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헬스로 의료격차 줄인다"…대웅제약, 강원 농촌서 실험대 나서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이 농촌과 산간 지역의 의료 공백을 메우는 실전 도구로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대형 병원이 멀고 고령 인구 비중이 높은 지역을 대상으로, 인공지능과 웨어러블 기반 장비를 활용한 정밀 검진이 이뤄지면서 의료 접근성 격차를 줄이는 새로운 모델로 평가받는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시도가 원격의료와 디지털 치료제 제도화를 둘러싼 논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현장 사례로 보고 있다.
대웅제약은 23일 강원 홍천군 영귀미면에서 약 80명의 주민을 대상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봉사를 진행했다고 25일 밝혔다. 행사에는 신영재 홍천군수와 김동일 한국건강검진기관협의회장, 김원술 강북삼성병원 예방검진센터장 등 주요 인사가 참여했으며, 협의회 직원과 다수의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이 함께했다. 대웅제약은 이번 활동을 자사의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 방향과 연계한 현장 검증 성격의 사회공헌으로 규정했다.

이번 봉사는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상시 의료 인프라 유지가 어려운 지역에서, 첨단 장비를 기반으로 한 정밀 검진과 맞춤형 상담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주민들은 사전 예약 없이 현장에서 심전도, 안저 촬영, 근감소증 분석 등 복합 검진을 받았고, 검사 데이터는 인공지능 알고리즘과 웨어러블 장비를 통해 자동 분석됐다. 의료진은 이를 토대로 1차 판독과 생활습관 상담을 병행했다.
현장에는 복수의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이 동원됐다. 웨어러블 심전도 기기 모비케어는 가슴 부착 또는 패치 형태로 일정 시간 심전도를 연속 측정한 뒤, 부정맥 패턴을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위험 신호를 추리는 장비다. 심부전 조기진단 소프트웨어 에티아 LVSD는 심전도 또는 심장 관련 검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좌심실 수축기능 저하 가능성을 예측하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로, 심부전 고위험군을 초기에 선별하는 데 중점을 둔다.
AI 실명질환 진단 솔루션 위스키와 안저카메라 옵티나는 망막과 시신경을 촬영한 고해상도 이미지에서 이상 소견을 자동으로 탐지하는 역할을 한다. 녹내장, 황반변성, 당뇨병성 망막병증 등 주요 실명 위험 요인에 대한 사전 경고를 제공해, 조기 진단과 치료 연계를 돕는 구조다. AI 기반 근감소증 분석 솔루션 엑소메드 딥사크는 보행 패턴, 근력, 체성분 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근육량 감소와 근기능 저하 여부를 정량화하고, 낙상 위험과 장기적인 노쇠 진행 가능성을 예측하는 도구로 설계돼 있다.
검진 결과는 농촌 고령 인구의 잠재 건강위험을 수치로 보여줬다. 모비케어 검사에서 60명 중 약 23명, 비율로 38퍼센트가 조기수축, 빈맥, 서맥 등 부정맥 의심 소견을 보였다. 평소 자각 증상이 뚜렷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웨어러블 기반 모니터링이 숨어 있는 심장질환을 드러낸 셈이다. 안저카메라 옵티나와 위스키를 이용한 안과 검사에서는 65명 가운데 30명, 약 46퍼센트가 녹내장, 황반변성, 당뇨병성 망막병증 등 실명 가능성이 있는 질환이 의심된다는 판정을 받았다.
근감소증 관련 데이터도 적지 않은 위험 신호를 보여줬다. 딥사크 솔루션을 적용한 결과 66명 중 28명, 42퍼센트가 근감소 의심 단계로 분류됐다. 근감소증은 골절, 낙상, 입원과 같은 추가 의료비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어, 고령 농촌 인구에게는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장기 돌봄 정책과도 직접 연결되는 지표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현장 데이터가 향후 디지털 헬스케어 기반 예방의료 프로그램 설계에 참고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검진 이후 의료진은 유소견자에게 개인별 운동법, 영양 관리, 생활습관 교정 방안을 제시하고, 병원 진료나 추가 검사가 필요한 경우 연계 절차를 상세히 안내했다. 디지털 솔루션이 단순한 스크리닝 도구에 머무르지 않고, 오프라인 진료와 연계되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시도한 셈이다. 향후에는 검진 데이터 축적을 바탕으로, 같은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한 추적 관찰과 재검진 프로그램으로 확장할 여지도 열려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원격 모니터링과 AI 기반 진단 보조 솔루션을 농촌과 의료취약 지역에 적용하는 시도가 활발하다. 미국에서는 심부전, 부정맥 환자를 대상으로 한 원격 심전도 모니터링이 보험 체계에 편입되고 있고, 유럽 일부 국가는 농촌 클리닉에 안저 AI 판독 시스템을 설치해 도시 대형 병원의 안과 전문의와 원격 협진을 운영한다. 대웅제약의 이번 사례는 국내에서도 유사한 모델을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지 가늠해 보는 시험대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제도와 규제 측면에서는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가 존재한다. 국내에서 인공지능 기반 진단 보조 소프트웨어와 웨어러블 의료기기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료기기 허가 및 임상 평가를 거쳐야 하며, 실제 상용화를 위해서는 건강보험 수가 체계 안에서 비용 보전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 개인정보 보호와 의료데이터 활용 규제도 변수다. 의료 소외지역에서 생성된 헬스케어 데이터가 연구와 서비스 고도화에 활용되기 위해서는 익명화, 보안, 데이터 주체 동의 절차에 대한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과 같은 디지털 헬스케어 기반 의료봉사가 장기적으로는 제도권 안에서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로 전환될 여지가 있다고 본다. 지자체와 제약사, 디지털 헬스 기업, 의료기관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정기 검진, 모니터링, 교육을 결합한 지역 맞춤형 헬스케어 플랫폼을 운영할 경우, 고령화에 따른 의료비 증가와 인력 부족 문제를 동시에 완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조병하 대웅제약 디지털헬스케어 사업부장은 디지털 기술이 의료 소외지역의 건강 격차를 줄이는 실질적 수단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하며, 지역사회와 협력한 지속 가능한 헬스케어 솔루션 개발과 ESG 경영 실천 의지를 밝혔다. 산업계는 이러한 현장 실험이 향후 디지털 헬스케어 규제 정비와 정책 설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실제 의료 현장에서 자립적인 서비스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