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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증인으로 부른다”…특검, 건진법사 재판 증인신청 재판 막바지 향해

오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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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핵심 인사와 비선 실세 의혹이 맞물린 재판에서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증인으로 호출됐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알선수재 혐의를 둘러싼 법정 공방이 특검의 고강도 증인 전략 속에 종착점을 향해 가고 있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3부 심리로 열린 전성배씨 사건 속행 공판에서 김건희 여사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전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상 알선수재 등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팀은 재판부에 "오는 15일 김건희에 대한 증인신문을 원한다"며 "주신문은 1시간 정도 예상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전성배씨 측에 반대신문 예상 시간을 확인한 뒤 특검에 "일단 증인을 신청하시면 다음에 검토하겠다"고 답해 김 여사 신문 여부를 추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다음 기일인 9일에는 유경옥 전 대통령실 행정관과 인테리어 업체 21그램 대표의 아내 조모씨가 증인으로 출석한다. 유 전 행정관은 통일교 측이 보낸 선물을 김건희 여사에게 전달한 인물로 지목돼 있으며, 조씨는 유 전 행정관이 통일교 측 선물인 샤넬 가방을 교환할 때 동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판부는 통일교 측이 건넨 샤넬 가방과 목걸이를 실물 증거로 확인하겠다고 밝히며 "다툼이 필요할 수도 있다"며 해당 물품을 법정에 가져올 것을 요구했다. 선물 전달 경위와 실물 확인을 통해 사실관계를 보다 명확히 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재판부는 아울러 "이달 15일 또는 23일 변론 종결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통상 결심 공판 이후 선고까지 약 한 달가량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전성배씨 사건 선고는 이르면 내달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김건희 여사 신문 여부와 범위에 따라 재판의 정치적 파장도 달라질 전망이다.

 

이날 공판에는 전성배씨에게 사업 추진 관련 청탁 명목으로 돈을 건넨 것으로 알려진 콘텐츠기업 대표 A씨가 증인으로 나왔다. 그는 전씨의 딸을 통해 전씨를 알게 된 뒤 자신의 기업 관련 행사에 김건희 여사가 참석할 수 있는지를 문의했다고 진술했다.

 

A씨에 따르면 전씨는 당시 "여사는 안 되지만 유명한 사람 어느 정도 불러줄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A씨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되냐"고 묻자 전씨가 "차관은 되겠냐"고 답했고, 이후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의 행사 참석과 권성동 의원 등의 축사가 성사됐다고 설명했다.

 

A씨는 전씨의 추가 요구 정황도 증언했다. 그는 "나중에는 전씨가 '뭐 해줄 수 있어? 나는 필요 없고 우리 딸 챙겨줬으면 좋겠다'며 지나가는 말로 본인이 탈 수 있는 차량 정도도 언급했다"고 말했다. 전씨가 인맥을 매개로 영향력을 과시하며 금전 및 편의를 요구했다는 취지의 진술이다.

 

또한 A씨는 전씨와의 관계에서 느낀 기대감과 판단 과정을 구체적으로 말했다. 그는 "그 행사에 유력한 사람들이 와서 제가 힘을 느꼈다"며 "이후 돈 지급을 약속하고 이 정권 내에서 한 번은 큰 프로젝트 따지 않을까, 이게 수업료라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니까 사람 두 명 쓴다고 생각해봐도 되지 않을까 생각에 돈을 건넸다"고 진술했다.

 

이처럼 청탁 경위와 정치권 인사 연결 고리가 법정에서 상세히 드러나면서, 전성배씨 사건은 단순 청탁·금품 수수 의혹을 넘어 정권 핵심부와의 연결성, 비선 영향력 논란으로 확장되는 양상이다. 특히 특검이 대통령 배우자를 직접 증인석에 세우려 시도한 만큼, 여야 정치권 공방도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재판부가 예고한 대로 이달 중 변론이 종결되면, 특검의 수사 성과와 전씨의 법적 책임 범위뿐 아니라 김건희 여사와 대통령실 주변 네트워크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내달쯤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정치권은 특검 재판의 결론을 둘러싸고 정면 충돌 양상을 보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오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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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건진법사전성배#민중기특별검사