 대상으로 이달 5일과 6일, 11일 등 3일간 한국영양교육평가원 교육장에서 진행됐고, 11일 어린이 분야 대면 교육을 끝으로 전 일정이 종료됐다. 2024년 공통교육에서 기반 역량을 통일적으로 다지고, 2025년 분야별 심화교육으로 실제 현장 적용 능력을 끌어올리는 2단계 구조를 취한 것이 특징이다.

이번 프로그램의 기술적 핵심은 연령과 건강 상태, 시설 환경 등을 변수로 삼아 표준화된 교육 모듈을 설계했다는 점에 있다. 어린이 분야에서는 안전한 먹거리, 어린이의 밝은 미래라는 슬로건 아래 성장기 발달 단계별 에너지와 영양소 필요량, 알레르기와 식품위해요소 관리 등 위험 기반 식단 설계 원칙을 정교하게 다뤘다. 기존에는 개별 영양사가 수기 체크리스트로 관리하던 영역에 체계화된 지침과 데이터 입력 양식이 제공되면서, 향후 급식관리지원센터 시스템과 연동해 위해 식품 이력 추적이나 영양 불균형 위험군 모니터링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 기반도 마련됐다.
노인 분야는 안전한 식사, 건강한 노후를 주제로 삼아 저작과 연하 기능 저하, 만성질환 복약 정보, 단백질과 미량영양소 부족 같은 고령층 특성을 반영한 프로토콜을 교육했다. 이 과정에서 의료 정보와 급식 데이터를 연계해 영양 스크리닝 점수를 산출하고, 이 값에 따라 경도 위험군과 고위험군을 나눠 식단을 조정하는 방법이 소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전자의무기록과 급식관리 시스템을 연계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모델이 국내 요양병원과 일부 지자체에서 시범 도입되는 만큼, 이번 교육을 받은 영양사들은 이런 시스템 도입 시 현장 실행력을 높여주는 연결 고리 역할을 할 수 있다.
장애인 분야에서는 안전한 식생활, 모두를 위한 배려를 주제로 장애 유형과 기능 수준에 따른 맞춤 식사 설계 기법을 강조했다. 예를 들어 지적 장애인의 경우 식사 교육 콘텐츠를 쉬운 글과 그림, 색상 코드 등으로 재구성하고,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에게는 감각 과민을 고려해 식감과 냄새 자극을 조절하는 등 세분화된 전략이 논의됐다. 기존 급식 시스템이 칼로리 중심의 단순 처방에 머무른 것과 달리, 행동 특성과 섭식 패턴을 데이터로 축적해 인지 행동 기반 식사 코칭과 연계하는 모델도 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프로젝트를 총괄한 대한지역사회영양학회 ESG 이사이자 연구책임자인 김정현 배재대학교 교수는 교육 운영에 참여해 이번 교육과정은 지식 전달을 넘어 대상별 특성과 환경을 이해하고 현장에서 실질적인 식생활 안전관리 개선을 이끌 수 있는 현장형 전문 인재를 키우는 데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그는 학계와 현장이 협력해 국민의 건강한 식생활 문화 확산에 기여해 나가겠다는 뜻도 밝혔다. 학계에서는 이런 형태의 공동 교육과정이 축적되면, 향후 국가 식생활 데이터 표준과 임상 영양 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기초 데이터 수집 체계로 진화할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양성된 전문 인력은 내년부터 지역사회 급식 현장에서 단계적으로 투입된다. 우선 각 지역센터 내부 강사로 활동하며 어린이집과 학교, 복지시설 종사자 교육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식생활 안전관리 상담과 코칭을 통해 시설별 취약점을 진단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식생활 안전관리 교육 강사풀과 연계돼 전국 급식소를 대상으로 한 집체 교육과 컨설팅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현장의 위생 점검과 영양 설계가 사람마다 달랐던 기존 방식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표준을 갖춘 관리 체계로 옮겨갈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차원에서는 이미 병원과 학교 급식 영역에서 데이터 기반 영양 관리와 디지털 헬스케어 연계가 빠르게 진행 중이다. 미국과 유럽 일부 병원은 전자의무기록에 연동된 영양 관리 모듈을 도입해, 입원과 외래 환자의 질환별 식단을 AI가 추천하고 이를 영양사가 보정하는 구조를 실험하고 있다. 일본 역시 고령화 대응 전략의 하나로 지역 포괄 케어 시스템 안에 영양 관리 기능을 편입해, 지역 보건소와 방문영양사가 노인 단백질 섭취량과 체중 변화를 지속 추적하는 모델을 확산하고 있다. 이런 흐름과 비교하면, 국내는 제도권 영양 인력의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한 첫 단계에 들어선 셈이라는 평가도 제기된다.
다만 제도적 뒷받침이 뒤따르지 않을 경우, 교육받은 전문 인력이 현장에서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노인과 장애인 급식의 경우 예산과 인력 여건이 열악한 시설이 많아, 표준화된 지침을 그대로 구현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지속돼 왔다. 또 영양 정보와 개인 건강 데이터를 연계할 때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활용 동의 절차를 어떻게 설계할지에 대한 규범도 정교하게 마련돼야 한다. 식생활 데이터가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기초 인프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큰 만큼, 향후 관련 법제 논의에서 영양 정보의 위상을 명확히 규정하는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식생활안전관리원 관계자는 이번 교육과정을 통해 생애주기별 맞춤형 식생활 관리 전문 인력이 확보됐다며, 앞으로도 지역센터를 중심으로 어린이부터 노인, 장애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세대가 안전하고 균형 잡힌 식생활을 실천할 수 있도록 교육과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산업계와 공공 보건 현장은 이번에 배출된 전문가들이 지역 급식소의 식생활 안전 수준을 끌어올리고, 향후 디지털 기반 영양 관리 플랫폼과의 연계를 주도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