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산·소매 모두 기대 못 미쳐”…중국, 경기 둔화 재부각에 세계 경기 불안 확산
현지시각 기준 15일, 중국(Beijing, China) 국가통계국이 11월 산업 생산과 소비, 부동산 투자 지표를 일제히 공개하면서 중국 경기 둔화 우려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이번 발표는 중국 내수와 부동산 시장의 회복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세계 경기와 원자재 수요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11월 산업 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해 10월 4.9%에서 소폭 둔화했다. 로이터통신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 5.0%에도 미달했고, 지난해 8월 4.5% 이후 1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증가율로 기록됐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공장 가동률이 완만하게 늘고 있지만, 글로벌 수요 둔화와 내수 부진이 맞물리며 성장세가 힘을 받지 못하는 모습이다.

내수 회복을 가늠하는 소매 판매도 약세가 두드러졌다. 11월 소매 판매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1.3%에 그쳐 시장 전망치 2.8%를 크게 밑돌았다. 10월 2.9%에서 절반 이하 수준으로 떨어지며, 소비 위축 흐름을 다시 확인시켰다. 백화점과 편의점 등 여러 유형의 소매점을 합산해 산출하는 소매 판매는 지난 5월 이후 6개월 연속 증가율이 하락하고 있다. 국가통계국은 소비 증가율 둔화가 코로나19 대유행이 한창이던 2021년 이후 가장 긴 기간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투자 지표는 더욱 부진한 양상이다. 올해 1∼11월 중국의 부동산 개발 투자액은 7조8천591억위안으로 집계돼 전년 동기 대비 15.9% 감소했다. 같은 기간 주택 투자는 6조432억위안으로 1년 전보다 15.0% 줄었다.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시공 면적은 누적 기준 9.6% 감소했고, 신규 착공 면적과 준공 면적은 각각 20.5%, 18.0% 줄어 건설 활동 전반이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완커(Vanke) 등 대형 부동산 업체가 채무불이행 위험에 노출된 가운데, 업계 전반의 자금줄도 빠르게 말라가고 있다. 1∼11월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자금 조달 규모는 8조5천145억위안으로 전년보다 11.9% 감소했다. 구성별로는 국내 대출이 2.5% 줄었고, 해외 투자 유입은 24.6% 감소했다. 부동산업체 자체 자금도 11.9% 감소했으며, 계약금과 예수금 규모는 15.2% 줄어 자금 사정 악화가 뚜렷해졌다. 이 같은 조치는 중국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신뢰 위축과 금융 리스크 확대 우려를 한층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실물 투자 전반도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농촌을 제외한 공장, 도로, 전력망, 부동산 등에 대한 자본 투자 변화를 보여주는 1∼11월 고정자산 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2.6% 감소했다. 인프라와 제조업 투자를 통해 경기를 떠받치려는 정부 전략에도 불구하고, 민간 부문이 좀처럼 투자 심리를 회복하지 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고용 상황은 정체 국면에 머물러 있다. 11월 전국 실업률은 5.1%로 전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고, 올해 1∼11월 평균 실업률은 5.2%로 집계됐다. 통계상 실업률이 급격히 악화되지는 않았지만, 청년층 고용난과 비정규·플랫폼 노동 확대 등 구조적 문제는 여전히 잠재된 리스크로 지목된다.
중국 경제는 부동산 의존형 성장 모델에서 벗어나 소비와 첨단 제조 중심으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으나, 소비 심리 위축과 부동산 침체가 맞물리며 전환 과정의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산업 생산과 소매 판매가 동시에 둔화한 통계가 내수와 수출 양쪽 모두에서 성장동력이 약화됐음을 보여준다고 진단한다. 특히 중국 경기 흐름이 아시아 신흥국과 원자재 수출국의 수요 전망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변국도 관련 지표를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다.
국제 금융시장과 주요 외신은 중국의 이번 통계를 향후 세계 경제의 하방 요인으로 평가하고 있다.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은 부동산 리스크와 소비 부진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가 추가로 하향 조정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세계 경제가 높은 금리와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직면한 가운데, 중국 경기 둔화까지 겹칠 경우 교역과 투자 흐름이 더 위축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당국이 향후 재정 확대, 통화 완화, 부동산 규제 조정 등 어떤 정책 조합으로 경기 하방 압력을 완화할지 주목되는 가운데, 국제사회는 이번 발표가 실제 경기 부양 조치로 이어질지 지속적으로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