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클럽 23곳 시대”…국내 SW, 매출 쏠림 심화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매출 1조원을 돌파한 이른바 조클럽 기업이 사상 최대 규모로 늘어나며 대형사 중심의 매출 쏠림이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플랫폼 비즈니스 확산이 상위 기업 성장을 견인하는 가운데, 산업 구조 전반이 소수 대형사 위주로 재편되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를 글로벌 소프트웨어 경쟁력 강화의 신호로 보면서도, 성장 사다리 부재가 중소기업 생태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함께 지적하고 있다.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 KOSA는 25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2025 소프트웨어 천억클럽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KOSA는 2013년부터 전년도 회계 기준 소프트웨어 기업 매출을 구간별로 집계해 산업 기초 통계로 활용해 왔다. 이번 조사는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 컴퓨터 프로그래밍, 시스템 통합 및 관리업, 자료 처리와 호스팅, 포털과 기타 인터넷 정보 매개 서비스업, 기타정보서비스업 등 주요 IT 서비스 및 플랫폼 업종을 대상으로 했다. 기업별 매출은 전자공시시스템 DART의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를 중심으로, 뉴스와 보도자료 등을 보완해 산정했다.

조사 결과 2024년 기준 조클럽에 속한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은 전년보다 1곳 늘어난 23개사로 집계돼,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역대 최다 기록을 다시 썼다. 이들 23개사의 총 매출은 86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2퍼센트 증가했고, 전체 소프트웨어 산업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1.6퍼센트에 달했다. 사실상 1조원 이상 상위 그룹이 시장 매출의 10분의 6 이상을 가져가는 구조가 된 셈이다.
중견 구간인 5천억클럽에는 22개사가 이름을 올렸다. 이들의 합산 매출은 14조9000억원으로 전년보다 4.2퍼센트 늘었다. 천억원 이상 매출을 올린 1천억클럽 기업은 122개사로, 전년 대비 7개사가 새로 진입했다. 이 구간의 총 매출은 26조8000억원으로 1년 새 7.4퍼센트 성장했다. 특히 1천억원 이상 매출을 거둔 조클럽, 5천억클럽, 1천억클럽을 모두 합하면 167개사로 전년보다 9개사가 늘었고, 이들이 창출한 매출은 128조4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눈에 띄는 점은 이들 167개사가 전체 소프트웨어 산업 매출의 91.3퍼센트를 차지했다는 사실이다. 사실상 매출 대부분이 천억원 이상 기업에 집중되는 구도가 굳어지고 있는 것이다. KOSA는 이를 두고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의 전반적인 규모화가 가속 동력을 얻고 있다고 해석했다. 클라우드 전환과 대형 시스템 통합 사업, 플랫폼 기반 구독 매출 등이 상위 그룹의 성장을 뒷받침하면서, 일정 수준 매출을 넘은 기업이 다시 투자와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우는 선순환이 일부 형성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다만 상위 매출 구간 기업 비중이 지나치게 커지고 있다는 점은 구조적 숙제로도 지목되고 있다. 대형사가 공공과 금융, 통신 등 핵심 IT 예산을 상당 부분 흡수하는 구조가 고착되면, 중소 소프트웨어 기업은 기술 고도화와 인재 확보를 위한 재투자 여력이 부족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미국과 유럽의 대형 클라우드·플랫폼 기업이 중소 솔루션 업체를 인수하거나 파트너 생태계로 편입시키면서 규모의 경제를 강화하고 있어, 국내 기업이 이 흐름을 따라갈 수 있도록 성장을 단계적으로 지원하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특히 인공지능과 데이터 중심 산업으로의 전환이 상위 그룹과 후발 기업 간 격차를 더 벌릴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대규모 데이터 인프라와 클라우드 자원을 선제적으로 확보한 기업일수록 새로운 서비스 출시 속도와 품질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프트웨어 기업의 대형화 자체는 글로벌 경쟁에서 필수 조건에 가깝지만, 천억원 미만 구간 기업이 성장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공공 조달 구조 개편과 연구개발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는 제조와 금융, 바이오, 모빌리티 전반의 디지털 전환을 뒷받침하는 기반 산업으로, 국내 총생산과 고용 구조에 미치는 영향도 점차 커지고 있다. KOSA의 천억클럽 통계는 이러한 변화가 숫자로 가시화되는 과정으로 해석된다. 산업계는 상위 매출 구간 기업의 성장세가 유지되는 가운데, 얼마나 많은 중소·중견 소프트웨어 기업이 다음 단계 클럽으로 진입할 수 있을지에 향후 산업 경쟁력의 관건이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